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②, 마운트 쿡 국립공원 여행
뉴질랜드 남섬②, 마운트 쿡 국립공원 여행
  • 이철락 기자
  • 승인 2023.03.20 0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년설이 덮여있는 서든 알프스의 후커 밸리 트랙
퀸스타운에서 북동쪽으로 3시간 거리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마운트 쿡(Mount Cook) 국립공원의 설산들은 만년설이 구름으로 가려진 날이 많아서 전체적인 모습을 잘 노출하지 않는다.
 마운트 쿡(Mount Cook) 국립공원의 설산들은 만년설이 구름으로 가려진 날이 많아서 전체적인 모습을 잘 노출하지 않는다. 이철락 기자

 

서든 알프스(Southern Alps)는 뉴질랜드 남섬을 가로지르는 산맥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과 빙하, 호수를 간직하여 영화와 TV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높이 3,754m의 마운트 쿡(Mount Cook)은 서든 알프스의 최고봉으로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마운트 쿡을 중심으로 해발 3,000m가 넘는 20여 개의 봉우리가 웅장한 만년설로 덮여있으며 에메랄드빛 빙하를 노출하기도 한다. 퀸스타운(Queenstown)에서 크롬웰 과일 단지와 오마라마를 거쳐 북동쪽에 위치한 마운트 쿡 등반로의 거점이자, ‘후커 밸리 트랙’의 시작점까지 자동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퀸스타운에서 크롬웰까지는 6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크롬웰에서 오마라마까지는 8번 도로를 타고 거의 북쪽으로 달린다. 퀸스타운에서 마운트 쿡 국립공원이 있는 북동쪽으로 갈수록 환경이 많이 변한다. 산에는 나무가 별로 없어진다. 도로변에 공중화장실이 있는 오마라마(Omarama Public Toilets)에서 마운트 쿡 국립공원의 후커 밸리 트랙의 시작점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3월 10일, 8번 국도에서 80번 국도로 갈아타면 오른편에 푸카키 호수(Lake Pukaki)가 보인다. 빙하가 녹아 모인 물이 하늘 색깔을 띤다. 이철락 기자
3월 10일, 8번 국도에서 80번 국도로 갈아타면 오른편에 푸카키 호수(Lake Pukaki)가 보인다. 빙하가 녹아 모인 물이 하늘 색깔을 띤다. 이철락 기자

 

크롬웰에서 오마라마까지 가는 동안에는 왼편에 던스탄 호수(Lake Dunstan)를, 오마라마에서 80번 국도로 갈아타고 마운트 쿡 방향으로 가는 동안에는 오른편에서 아름다운 푸카키 호수(Lake Pukaki)를 감상할 수 있다. 푸카키 호수는 빙하가 녹은 물이 모인 곳으로 흰 구름과 하늘빛의 물, 눈 쌓인 산들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푸카키 호수가 나타나면 마운트 쿡 국립공원 입구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된다.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이 빙하호는 남북으로 길게 쭉 뻗어있고, 마운트 쿡 근처 3개의 호수 중에서 가장 크다. 빙하가 유입되어 하늘 색깔을 띠는 물빛이 아름다운 곳이다.

마운트 쿡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에게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같은 신령스러운 산이며, 백두산보다 1,000m가량 더 높다.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는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뮬러 호수(Lake Mueller) 주변으로 후커 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을 조성해 놓았다. 출발점(사진의 오른쪽 아래)에서 제1선개교(1st swing bridge)를 거쳐 북쪽으로 제3선개교까지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이철락 기자
빙하가 녹아 형성된 뮬러 호수(Lake Mueller) 주변으로 후커 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을 조성해 놓았다. 출발점(사진의 오른쪽 아래)에서 제1선개교(1st swing bridge)를 거쳐 북쪽으로 제3선개교까지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이철락 기자

 

마운트 쿡 등반의 거점이자 ‘후커 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의 시작점인 ‘화이트 호스 힐 캠프그라운드(White Horse Hill Campground)’ 주차장에 도착하면 설산으로 둘러싼 국립공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안내판이 서 있다. 코스는 난이도와 길이 별로 나누어 놓았다. 관광객들은 굳이 험준한 마운트 쿡까지 등반하지 않더라도 트레킹을 통해 가까이서 국립공원 설산들의 빙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마운트 쿡의 웅장한 모습은 후커 밸리 트랙의 끝부분쯤 가야만 볼 수 있다.

