먼저 내민 손
먼저 내민 손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3.05.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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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外交)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고 상호 간에 교섭하고 협상하는 활동’ 또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교제하는 일’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사이는 감정의 개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그 무엇이 있다. 지난 3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일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본국 수반과 회담을 가졌지만 긍정과 부정이 매우 심각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국민감정에 휘말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교착상태의 관계 복원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고 하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굴욕감을 느낄 정도의 굴욕외교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7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가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셔틀외교의 정례화를 가동하게 되었다고 두 나라의 정상은 확인했다. 국제외교에서 셔틀외교는 국가 간의 분쟁이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제3자가 중재하는 외교를 말한다. 1970년대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때 미국의 키신저 국무장관이 제3자의 입장에서 중재한 것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손을 내민다는 것’은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에 부딪치거나 경우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오히려 과감하게 먼저 베푸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손을 내미는 것’은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실마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그 행동을 먼저 하는 것이다. 용기가 필요하고 때로는 참아야 할 울분도 있을 것이지만 누구라도 곤란한 지경에 있을 때 ‘손을 내미는 것’은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번에 한국에서 손을 먼저 내밀었고 일본이 그 손을 잡았다는 것은 양 국가 간에 신뢰를 조금씩 더 돈독하게 하는 초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 간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그것을 메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하물며 나라와 나라간에야 오죽하겠는가. ‘반 컵을 내가 채웠으니 나머지를 네가 채워라’가 아니고 함께 채워가는 길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하면 가득 채워지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한일 간의 외교에 있어서 셔틀의 복원이든, 관계의 정상화든 현재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긍정적인 면에서 이익을 확대하거나 증대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상대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두부 자르듯 구분지으려 하는 올가미에 걸리지 말고 과거도 정리해가면서 미래도 설계하는 유연함을 보여주는 통 큰 외교정책을 펼쳐 나가기 바란다. 시작에 대한 결과는 역사에 맡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