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99) 빠름과 재촉의 사회를 살고 있는 노년세대
[원더풀 시니어] (199) 빠름과 재촉의 사회를 살고 있는 노년세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1.1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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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엘빈토플러의 ‘제3의물결’은 정보화 사회로의 출발과 함께 지구촌은 이제 강자와 약자가 아닌 빠른 자와 느린 자의 대결시대가 되었다.

세상은 생각할 기회마저 주지 않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또 정신없이 하루를 마감하면서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 시간이 사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시간을 따르는 사회이다. 우리에게 하루24시간은 누구나 똑같이 갖는 시간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인터넷 환경의 급속한 발달로 내 감정을 알알이 박아서 정성을 다해 쓰던 손 편지는 E메일에 자리를 빼앗기게 되었고 핸드폰이 전 국민의 생활필수품이 되어 소통과 만남을 대신하게 되었다. 공장, 기계, AI 로봇, 각 산업현장 등 어디서든 새로운 정보를 빨리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다.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무슨 일이든지 신속을 요하고 ‘시간이 없다’가 입버릇이 되어버린 의식구조의 변화와 함께 SNS의 활용이 생활필수가 된 정보화시대다. 빠른 사회발전은 속도와 효율성이 강조되는 현대문명의 빨리 빨리를 생활화 시켜서 인사도 ‘안녕하십니까?’ 대신에 ‘많이 바쁘시죠?’로 변했고 식당에 가면 무얼 먹을 것인가 보다 ‘빨리 되는 게 뭔가요?’ 그리고 주문받고 돌아서서 나가는 종업원의 뒷모습이 사라지기도 전에 ‘아직 더 기다려야 되나요?’를 연발하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에겐 스마트 폰이 신체의 일부가 되어 잠 잘 때도 곁에 두고 몇 번씩 E메일을 확인하는 습관이 일상화 되었으며 잘못된 정보가 수없이 쏟아져 나와서 우리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우리는 빠름 속에서 벗어날 겨를도 없이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본래의 전통적인 느림과 여유의 미덕도 되돌아보아야겠다.

지금의 노년세대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천과정을 살아오면서 빠른 경제 성장에 주력했고 이것이 우리에게 빨리 빨리에 익숙해지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은 보통 100년이 넘게 걸린 산업사회로의 변천이 우리는 40년 만에 농경에서 산업사회로 변화시켰고 그 결과 6.25종전 후 67달러의 국민소득이 2000년의 1만달라에 이르는 ‘한강의 기적’이란 경제성장의 신화를 만들었다. 그 시절의 주역이던 지금의 노년세대들은 이제 일터에서 물러나 수명연장과 함께 평생 못 가져본 수십 년의 자유시간을 백지수표로 가지게 된 현실이 되었다. 듣기 좋아 은퇴지 나이 먹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능력과 무관하게 일자리를 놓아야 했고 그래서 지금의 노년세대를 갑자기 당황스럽게 만든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할 만큼 했다. 이제는 차분하게 주위를 살펴볼 때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삶을 새롭게 다져야 할 때다. 평생을 쓸 줄도, 놀 줄도 모르고 오직 모우기만 하며 부모봉양에 자식 키우는데 몸바쳐왔지만 이제는 남는 게 시간뿐이다. 그런데 시간관리는 누가 해줄 수도 없는 것이다. 오직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과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시간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서 자기 것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세월이 그렇게 길지 않다.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기자.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