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사람들! 70대 마라토너 강시배, 서자해 씨
달리는 사람들! 70대 마라토너 강시배, 서자해 씨
  • 김응환 ·신문수 기자
  • 승인 2019.04.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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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대표하는 시니어 마라토너 강시배, 서자해 씨

 

대구의 대표적 70대 마라토너 강시배(72) 서자해(75)
대구를 대표하는 70대 마라토너 강시배, 서자해 씨가 취재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라톤에 빠지다!

대구에서 마라톤을 좀 한다는 사람은 이 두 분을 안다. 시니어 마라톤의 대표주자 강시배(72·동구 방촌동), 서자해(75·달서구 신당동) 씨다. 동구 신암동 어느 조용한 카페에서 두 분을 만났다. 인터뷰 후 바로 '목달'(목요달리기) 훈련을 하러 가야 한다는 두 분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재미있다. 강시배 씨는 우연한 기회에 풀코스 완주 기록증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20여 년간 열심히 하던 등산을 잠시 쉬고 마라톤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서자해 씨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마라톤을 하게 되면 20년이나 젊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2003.10.19. 조선일보춘천마라톤대회에서 대망의 SUB-3 달성 / 2:56:35 기록으로 50대 연대별 1위
2003년 10월 19일 조선일보춘천마라톤대회에서 대망의 SUB-3 달성 / 2:56:35 기록으로 50대 연대별 1위

 

강시배 씨의 마라톤 도전기

강시배 씨의 마라톤 도전기를 듣다 보니 정말 대단함을 느꼈다. 50대 중반이던 2002년 11월 영남마라톤대회에 등산화에 반바지 차림으로 첫 하프를 1시간 42분 기록으로 완주하고 마라톤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신천에서 매일 10km씩 연습하며 5개월 만인 이듬해 4월 경주벚꽃마라톤대회에 참가, 하프를 1시간 32분에 완주 이전 기록보다 10분이나 단축하게 된다. 나이에 비하여 조금 늦게 달리기를 시작한 탓에 마라톤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였으나 풀코스 완주라는 목표는 확실히 정했다. 본격적인 달리기 훈련을 하던 중 주로(走路)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멋있는 유니폼을 입고 함께 그룹을 지어 달리는 모습을 보고 2003년 6월 30일 대구마라톤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가을에 개최된 춘천마라톤대회 풀코스 참가 신청을 해놓고, 실력테스트 겸 연습삼아 9월 10일 개최된 영주소백산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참가해서는 5개월 만에 기록을 1시간 25분까지 단축하게 된다.

 

마스터스 꿈의 기록 SUB-3 달성

강시배 씨가 목표로 정한 '마라톤의 꽃' 풀코스 도전은 우리나라에서 주변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는 춘천에서 시작된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은 조선일보춘천마라톤대회를 '가을의 전설'이라 부른다. 당시 풀코스 참가자 수가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2만명 이상 신청했다. 여기에서 2시간 56분 35초의기록으로 당당히 마스터스 꿈의 기록인 SUB-3(풀코스 3시간 이내)를 달성한다. 당시 풀코스 완주자 15,143명 중 146위, 50대 전반부(50~54세)에서 당당히 연대별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사진 기록증 참조)

선수 출신이 아닌 평범한 순수 마스터스로서 남들은 4~5년 피땀 흘려 연습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을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젊어서부터 등산으로 다져온 탄탄한 체력에다 타고난 근성으로 열심히 훈련한 결과였다. 마라톤 경력 17년 차인 강시배 씨는 2007년도 보스턴마라톤대회와 2008년도 동경마라톤대회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풀코스 완주 70여 회, 하프코스 50여 회를 완주하였고, 올해 3월 17일 개최된 우리나라 최고 대회인 2019서울동아마라톤대회 풀코스에 참가해 완주했다.

