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삶] 대구 범어역공인중개사 최성규 대표
[일하는 삶] 대구 범어역공인중개사 최성규 대표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3.01.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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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곧 큰 기회였다고 말하는 최 대표. 이원선 기자
위기가 곧 큰 기회였다고 말하는 최 대표. 이원선 기자

 

1990년대 후반에 들이닥친 외환위기는 지금의 시니어들을 폭풍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다. 금융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칼바람을 맞았다. 구조조정이라는 명목하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한창 일할 나이인 40~50대에 퇴직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말이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역공인중개사 최성규 대표(69)도 외환위기를 온몸으로 맞은 대표적인 금융인이었다. 국내 굴지의 생명보험회사에서 지점장을 거쳐 영업국장을 할 때 외환위기를 맞아 해직되었다. 평생 몸담았던 조직에서 이탈하여 10여 년을 방황하다가 인생의 맨 밑바닥을 경험하게 되었다. 더 나아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승부수를 던진 곳이 지금의 일터이다. 50대 중반 시니어의 나이에, 원점에서 다시 인생을 개척하게 된 것이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개업을 한 계기

▶실직 후 오랜 방황을 하면서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개업할 의사는 없었다. 다시 직장에 들어갈 궁리만 하다가 아까운 세월만 보냈다. 막판에 몰리면서 재기(再起)의 카드로 꺼내 든 것은 공인중개사 사무소 개업이었다. 자격증은 2000년에 이미 따 놓았다. 문제는 자금이 한 푼도 없었다. 2009년 수성구 대구여고 근처 뒷골목에 백오십만 원으로 중고 비품을 구입하여 사무실을 열었다. 전국에서 제일 저렴하게 사무실을 차린 기록을 갖고 있다.

위치적인 단점으로 인하여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시대는 디지털시대로 변화하고 있었다. 당시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시작하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검색이 일상이 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영업에만 의존하는 부동산 중개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맨 처음으로 느꼈다.

◆전국 최초로 부동산 블로그 개설

과거 최 대표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산행기 블로그’를 운영하였다. 당시 등산 붐을 타고 산행기가 꽤 명성을 얻고 있었다. 취미 하나로 사람들을 이렇게 모을 수 있다면 이걸 비즈니스로 연결하면 흥행을 거둘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거기에 착안하여 바로 ‘범어역공인중개사’ 타이틀로 부동산 블로그를 열었다. 전국을 통털어서 부동산 블로그를 찾기 힘들던 시기였다.

블로그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 대구의 부동산 경기도 함께 살아났다. 아파트 분양 정보를 올리면 네이버 기사 맨 위에 랭크되었다. 최 대표의 부동산 블로그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경제적인 안정과 명성도 함께 따라왔다. 대구에서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부동산 온라인 마케팅’하면 범어역공인중개사의 최성규 대표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최 대표가 쓴 책은 경제 분양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최 대표가 쓴 책은 경제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블로그 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다

천신만고 끝에 안정기에 접어 든 최 대표는 블로그에 올린 글로 2015년 『아파트, 아는 만큼 내 집 된다』라는 책을 발행하였다. 블로그를 보고 찾아온 출판사의 권유로 찍은 책은 단기간에 2쇄를 돌파하고, 2017년에는 개정판까지 발행하면서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위기가 곧 기회임을 증명해 준 사건이었다.

-공인중개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하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많은 사람이 하는 질문이다. 공인중개사가 되는 길도 기초가 중요하다. 학원에 등록하여 기본과정 교육을 이수하는 것을 권한다. 인터넷 강의보다는 대면 수업을 통해 강의시간에 반드시 집중하고 그날그날 복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 자기 나름의 요약본을 만들어 암기하며,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향후 상대평가로 전환될 예정이다. 상대평가로 바뀌기 전에 꼭 자격증을 따 놓도록 하자.

◆‘현재’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중개사를 하며 느낀 점과 일하는 시니어들의 자세

▶소비자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정보나 지식을 나눌 때는 조건 없이 과감하게 줘야 한다. 고급 정보를 ‘나의 것’이라고 움켜쥐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고객은 그 마음을 읽는다. 아낌없이 줄 때, ‘성과’라는 열매로 돌아온다.

시니어들이 일하려면 먼저 ‘과거의 명예’를 다 버려야 한다. ‘예전에’라는 생각을 버리고, 현재의 옷으로 갈아입고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내 집이 안 팔릴 때 잘 파는 팁이 있다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급하게 꼭 팔아야 한다면 그 단지에서 제일 싸게 내놓아야 한다. 고객은 한 푼이라도 싼 집을 먼저 보려고 한다. 공인중개사들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부동산은 늦게 붐이 일어났고, 놀랄 만큼 하락하였다. 따라서 매도자 입장에선 내 집을 팔 시기가 아니다. 지금도 나온 매물을 보면, 로얄층은 드물다. 그만큼 매도자 입장에서는 싼값에 팔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반면 매수자 입장에선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다. 부동산은 밑바닥을 알 수 없다. 저점에 가까워졌다면 구입해야 한다. 이제 집을 ‘투자’로 여기던 시기는 지났다.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대구 부동산 전망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냉랭하다. 집값이 떨어지는 근본 이유는 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이 멈추지 않는다면, 높은 대출이자와 연계되어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년 내년에 대구에 입주 물량이 많은 것도 하락을 부추기는 변수가 된다. ‘미국 기준금리’에 따라 시장은 좌우된다.

-기억에 남는 집과 고객

▶2013년 부산에 있는 50대 한 고객이 블로그만 보고 신뢰하여, 얼굴도 안 보고 많은 분양권을 사달라고 부탁하여 거래시켜 준 기억이 인상에 남는다. 전화 통화만으로 거래를 성사시켰고, 그 후로도 그 고객을 만난 적이 없다. 온라인이 주는 힘, ‘글’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는 걸 그일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최 대표는 월간 『한국수필』 신인상을 받은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여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첫 수필집 『꿈 찾아가는 길』을 발간하고, 여전히 일하며 틈틈이 ‘자연’을 소재로 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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