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아름다움에 빠진 사람들] 꽃 중·장년 6인
[동안· 아름다움에 빠진 사람들] 꽃 중·장년 6인
  • 정지순 기자
  • 승인 2023.03.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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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가꾸는 중장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를 잊은 채 나만의 노하우로 건강을 관리하고 외모를 다듬는 사람들. 시인으로 화가로 본인만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활동하며 자신을 가꾸어 가는 6인에게 그 이유를 들었다.

 

김수남

플로리스트이자 관광경영학을 강의하는 김수남(65) 씨는 깨끗한 용모를 자랑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 노인을 지혜로운 사람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잖아요. 나이 듦은 ‘용도 폐기’라는 그런 편견에 나를 가두기 싫어요.”

학교와 여러 기관에서 강의하고 학생들을 만나야 하는 입장에서 더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김 씨. 그는 매일 눈을 뜨면 50분간 스트레칭을 한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며 다진 자신만의 방법으로 몸을 풀고, 그다음 파프리카와 치즈, 삶은 달걀, 사과 1개와 물로 아침 식사를 한다. 화장품도 피부를 진단하고 직접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쓴다.

“수고롭지만 이런 과정이 저를 더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게 합니다.”

 

구학회

구학회(66) 씨는 대구의 한 치과병원에 근무하며 ‘마라토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젊은이 못지 않은 단단한 체구에 깔끔한 인상. 늘 정장 차림에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고객을 맞이하는 모습은 함께하는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한다.

“샐러리맨 생활이 30년이 넘었습니다. 고객 관리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자기 관리입니다. 고객은 첫인상 10초로 나를 평가하니까요.” 구 씨가 자신을 가꾸는 이유다. 구 씨는 일요일이면 한 주를 위해 구두 5켤레 닦고, 와이셔츠 7벌을 다림질해 놓는다. 양복도 스케줄을 보며, 행사에 맞게 색깔별로 손질해 둔다.

“마라톤 또한 제 삶에 큰 축을 차지합니다. 4월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도 신청했습니다. 코로나로 3년 동안 하지 못했던 힘을 발휘해야지요.”

 

이현정

시인이자 시낭송가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이현정(62) 씨는 문인들 사이에서도 동안(童顔)으로 소문나 있다.

“목소리에도 인상이 있고 언어에도 온도가 있듯이, 나를 가꾸는 것은 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꾸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이 씨의 이야기다.

젊음의 비결은 매일 샤워하기 전에 미숫가루, 들깻가루, 꿀, 설탕, 요구르트, 귤을 섞어 만든 팩을 하고, 육식은 절제하고 채소 위주로 식단을 짜고, 무엇보다 독서와 명상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40대는 50대를 위해, 50대는 60대를 위해 준비해 왔다고 하는 이 씨. 지금도 25현 가야금을 연습하며 “마음을 맑게 하는 일이야말로 동안 비결의 으뜸”이라 한다.

 

권영국

권영국(66) 씨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인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두 딸을 두고 있는 그에게 외모를 다듬고 가꾸는 이유를 물었다.

“외모는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입니다. 가꾸는 게 즐거움이고, 자신감이자 경쟁력 아닌가요.”

독일,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두루 다니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그에게 돌아온 고국의 삶은 낯설었다고 한다. 오랜 외국 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이제 자라나는 세대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권 씨. 그는 아내가 만들어주는 독일 빵(보리빵)과 치즈, 독일식 우유와 야채로 아침을 시작하고, 육식보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즐긴다고 한다.

“음악과 사랑하는 가족, 이 두 가지가 제 당당한 외모의 비결입니다.”

 

이희자

얼마 전 전시회를 연 이희자(65) 씨는 서양화가다. 그가 외모를 가꾸는 까닭은 무얼까?

“나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림 작업을 할 때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지만, 전시회에서 작품 설명을 할 때 열정과 그 기쁨도 꼿꼿한 자세와 외모가 바탕이 되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레몬즙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팩으로 얼굴을 관리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피부과를 방문해서 도움을 받는다고 하는 이 씨. 가창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한 시간 이상 걷고, 훌라후프는 매일 5백 개 이상, 의자에 앉을 때도 엉덩이를 의자 뒤편에 밀착시켜 긴장을 잃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고 전한다.

 

김홍열

김홍열(79) 씨는 대구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 홍보모델로 활동 중이다. 스카프를 하나 둘러도 멋이 넘쳐흐르는 김 씨에게 외모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젊은 시절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합기도에 열중했습니다. 은퇴 후 마음이 느슨해지면서 흐트러지는 제 모습을 보며 다짐했습니다. 젊고 활기차게 생활하기로. 외모 가꾸기는 그 출발점입니다.”

홍보모델로 활동하면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 몸가짐 하나도 조심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조금 특별하게 살아도 되지 않겠냐는 그의 말에, 우리 삶에도 ‘악센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