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를 쪼아 겨울 채비에 나선 직박구리!
홍시를 쪼아 겨울 채비에 나선 직박구리!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2.11.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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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이라 하여 일부로 남겨 놓은 감은 아닌 모양이다
배가 터지도록 먹어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겨울 채비에 최선이란다
가는 나뭇가지 끝으로 달린 쪼가리 홍시를 탐하는 직박구리. 이원선 기자
가는 나뭇가지 끝으로 달린 쪼가리 홍시를 탐하는 직박구리. 이원선 기자

에메랄드빛으로 푸른 하늘 아래 감나무 몇 그루 오종종 서서 시린 바람에 맞서고 있다. 낙엽 진 잔가지 끝으로 몇 개 안 남은 감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남은 숫자상으로 보아 사람들이 까치밥이라 하여 일부로 남겨 놓은 감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통째로 남겨 놓았다 하여도 이제는 듬성듬성한 것이 몇 알 안 남았다. 새들이 먹어 치우고 홍시로 떨어지고 보니 더 애잔하여 지키고 싶단다.

애잔한 감나무와는 달리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의지한 직박구리 한 마리가 진즉부터 감을 노려보고 있다. 햇빛에 주홍빛으로 빛나는 감을 노려본 지도 벌써 일각 여 남짓, 목석이라도 된 듯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도 잠시 늦가을이 초겨울을 손짓하여 불러들인 세찬 바람이 건들바람을 밀어낸 자리로 감이 흔들린다. 시계불알 모양으로 좌우로 휘청거려서 흔들거린다. 행여나 떨어질까 봐 조바심으로 노려보다간 결심을 굳혀 나래를 편다. 그네를 타는 듯 훌쩍 올라타서는 감과 같이 흔들거린다.

이미 몇몇 동무들이 다녀갔는가? 쪼가리로 남은 홍시건만 욕심을 거두지 못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옆으로 몇몇 감이 달렸지만 아직은 홍시가 아닌가 보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위태위태하여 떨어질까 조바심으로 지켜보는데 직박구리는 그마저도 태연자약으로 즐기는 모양새다. 마침내 바람도 나뭇가지도 평온 찾아서 멈춘다. 겨울 채비에 바쁜 그에게는 이만한 기회가 없어 절호의 찬스인 모양이다. 아예 머리를 처박아서 배를 채운다. 한참 동안 감을 파더니 창공으로 몸을 띄운다. 아마 달인 속을 달래려 물을 찾아 길을 나선 모양이다.

사람들이 겨울 채비로 외투를 꺼내 손질하고, 보일러를 손보고, 연탄을 들이고, 두꺼운 이불을 준비하고, 문틈 사이로 새어드는 황소바람을 잡도리하고, 김치를 담그는 등으로 부산한 반면에 새들의 겨울 채비는 오로지 먹는 것이다. 먹을 수만 있다면 먹고 또 또 먹는 것으로 겨울을 맞고 싶단다. 영양가가 많은 감 따위를 배가 터지도록 먹어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겨울 채비에 최선이란다.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마리가 날아든 밑으로 몇몇 마리가 차례를 기다려 분주히 우지지고 있다. 옆에 달린 것 들은 빛 좋은 개살구로 덜 익어 못 먹겠단다. 땡감이라 쓰다며 내 몫을 남겨 달라고 목을 길게 늘이고 있다. 나도 이 겨울을 온전하게 나고 싶다며 애절한 눈빛으로 차례를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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