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도 시인의 시비 '루오의 손'
김원도 시인의 시비 '루오의 손'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11.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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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루오의 손" 당선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전시관 앞
매일신문사 뒷편에 있는 '김원도' 시인의 시비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故김원도 시인의 시비가 대구 중구 약령길 매일신문사 뒤편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전시관 앞에 있다. 故김원도 시인은 김원일 작가의 막내 동생이다. 

시비는 故김원도 시인 22주기를 맞이하여 1997년 8월 대구지역 문인들이 김원일 작가의 당시 사저(私邸)인 달성군 가창면에 설치하였으나, 부지가 오래전 타인에게 매도되면서 관리의 필요성 및 문학적 가치를 기념하고자 지난해 7월 지금의 곳으로 이전했다.

약령길 매일신문사 뒷편 김원일의 마당깊은집 전시관 앞 '루오의 손' 시비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故김원도 시인은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주로 대구에서 성장했다. 1971년 '주민문학회'를 결성해 대구의 젊은 문학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학운동을 주도했다. 

197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루오의 손'이 당선된 이후 순수하고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시를 썼다. 누추하고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도 누구보다 아름다운 꿈을 가졌으며 치열하게 삶을 사랑했다. 그는 이 세계와 삶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고뇌의 시편들이 담긴 '김원도 시집'을 남기고, 1975년 8월 29일 스물다섯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김원도 시인의 시비에 새긴 '루오의 손'

빈 마을에 내리는 비/ 화가(畫家) 루오의 손은/ 저 혼자 울고 있다/ 窓 앞에/ 뚝뚝 떨어지는 어둠을 보고 있다/ 나이보다 젊은 그림자 하나가/ 뼈 부딪는 소리를 내고/ 대장간에도 내리는/ 마음의 비/ 저 혼자 팔뚝은 움직이고 있다/ 손 안에 지워지지 않는 어둠이/ 영혼의 풍금소리를 내고/ 聖母 마리아/ 당신의 순수한 밤은/ 빈 마을을 울리고 있다/ 먼 하늘에 伝說같이 들리는/ 부엉이의 울음/ 팔뚝을 적셔 내리며/ 눈물로 흐르고 있다/ 손매듭 뚝뚝 꺾고 있는/ 화가 루오의 손/ 언제까지 저 혼자서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