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誹謗之木(비방지목)
[고사성어] 誹謗之木(비방지목)
  • 신문수 기자
  • 승인 2023.03.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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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君王(군왕)의 失政(실정)을 指摘(지적)하여, 그 잘못을 글로 적어 기둥에 써붙여 군왕이 보게 하는 나무

· 誹(비) : 1. 헐뜯다, 비방하다 ※ 용례 : 誹謗(비방), 誹譽(비예), 誹章(비장)

· 謗(방) : 1. 헐뜯다 2. 욕하다 ※ 용례 : 謗書(방서), 誹謗(비방), 毁謗(훼방)

· 之(지) : 1. 가다, 이르다 2. 이, 이것, 지시 대명사 3. ~의 주격 소유격 조사 ※ 용례 : 之東之西(지동지서), 之子(지자)

· 木(목) : 1. 나무, 목재 2. 오행의 첫째 3. 뻣뻣하다 4. 별 이름 ※ 용례 : 木刻(목각), 木石(목석), 木星(목성), 枯木(고목), 苗木(묘목)

堯(요) 임금이 살던 집은 갈대지붕에 세 층의 흙 계단이 딸린 보잘 것 없는 집이었다. 음식도 현미와 야채를 주식으로 하였다 한다. 겨울철에는 겨우 한 장의鹿皮(녹피)로 추위를 견뎠고 의복이 너덜너덜 헤어지지 않으면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다 한다. 천하에 단 한 사람이라도 飢餓(기아)에 허덕이거나 죄를 범한 사람이 있으면 이것이 모두 자신이 잘못이 있기 때문이라고 요 임금은 생각했다. 史記(사기)에는 요 임금의 사람됨을 “그의 仁(인)은 하늘과 같았고, 그의 지혜는 신과 같았다. 백성들은 그를 해처럼 따랐고 구름처럼 바라보았다. 부귀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사람을 깔보지 않았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요 임금은 총명하고 인정이 깊었으며 하늘의 뜻을 받들고 백성들을 자기 어린 자식처럼 사랑하는 정치를 베풀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모두 ‘격앙가’를 부르며 마음껏 태평성대를 즐겼다.

부유해도 남에게 뽐내지 않고 귀한 신분이라고 남을 깔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올바른 정치만 염두에 두고 있었다. 요 임금은 정사가 독단에 흐를까 우려해서 “進善之旌(진선지정 : 큰 길가에 깃발을 세워 두고 누구든지 그 깃발 밑에서 정치에 대한 좋지 않은 의견을 발표하게 함)”을 설치했다. 또한 “敢諫之鼓(감간지고 : 궁 문 앞에 커다란 북을 매달아 놓고 누구라도 북을 쳐서 정치의 불합리한 점을 거리낌 없이 말하도록 함)”과 “誹謗之木(비방지목 : 궁문 다리 앞에 네 개의 나무로 엮은 기둥을 세워놓고 누구라도 정치에 불만이 있으면 그 기둥에 써 붙여서 자기의 희망을 주장하도록 함)”을 세웠다. 요 임금은 정치에 민의를 반영하도록 힘썼기 때문에 제왕의 전제 정치시대에 국민에 의한 정치를 했던 것이다.

지난 8일 국민의힘 黨代表(당대표)로 4선 議員(의원) 김기현 후보가 選出(선출)되었다. 김기현후보는 52.93%를 獲得(획득)하여 4명의 후보 중 過半(과반)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指導部(지도부)를 구성할 最高委員(최고위원)에는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가 선출되었으며 청년최고위원은 장예찬 후보가 선출되었다. 당 事務總長(사무총장)에는 이철규 의원이, 指名職(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강대식 의원이 지명되었다. 이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국민의힘 全黨大會(전당대회)는 모두 끝이 났다. 이번 당대표 競選(경선)에서 決選投票(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김기현 후보가 과반을 획득하여 當選(당선)된 것은 아마도 지난 大選過程(대선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간에 수차에 걸쳐 露出(노출)된 葛藤(갈등)에 대한 黨員(당원)들의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念慮(염려)가 되는 것은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대부분이 親尹一色(친윤일색)으로 꾸려진 것이 당내 의견조율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疑問(의문)이다.

김기현 대표 앞에는 숫한 難題(난제)들이 散積(산적)해 있다. 윤대통령의 當選(당선)으로 국민의 힘이 與黨(여당)이 되긴 했지만 國會(국회)는 여전히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나 마찬가지다. 윤대통령 就任後(취임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새 政府(정부)가 發議(발의)한 法案(법안)은 2023년 豫算案(예산안) 외에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지 野黨(야당)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 協商(협상)을 이끌어 내야 한다. 國政運營(국정운영)에 責任(책임) 있는 여당대표로서 4선 의원의 經綸(경륜)과 智慧(지혜)를 發揮(발휘)하여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與野關係(여야관계)를 協治(협치)의 파트너로 復元(복원)해야 한다. 또한 여당 대표로서 국정 운영에 관해 윤대통령과 수시로 疏通(소통)하되, 때로는 民心(민심)을 濾過(여과) 없이 傳達(전달)하는 誹謗之木(비방지목)의 役割(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