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 주역
[고전의 향기] 주역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3.03.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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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교수의 주역 강의는 담수회관에서 가장 인기 있다. 이원선 기자
정병석 교수의 주역 강의는 담수회관에서 가장 인기 있다. 이원선 기자

‘고전’은 영어로는 '클래식(classic)'으로, 클래식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유래했다. 클라시쿠스는 ‘함대(艦隊)’라는 의미를 가진 '클라시스(classis)'라는 명사에서 파생된 형용사이다. '클라시쿠스'라는 형용사는 로마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국가를 위해 군함을 그것도 함대(클라시스)를 기부할 수 있는 부호를 뜻하는 말로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가리켰다. ‘고전’ 다시 말해 '클래식'이란 인생의 위기에 '함대'만큼의 든든한 힘을 주는 작품을 말한다.

‘주역’은 3천여 년 전 주나라 초기에 출현한 책이다. 어떻게 주역은 3천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곁에 함께해 왔을까? 청장년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고전, ‘주역’ 강의가 진행되는 담수회관을 찾았다.

영남대학교와 계명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를 지낸 정병석 교수가 강의를 맡았다.

이순신 장군도 전장에 나가기 전에 점을 쳤다

흔히 ‘주역’ 하면 ‘점’을 떠올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사람들은 사주팔자, 운세 따위로 다가오지 않은 일들을 알아내고자 한다. 명리학에서 얘기하는 사주팔자는 ‘주역’이 아니다. 주역의 점은 50개의 산대를 가지고 한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풀이도 힘들다.

점의 역사는 길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거북점을 쳤다. 거북의 등껍질을 뒤집어서 갈라진 모양으로 길흉화복을 점쳤다.

난중일기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도 전장에 나가기 전에 주역점을 쳤다.

1594년 7월 13일의 기록이다. “비 오는 날 홀로 앉아 글자를 짚어 점을 쳤다.”

이순신 장군은 점괘를 뽑아 준비한 전략에서 빠트린 것은 없는지 검토하고, 그런 다음에야 전장에 나섰다.

주역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행태를 접하곤 한다. 점술가를 앉혀 놓고 어느 당이 이길지를 점치는 모습이다. 이런 일은 점을 쳐야 하는 게 아니라,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를 예측해야 하는 것이 합당한 방법이다.

정병석 교수는 주역을 “내시경보다 더 세밀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라 표현한다. “성공과 실패, 길과 흉은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온전한 성공도, 완전한 흉도 없습니다. 모든 길과 흉은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얘기처럼 ‘준비되지 않은 것을 바라지 마라’고 주역은 이야기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궁금해하지만, 결국 그 미래는 그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노력하지 않은 일,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라고 하면 학생들은 금세 실망한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노력, 자신을 갈고닦는 수련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어지는 정 교수의 이야기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않고 노력함’, 자강불식의 의미다. 자신의 삶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다. 더 많은 존경을 받고 싶고, 더 많은 연봉을 받길 원한다면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살면서 아주 작은 요소가 판을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그 작은 요소는 짧은 선택, 판단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는 엄청난 차이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놀라고 두려워하는 부분이 ‘그 작은 요소’이다. 그 작은 것은 그 옛날로부터 이어온 나의 루틴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자신을 마주하고 있을까? 매일 일정한 때에 명상이나 산책을 통해 내 내면 안에 머무르는 일.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칼 융이 주목한 ‘주역’

칼 융은 주역을 심리학에 접목했다. 주역은 ‘변화’와 ‘관계’를 이야기한다. 변화에는 상반된 두 힘의 작용이 숨어 있다. 밤과 낮이 교차하여 하루가 이루어지고, 추위와 더위가 한 차례씩 지나가 한 해가 된다. 여자와 남자, 올라감과 내려감, 딱딱함과 부드러움 등 이 세상은 음과 양의 상호작용으로 가득 차 끝없이 생명의 변화를 거듭해 나간다.

양(陽)과 음(陰)은 산기슭에 비추는 빛과 그늘이다. 빛이 있다는 것은 저편에 반드시 그늘이 있음을 함축하며, 그늘은 빛과 대립하지만, 그 존재는 빛과 떨어질 수 없다. 서로 반대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성립시키는 것이 음양의 관계방식이다. 음양의 대립적 쌍들은 끝까지 제 고집을 부리며 평행선을 달리지 않는다. 서로 반대편에서 마주 보고 있지만 만나기를 기다린다.

매주 화요일 담수회관에서 열리는 ‘주역 강의’는 2~3년에 걸친 대장정의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