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98)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
[원더풀 시니어] (198)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1.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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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소설 ‘별주부전’을 보면 용왕이 병에 걸려서 토끼의 생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하니 문어와 자라(별주부)가 서로 토끼를 잡아오겠다고 한다. 의논 끝에 자라가 토끼그림을 가지고 육지로 나와서 토끼를 만나고 용궁에 가면 잘 살 수 있다고 유혹한다. 토끼는 유혹에 넘어가 자라 등에 업혀서 수궁으로 간다. 속은 줄 알게 된 토끼의 지혜로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하니, 육지의 동물들을 잘 모르는 용왕은 자라에게 다시 육지로 데려가서 가져오도록 한다. 육지에 도착한 토끼가 자기의 간이라면서 산삼을 보내서 용왕의 건강을 회복하게 한다. 허영심에 대한 경계를 풍자와 함께 위기에 처하더라도 지혜로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토끼 이야기다. 이외에도 토끼가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을 순간에 물가로 데리고 가서 호랑이가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와 싸우게 해 놓고 유연하게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도 있고, 호랑이에게 맛있는 물고기를 잡으려면 꼬리를 물속에 담그고 있으면 된다고 해서 꼬리가 물에 얼어붙게 해놓고 도망치는 이야기 등 토끼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민담이 많다. 보름달 속에서 옥토끼가 떡방아 찧는 모습을 상상하는 동화에서도 토끼는 우리 정서와 친근한 동물이다. 토끼는 번식력이 강하여 1년에 4~6회 임신하며 30일정도 지나면 4~6마리의 새끼를 놓는다. 그래서 토끼가 상징하는 이미지를 총명, 지혜와 꾀, 풍요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계묘년의 새해를 맞아 토끼의 지혜를 새롭게 생각해 본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지식은 학습과 경험을 통한 정보 및 사실의 수집을 의미하지만 지혜는 실생활에서 학습과 경험을 적용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지식은 체계화된 정보일 뿐이지만 지혜는 실용적인 삶에 대한 지식을 구현하는 것으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것이다. 교수들이 지난해의 우리나라 현실사회를 표현한 대표적 사자성어로 ‘잘못인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이는 거대양당으로 갈려서 끝없는 말싸움을 벌리고 있는 우리정치판의 일부 국회의원 모습에서 잘 보고 있다. 세상만사를 내 보고 싶은 부분만 보거나 아니면 보이는 부분만보고 그것이 전부인양 우기는 태도가 문제다. 내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뀌는데 우리는 세상이 바뀌고 상대가 바뀌기만을 바란다. 그것도 자기가 바라는 대로 바뀌기를 원한다.

노년세대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살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젊은이들을 지도하고 젊은이들은 어른들을 잘 따라서 나이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던 사회였다. 이제는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세상을 바로보고 처신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아직도 과거의 틀 속에서 현재를 바라보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세상과 우리의 삶은 계속 변하는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고치지 못한다면 젊은이들에게 노년세대는 영원히 꼰대요 수구꼴통이 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벼슬이던 시대는 지났다. 내가 가진 생각이 전부가 아니고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 없 이 쏟아지는 SNS를 통한 허구와 진실이 뒤죽박죽이 되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뉴스거리만 되면 마구 퍼 나른다. 진실은 차후문제로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나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남도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세상과 소통하면서 슬기로운 대처를 위해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