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3.02.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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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는 청렴한 선비를 상징, 시문이나 화조화의 소재로 등장
경산 남천강에 '백로'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경산의 남천강은 맑고 푸른 물줄기를 따라 사시사철 철새들이 날아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예전부터 서식하는 오리, 까치, 까마귀, 백로 등이 어우러져 새들의 천국을 만든다. 푸름이 사라진 겨울철엔 하얀 백로가 집단으로 물고기를 채집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백로(白鷺)는 황새목 왜가리 과에 속하는 새로서 북아메리카 북부와 일부 태평양 섬을 제외한 전 세계에 68종이 있다. 한국에는 약 15종이 알려져 있다. 몸길이는 28∼142cm이며 종에 따라 큰 차가 있다. 날개는 크고 꽁지는 짧다. 다리와 발은 길며 목도 길고 S자 모양으로 굽는다. 넓은 부리 왜가리를 제외하고는 부리가 길고 끝이 뾰족하다. 깃털 빛깔은 흰색·갈색·회색·청색 등이며, 얼룩무늬 등과 같이 무늬가 있는 종도 있다.

'백로'들의 놀이 공원.  사진 여관구 기자.

수목이 자라는 해안이나 습지(민물과 바닷물)에 서식한다. 종에 따라 단독 또는 무리 생활을 하나 번식 기간 중에는 무리 생활을 하는 종이 많다. 대개 새벽이나 저녁에 활동하며 일부 종은 야행성이다.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고 서 있거나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는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각종 수생동물, 소형 포유류, 파충류, 새, 곤충 등을 먹는다. 번식할 때는 무리를 지어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틀지만, 드물게는 땅 위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흰색·파란색 또는 연노랑색 알을 3∼7개 낳는데, 암수 함께 품고 어미가 토해낸 먹이로 약 2개월간 기른다.

경산 남천강의 '백로'의 놀이터.  사진 여관구 기자.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백로가 희고 깨끗하여 청렴한 선비를 상징해왔으며, 시문(詩文)이나 화조화(花鳥畵)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의 어원을 시조 '백로가'에서 찾는다.

▲ 백로가/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 이씨

가마귀 싸호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마라/ 성낸 가마귀 흰빛츨 새올세라/ 청강(淸江)에 급히 씨슨 몸을 더러일가 하노라

현대 우리말로 풀어보면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가 흰빛을 시기할세라 청강에 기껏 씻은 몸이 더렵혀질까 걱정이구나

시조 '백로가’는 고려 말의 충신이었던 정몽주의 어머니 이 씨가 지은 것이다. '백로가'의 백로는 충신이었던 정몽주를 가리키고 까마귀는 고려를 배반하고 조선을 건국했던 태조 이성계 무리를 의미 한다.

정몽주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간신배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의미에서 지은 시조이다. 정몽주는 고려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충신인 고려삼은(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중의 한 사람이었다. 끝까지 고려를 섬기려다가 선죽교 위에서 이방원이 보낸 무리에 의해 철퇴를 맞고 죽임을 당했다.

처음부터 이방원이 정몽주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생각을 알기 위해 ‘하여가’라는 시를 이해하여야 한다.

▲ 하여가/ 이방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느렁치기 엉켜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백 년까지 누리리라

'하여가를 풀이해 보면, 고려면 어떻고 조선이면 어떠냐 왕조가 달라진들 또 어떠냐 우리도 이런 상황에 몸을 맡기고 오래도록 누리자. 즉 왕조가 바뀐 게 그렇게 큰일인가 시대의 흐름에 맡겨서 함께 잘살아 보자.

 ▲ 단심가 / 정몽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은 변할 리가 있으랴

심성이 꼿꼿한 정몽주는 단심가로 회답했다. 여기서 ‘님’은 고려왕조를 의미한다. 고려왕조에 대한 자신의 충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방원의 ‘하여가’에 대한 답이 ‘단심가’로 돌아오자 이방원은 정몽주를 제거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과연 정몽주가 이방원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면 어떤 역사가 이루어 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