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제쳐두고 시낭송에 빠진 심정숙 회장
본업 제쳐두고 시낭송에 빠진 심정숙 회장
  • 성정분 기자
  • 승인 2023.01.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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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숙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가 주는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심정숙 회장 제공
심정숙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가 주는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심정숙 회장 제공

심정숙(61·대구 수성구) 씨의 본업은 공인중개사이다. 하지만 지금 그를 아는 사람들은 ‘공인중개사 심정숙’보다 ‘시낭송가 심정숙’으로 기억한다. 수성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낭송반 지도교수이자, (사)시읽는문화대구지회 대구시낭송진흥회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서 그 사연을 들어보자.

- 시낭송에 빠진 이유

▶어릴 적부터 시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끔 마음이 울적해질 때면 시집을 찾아 소리 내 읽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면서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렇게 전업주부로 15년을 살다 ‘공인중개사’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보낼 때였습니다. 우연히 지인을 따라간 시낭송회에서 시낭송이란 걸 처음 접했습니다. 그때가 8년 전이었습니다. 그때 느낀 감정은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험한 산길을 오르다 맑은 샘물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날 아름다운 시를 눈이 아닌 소리로 들으면서, 그 소리들이 제 마음을 토닥토닥해주는 것처럼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시낭송에 매료되어 저도 시낭송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 시낭송의 매력, 시낭송을 하면 좋은 점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라 합니다. 시낭송이란 이렇게 마음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며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여, 풍성하게 해줍니다.

한 편의 시를 소리 내어 읽다보면 그 속에서 묻어나는 인생을 배우게 되고, 나의 마음을 움직여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를 읽으면 상처도 꽃이 된다”고 했습니다. 활자로 된 시를 소리 내어 노래처럼 읊다 보면 우리 삶도 시처럼 시간의 곡절을 견디게 하는 힘이 생깁니다.

시낭송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란 이렇게 상처에도 꽃을 피우게 하는 이런 힘이 아닐까요?

- 현재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

▶지금 (사)시읽는문화대구지회 대구시낭송진흥회 회장으로 시낭송을 사랑하는 31명의 회원과 함께 시낭송보급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성대학 평생교육원 시낭송반 지도교수로 3년간 시낭송 지도하며 수강생들이 그간 전국시낭송대회에서 8명의 대상 수상 및 금상 수상등 많은 대회에 참가하여 수상한 게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각종 시낭송대회 심사하면서 올바른 시낭송과 시낭송의 가치에 대해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엔 범어성당 드망즈홀에서 우리문화선양전국시낭송대회를 주최하여 아름다운 우리문화유산을 빛낸 시를 찾아 알리기도 했습니다. 2019년 시낭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달 한 번씩 실시한 시낭송회도 어느덧 40회째가 되었습니다.

매월 네 번째 목요일 저녁이면 시낭송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석하여 본인의 애송시를 발표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누구나 애송시 한 편쯤은 낭송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남대영기념관’에서 ‘가사모(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김남수)’와 함께 ‘시낭송’으로 문을 여는 행사도 2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엔 청도 모계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울림콘서트’라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창 허세를 부릴 나이의 청소년들이 ‘떨림’과 ‘설렘’으로 대중 앞에서 자신의 감성을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대에서 한 편의 시를 가지고 눈을 맞춰 학생들과 함께 낭송하면서 소리에서 또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 시간이 더 많아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지쳐가는 아이들에게 ‘시’로 희망을 전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시를 시험 대비용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읽고 표현해내는 것이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 느꼈다”고 학생들이 얘기하는 것을 보고, 학생들에게 시낭송의 보급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해는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단체 등 마음의 위로를 해야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시낭송으로 마음의 온기를 나누는 봉사활동에 좀 집중하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것도 마음이요 가장 무거운 것도 마음이라 합니다. 시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고 가슴 속 가장 ‘깊은 내면의 울림’입니다

그래서 시낭송을 함으로써 가장 가볍고도 무거운 마음을 움직여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위로하고 슬픔과 고난을 겪는 사람에게는 위로와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목소리가 아닌 가슴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영혼의 소리, 울림의 소리로 올 한해 시를 꽃피우는 꿈을 꿔봅니다

‘시낭송’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시낭송’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하는 심 회장. 취미로 시작한 시낭송이 이제 그에게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자 희로애락을 나누는 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