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아름다운 대구 불로동 고분군
노을이 아름다운 대구 불로동 고분군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3.01.0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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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 년 시간을 거닐고 노을과 마주하다
고분군 노을이 아름답다. 박미정 기자
고분군 노을이 아름답다. 박미정 기자

 

대구에서 비교적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원한다면 불로동 고분군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여행지다. 5세기경 신라시대에 조성된 무덤이 200여 개나 모여 있다. 크고 작은 고분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어 한적하고 평화롭다. 

고분군 산책로에 방문객이 걷고 있다. 박미정 기자
고분군 산책로에 방문객이 걷고 있다. 박미정 기자

 

불로동 고분군의 하이라이트는 저녁노을이다. 옛 무덤 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봉긋한 고분 사잇길을 걷다 보면 마음도 둥글둥글 여유롭다. 부드럽고 완만한 산책로에 아이들과 손잡고 느릿느릿 걷는 나들이객들이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고분군 표지판. 박미정 기자
고분군 표지판. 박미정 기자

 

불로동 고분군에는 지름 21~28m, 높이 4~7m에 이르는 봉분들이 능선을 따라 가득하다. 고분에서는 금귀고리, 유리구슬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비롯해 화살촉과 도끼가 발견되었다. 무덤 주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출토된 유물로 보아 4~5세기경 이 일대에 살던 부족의 지배 세력 무덤으로 추정된다. 

봉분사이로 나무 한 그루가 그림같다. 박미정 기자
봉분사이로 나무 한 그루가 그림같다. 박미정 기자

 

'불로동'이라는 이름은 왕건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공산전투에서 패배 도주하던 고려 태조 왕건이 이 마을에 이르렀는데, 어른들은 모두 죽고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는 이름이다. 

고분군에서 본 풍경. 박미정 기자
고분군에서 본 풍경. 박미정 기자

 

고분군 풍경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늦은 오후가 장관이다. 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봉분들은 한층 부드럽고 따뜻해 보인다. 낮과 밤이 공존하고 옛 시간과 현재의 삶이 어우러지는 고분군의 광활한 풍광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굽은 소나무가 멋스럽다. 박미정 기자
굽은 소나무가 멋스럽다. 박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