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제 1의 '버킷리스트'는 멋진 연애다 
노인 제 1의 '버킷리스트'는 멋진 연애다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3.02.27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노인은 '그윽하고 애잔한' 사랑이 그립다

사랑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종종 사랑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건  나이가 들면 ‘연애 감정’도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나 더 이상 남자, 여자가 아닌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일 뿐이라는 순전한 오해에서 생긴 것이다.

​​신노년, 뉴실버, 엑티브 시니어, 시니어, '100세시대' 신인류를 정의하는 표현은 다양하다. 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젊은이처럼 연애하고, 말끔한 옷차림을 자랑하며, 은발의 모델로 무대를 누비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솔직하고 행복을 추구하고 독립적이다. 

​노년의 사랑은 대개 앞만 보고 걸어오던 어느날 공허하고 외로운 마음에 찾아 오며, 노년의 사랑에는 애절함과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그러기에 노년에는 그윽하고 애잔한 사랑이 어울린다. 노골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그런 사랑이다.

​사랑은 때로는 슬픔보다 더 슬픈 얼굴을 지닌다. 실패한 연애란 슬프기도 하지만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된다. 지나고 보면 실패의 원인은 분명하다. 연애는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로맨스의 기초도 모르면서 그냥 “외로운 건 참아도 그리운 건 못 참아!”하며 거침없이 곧장 나가는 노년들이 의외로 많다. 연애 세포는 멀쩡해서 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연애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을 얻는 열쇠는 물질이 아닌, 마음 씀씀이다. 기댈 어깨를 내어주고, 다정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고, 좋은 것을 권해주고, 작은 것에도 기뻐하거나 걱정해 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이런 하나하나가 모여 연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진들은 ‘왜 당신은 섹스를 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참가한 2000명은 ‘당신은 성생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 56%와 여성 57%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질문의 내용을 약간 바꿔 ‘당신은 성관계를 충분히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6%의 여성과 68%의 남성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노인 성생활의 증가 추세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21년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대학원생이 서울에 거주하는 65살 이상 노인 1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19.5%가 현재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며, 빈도는 월 평균 1.37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빈도는 한 달에 한 번인 경우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두 달에 한 번(4명), 한 달에 두 번(4명), 한 달에 세 번(2명), 일주일에 한 번(1명), 1년에 두 번(1명) 순이었다. 현재 성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가진 평균 연령이 남성의 경우 63.1살, 여성의 경우 57.4살로 전체 평균이 61.3살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멋있는 이성을 보면 여전히 좋고 흥분되는가’라는 질문에 남자 노인의 84%, 여자 노인의 14.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여성은 덜한 반면 남성은 아직도 멋있는 이성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황혼 연애는 돈과 물질과 수천 번의 말을 되풀이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다. 서로의 아픔을 치유시켜 주고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우정이 노년에 어울리는 사랑이 아닐까. ​인생은 마치 춘화현상과도 같다. ​인생의 꽃은 혹한을 거친 뒤에야 아름답게 피는 법이다. 

​황혼녘의 그윽한 사랑! 평온하게 앞날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노년에 어울린다. "산앵도 나무 꽃이 펄럭펄럭 나부끼네. 어찌 그대 그립지 않겠냐마는 그대 머무는 곳 너무 머네" 공자는 '진정 그리워한다면 거리가 멀 까닭이 없다'고 했다. 용기를 내 볼 일이다. 

​‘성격은 얼굴에서 나타나고, 본심은 태도에서 나타나며, 감정은 음성에서 나타난다. 센스는 옷차림에서 나타나고, 청결함은 머리카락에서 나타나며, 섹시함은 옷맵시에서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연애 할 때 참고해 볼 만하다.

​​- 모든 연애가 그렇듯 황혼기의 연애 또한 마냥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일단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켜보라. ​호감을 갖고 시작했으나 '돈 문제'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6개월~1년은 시간을 갖고 상대를 지켜봐야 한다. "집안에 행사가 있는데 부모로서 줄 돈이 없다. 300만~400만 원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금전적 요구를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과거의 배우자와 너무 닮은 사람은 주의하자. ​전  배우자를 '대체'하는 사람으로 여기면 안 된다. 이런 감정으로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없다.

​*폭력적인 사람인지 미리 확인하고 피하라.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돌변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매너가 좋았던 사람이라도 언쟁을 하다가 말을 함부로 한다 거나 몸을 밀친다 거나 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들어보라

​*황혼 연애 권유도 '잘' 해야 한다. ​자녀의 연애-재혼 권유가 자칫 부모에겐 '나는 더 이상 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홀로 된 부모의 소중함을 충분히 표현하면서 가볍게 시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