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과 일조권의 중요성
난방비 폭탄과 일조권의 중요성
  • 최성규 기자
  • 승인 2023.01.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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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잘 드는 집은 난방비 부담 적어
내 집 마련을 앞둔 사람들은 참고해야

정초에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황당했던 사람들이 많다. 전월 대비 관리비가 깜짝 놀랄 만큼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그 원흉은 바로 가스비 상승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첫째 이유로 들었다. 그 다음이 전례 없는 한파로 인해 길어진 난방 시간이란다. 

갑작스러운 난방비 상승으로 국민들은 당황하기 시작하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세우느라고 부산을 떤다. 추경을 통하여 빈곤층을 대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고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닌가. 일시적으로 보조를 해 준다고는 하나 장기적인 대책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어려움에 부닥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견뎌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가스비 폭탄에 아찔해진 서민들은, 철거했던 연탄난로를 다시 설치한다고들 한다. 쪽방촌 독거노인들은 방 안에서도 양말을 신고 외투를 두 겹으로 껴입고 지낸다. 주부들은 가스비가 겁나서 가스레인지 대신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운다고 한다. 

연일 영하로 내려가는 한파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한파가 찾아온다고 한다.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앞으로의 겨울은 더욱 추워질 것이라 예상된다. 햇빛이 들어오는 낮에는 집 안의 기온이 그나마 조금 올라간다. 한파를 겪어보면서, 태양이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느끼게 된다. 

요즘 같은 일련의 사태는 일조권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친하게 지내는 어느 지인의 집은 하루 종일 따뜻한 햇빛이 들어와서 난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인은 거리낄 것이 없이 탁 트인 정남향 집에 산다. 겨울에는 태양이 남쪽 비스듬히 지나가기 때문에 집 안으로 더욱 깊숙이 햇빛이 들어온다. 

낮에 하루 종일 달구어진 집은 저녁이 되어도 온기가 남아있다. 그 반대로, 건물에 거리거나 향(向)이 안 좋은 집은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요즘은 고층 아파트와 고층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도시를 뒤덮고 있으므로, 방해받지 않는 풍부한 일조권을 가진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내 집 마련을 앞두거나 새로 집을 마련하여 이사하려는 사람들은, 이제 일조권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집을 골라야 한다. 한 번 집을 마련하면 다시 움직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조권은 태양이 낮게 지나가는 겨울에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집을 사려면 겨울에  사라는 말이 있다. 향후 집 앞에 무엇이 새로 생길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일조권이 중요하다 보니, 소송전도 심심찮게 본다. 작년에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를 상대로 인근 다가구주택 주민 14명이 낸 일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관련 법령에 맞게 아파트를 지었더라도 인근 주민들의 일조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