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아름다움에 빠진 사람들] "나를 가꾸는 일은 가족에게도 좋은 영향"
[동안· 아름다움에 빠진 사람들] "나를 가꾸는 일은 가족에게도 좋은 영향"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3.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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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이 무대 기획· 연출가
중년이 돼도 한 사람의 여성이고 살아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라고 하는 이설이 씨. 사진 성희 작가 제공
중년이 돼도 한 사람의 여성이고 살아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라고 하는 이설이 씨. 사진 성희 작가 제공

이설이(55) 씨는 모델들을 교육하고 직접 무대를 기획하는 연출가다. 결혼하고 중국인 남편을 따라 홍콩에서 생활하며 심한 향수병을 겪었다. 남편의 사업은 전성기를 달렸지만 주부로서 자기 역할에 한계를 느끼며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아이들을 키우고 다시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모든 게 변해버린 곳에서 처음에는 수면제 없이 잠들 수 없는 일상이 이어졌다.

시니어모델로 활동하며 자기관리 시작

“우연히 시니어모델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어요. 번쩍 번개가 치는 느낌이었어요. 아! 맞다. 나도 예전에 꿈이 있었지.”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며 모델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그는 기지개를 켜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 묵혀둔 꿈을 펼치는 시간이었습니다. 거울 앞에서 느슨하게 활력 없이 변해버린 제 모습을 보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모델은 입에서 꺼내지도 말라던 부모님 밑에서 꿈을 접어야 했던 이 씨는 다시 설 준비를 했다. 운동을 하고 탄수화물과 소금기 없는 야채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짜고, 1주일에 3~4차례 가까운 산을 오르며 몸을 가꾸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설렘과 떨림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처음 모델로 무대에 섰던 얘기를 전하며 그의 얼굴이 환해진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사이를 뚫고 런웨이를 걸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한 번 서면, 다시 서고 싶은 것이 무대예요. 모델로 활동하며 수면제를 끊었고, 당당하게 저를 내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모델 일을 하며 새로운 일에 눈을 떴다.

무대 연출로 새로운 도전

그의 달라진 모습에 주위에 많은 사람이 이유를 궁금해했다. ‘나’를 가꾸는 일이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일임을 알았다. 남편도 아이들도 그를 지지하며, 많은 또래 중장년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행복하니, 그제야 남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들에게도 내가 느낀 감동과 기회를 주고 싶어, 콘티를 짜고 무대 연출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찾아오는 시니어들에게 워킹 교육과 포즈 잡는 법도 알려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함께했다. 오십이 넘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남다른 열정과 실행력으로 시니어모델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했다.

지난 11월에는 ‘개화기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고, 4월에는 또 다른 시니어모델들을 위한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다.

모델로 설 기회도 많은데 굳이 무대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이유를 물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 입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지만, 제 도전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도전은 제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다. 아마 제가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몸을 움직이고 자신에게 맞는 걸 고르는 게 동안 비결

“물론 피부는 타고나는 게 많지요. 그런 면에서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피부에 좋다는 비싼 화장품을 발랐습니다. 제 피부와는 맞지 않았죠. 요즘에는 홈쇼핑을 통해 정보를 얻으며 제 피부에 맞는 제품을 삽니다. 제품 성분표도 꼼꼼하게 살펴보며 골라야 합니다. 싸면서 좋은 제품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화장품은 유명하잖아요. 머리가 긴 편이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샴푸도 계면활성제가 덜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고 집에서 꼼꼼히 관리합니다.”

청도에 작은 농막이 있어 틈나면 텃밭을 가꾼다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걸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든다.

옷도 고가의 브랜드 제품은 아웃렛 매장을 이용하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산다고 얘기한다. “옷차림도 중요합니다. 옷은 믹스매치가 관건이지요. 저도 20~30년 된 옷을 요즘 새로 산 옷과 매치하기도 하고, 비싼 옷과 시장 제품을 함께 입어 저만의 컨셉을 만들어 갑니다.” 옷을 잘 입는 모델이기에 중년의 멋스러운 옷차림을 위한 조언은 이어진다.

“옷은 많이 입어보고, 이것저것 시도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 어떤 스타일이 맞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카페에 갔더니, 카페 사장님이 멋진 모델이 왔다며 서비스를 준 적이 있다고 한다. 가꾸고 노력하면 긴장하게 되고, 그 긴장과 행복감이 동안(童顔)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