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서평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서평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12.29 09: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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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의 애잔한 질문에 대한 아름다운 해답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표지. 도서출판 열림원 제공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표지. 도서출판 열림원 제공

김지수 기자(조선일보)가 지난 2019년 가을 췌장암 투병 중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인터뷰하고 쓴 기사(‘김지수의 인터스텔라’)가 나가자 많은 사람들이 선생의 마지막 메시지에 깊이 감응했다. 이에 김지수 기자는 이어령 선생과 1년 동안 16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유언과 같은 마지막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냈다.

가끔 불시에 건강이 나빠져서 인터뷰를 취소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이어령 선생은 화요일마다 후세들을 위해 자신이 닦아 온 가장 귀한 것을 아낌없이 전달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김지수 기자가 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다.

작가는 ‘이 책은 죽음 혹은 삶에 대한 애잔한 질문의 아름다운 해답이며, 인터뷰 전문 기자인 자신의 가장 달콤한 꿈이었다.’ 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제1장 ‘다시, 라스트 인터뷰’에서 제16장 ‘작별인사’에 이르기까지 이어령 선생은 문필가로서, 교수로서, 공직자로서 자신이 쌓아 온 일평생의 지혜와 철학을 전수하고 있다.

- “평생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동양에선 덧없는 것을 꿈(夢)이라 하고 서양은 판타지를 꿈(dream)이라 하죠. 나는 평생 빨리 깨고 싶은 악몽을 꿨어요.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빠져 외길을 걷는 꿈, 어릴 때 복도에서 신발을 잃고 울던 꿈, 맨발로 갈 수 없던 공포, 뛰려면 발은 안떨어지고, 도망가보면 아무도 없는 험한 산길이었지요. 자기 삶의 어두운 면이 비치는 게 꿈이에요. 깨면 식은땀을 흘리고 다행이다 했어요.

현실에서 눈뜨고 꾸는 내 꿈은 오직 하나였어요. 문학적 상상력, 미지를 향한 호기심…….”

- “요즈음엔 어떤 꿈을 꾸십니까?”

“빅뱅처럼 모든 게 폭발하는 그런 꿈을 꿔요. 너무 눈이 부셔서 볼 수 없는 어둠, 혹은 터널 끝에 보이는 점 같은 빛. …… 죽음이 내 곁에 누워 있다 간 느낌…… 시계를 보면 4시 44분 44초일 때도 있어요.(pp 313-4, 라스트 인터뷰)

-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받았던 가방, 알코올 냄새가 나던 말랑말랑한 지우개처럼.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모두 선물이더라고…….”(p442, 라스트 인터뷰)

이어령 선생은 ”영화감독이라면 그는 마지막 ‘END’ 마크 대신 꽃봉오리를 하나 꽂아놓겠다.”라고 했다.

그는 올해 2월 26일 향년 88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김지수(1971∼) 기자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패션지 보그의 에디터를 거쳐서 현재 조선일보 문화부 전문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2015년부터 조선비즈의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운영하면서 빌 게이츠, 말콤 글래드웰을 비롯하여, 이어령, 김난도, 오은영, 김완선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싣고 있다.

  • 책 이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지은이: 김지수
  • 펴낸 날: 2021년 10월 28일
  • 펴낸 곳: 도서출판 열림원
  • 값: 1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