낮은 지형에서 자라고 있는 초목 사이에 트랙이 조성되어 있고, 그 뒤로 만년설과 흰 구름이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은 채 장관을 이룬다. 이철락 기자
낮은 지형에서 자라고 있는 초목 사이에 트랙이 조성되어 있고, 그 뒤로 만년설과 흰 구름이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은 채 장관을 이룬다. 이철락 기자

 

트랙에는 빙하가 녹은 물이 호수를 거쳐 낮은 지형으로 흘러내리는 곳도 있다. 이철락 기자
트랙에는 빙하가 녹은 물이 호수를 거쳐 낮은 지형으로 흘러내리는 곳도 있다. 이철락 기자

 

트랙의 시작점에서 제1, 제2선개교(swing bridge)를 거쳐 북쪽으로 제3선개교(3rd swing bridge)까지 큰 경사 없이 초보자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완주할 수 있다. 푸른 하늘과 눈 덮인 설산을 바라보며 평지를 지나고, 빙퇴석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며 맑은 공기로 숨을 쉰다. 트레킹 도중에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들리기도 한다지만, 이번에는 듣지 못했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매년 엄청나게 녹고 있다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후커 밸리 트랙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제1선개교(1st swing bridge)는 시작점인 주차장에서 30분 이내의 거리로 가깝다. 이철락 기자
후커 밸리 트랙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제1선개교(1st swing bridge)는 시작점인 주차장에서 30분 이내의 거리로 가깝다. 이철락 기자

 

마오리족 원주민들이 ‘아오라키(Aoraki, 구름을 뚫는 산)라고 부르는 마운트 쿡을 중심으로 조성된 마운트 쿡 국립공원(Mount Cook National Park)은 198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산 정상부에는 흰 구름과 만년설이, 중턱 골짜기에는 빙하로 운반되어 쌓인 빙퇴석이, 낮은 곳에는 녹은 빙하수가 푸카키 호수, 데카포 호수, 오하우 호수 등을 채우며 개울물이 되어 아래로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마운트 쿡의 정상은 후커 밸리 트랙의 끝부분에 가서야 겨우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정상부를 덮고 있는 구름이 없어야 가능하다.

3월 10일, 구름 밖으로 드러난 만년설 사이에 에메랄드빛을 내는 빙하가 곳곳에 보인다. 이철락 기자
3월 10일, 구름 밖으로 드러난 만년설 사이에 에메랄드빛을 내는 빙하가 곳곳에 보인다. 이철락 기자

 

일반인을 위한 트레킹 코스 중에는 그림 같은 광활한 황금 들판 위를 걷기도 한다. 이철락 기자
일반인을 위한 트레킹 코스 중에는 그림 같은 광활한 황금 들판 위를 걷기도 한다. 이철락 기자

 

3월, 남반구의 뉴질랜드는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다. 일교차가 커서 낮에는 반소매 차림이지만,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는 가벼운 긴 팔 옷차림이 필요한 날씨다. 마운트 쿡 국립공원의 후커 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을 걷는 동안 푸른 하늘, 흰 구름과 설산, 황금빛 들판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는 것을 곳곳에서 자주 느낀다. 계곡에는 에메랄드빛 빙하에서 녹은 물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황무지에 난 길을 걷는 사람들은 만년설 아래에서 스스로 아름다운 자연이 된다. 마운트 쿡 트레킹 코스의 시작 부분은 평탄하고 풍광이 좋아 일반인들로부터 특히 인기가 높다.

퀸스타운을 거점으로 테 아나우(Te Anau)와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관광하기도 하고, 마운트 쿡 국립공원(Mount Cook National Park)을 다녀오기도 한다. 더러는 남섬의 동부에 위치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반대 방향으로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 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