 

2010년 3월 21일 서울동아마라톤 최고기록 수립 인증서 및 각종 대회 기록증

 

서자해 씨의 마라톤 도전기

올해 75세인 서자해씨의 마라톤 도전기도 강시배 씨 못지않다. 방송을 보다 바로 마라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인근 운동장에 가서 처음부터 15바퀴를 돌아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까지 등산을 자주 하여 기본 체력을 다진 결과로 보인다. 2003년 6월 28일 강시배 씨와 비슷한 시기에 대구마라톤클럽에 가입하고 그해 9월 10일 영주소백산마라톤대회에 참가, 첫 하프를 1시간 48분에 완주했다. 꾸

준히 대회에 참가하며 실력을 쌓아 마침내 대망의 첫 풀코스를 2009년도 경주동아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39분이라는 기록으로 완주한다. 당시 60대 중반의 여자로서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다음 해인 2010년 3월 21일 서울동아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27분 29초의 기록으로 풀코스 최고기록을 세운다.

남자 마라톤에서 SUB-3를 대단한 기록으로 인정해 주듯이 보통 여자 마라톤에서는 30분 늦춰 3시간 30분 이내 기록이면 동호회에서 명인으로 인정해준다. 소속된 대구마라톤클럽 성서지부에서 명인 잔치를 성대히 열어줬다고 자랑했다.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마라톤대회에 풀코스 40여 회, 하프코스 80여 회를 완주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는 50여 개나 된다고 했다.

 

성지순례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 여자부 우승사진 및 각종 수상 트로피
성지순례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 여자부 우승 사진 및 각종 수상 트로피

 

특별한 기록, 특별한 경험

서자해 씨는 특별한 기록과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68세 되던 해에 가톨릭 성지순례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2시간 41분의 기록으로 당당히 여자 1위에 입상했다. 범어네거리 초고층 아파트 입주 전 아파트 계단 오르기 대회에서도 여자 1위에 입상한 특별한 기록도 있다. 당시 이를 취재했던 기자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취재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리고 2013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바로 그 폭탄테러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서자해 씨가 달리는 지점 1km 앞 결승선 근처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는데, 당시 한국에 있던 가족이나 지인들이 안부를 묻느라 한바탕 큰 소동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니어 마라토너의 체력관리

두 분의 체력관리는 아직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72세까지 풀코스를 완주하다 지금은 주로 하프코스를 달린다는 서자해 씨는 매일 밤 9시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 4시면 일어나 5시에 식사를 하고 6시에서 9시까지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고 한다. 마라톤에 빠져 한창 운동하던 때는 매달 빠짐없이 훈련량이 300km 이상을 달렸다고 하고, 아직도 헬스장에 가면 팔굽혀펴기 180회, 윗몸일으키기 130회, 스쿼트 80회를 거뜬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못말리는 운동 마니아다.

그 나이에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고 병원에도 한 번 가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강시배 씨는 동호회에서 매주 실시하는 화달(화요 달리기), 목달(목요 달리기), 일달(일요 달리기)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동호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등산 등 보조운동을 계속한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80, 90세까지 계속 달릴래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물어봤다. 서자해 씨는 계속 좋아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여 80세까지는 하프코스를 달릴 예정이라고 했으며, 강시배 씨는 부상 없이 즐달(즐거운 달리기)하여 90세까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체력관리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구의 대표적인 70대 마라토너 두 분이 노장 마라토너들의 표상처럼 느껴졌다. 마라톤과 등산에 대하여 무용담을 듣고 있으면 이분들이 정말 70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친구들이 "인제 그만 좀 뛰어라 그러다 무릎 다 닳는다"고 핀잔을 주면, 두 분은 적당히 운동하면 무릎이 훨씬 더 튼튼해지고 여지껏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다고 응수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마라톤을 해서 후회해 본 적이 없었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달리겠다고 했다. 젊을 때보다는 훈련량을 조금 줄이고 근력운동 등 보조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두 분은 마라톤을 통하여 건강을 얻었고 많은 사람을 사귈 수 있었다며 마라톤 예찬론을 취재 내내 이어갔다. 70대 마라토너 두 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을 빈다. 파이팅!

 

70세가 넘었지만 아직도 달릴때는 힘이 펄펄, 90세 까지는 달리고 싶다!는 마라토너 강시배 씨
70세가 넘었지만 아직도 달릴때는 힘이 펄펄, 90세 까지는 달리고 싶다!는 마라토너 강시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