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네? ‘문경돌리네습지’...석회암 지대 습지로 국내 유일
돌리네? ‘문경돌리네습지’...석회암 지대 습지로 국내 유일
  • 정재용 기자
  • 승인 2022.11.14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공장이 세워졌던 문경
석회암 동굴은 많아도 습지는 문경돌리네가 유일
문경돌리네습지 리플릿 캡처
문경돌리네습지 리플릿 캡처

돌리네? 뭘 돌리지?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지난 9월 23일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544에 위치한 문경돌리네습지를 탐방했다. 돌리네(doline)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카르스트(karst) 지형에서 관찰되는 원형 또는 타원형의 움푹 파인 땅’을 일컫는 독일어다.

해설자는 “우리나라에 습지가 49군데 있는데 석회암 지대에 조성된 습지는 문경돌리네습지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데는 5곳에 불과하다. 문경은 석회암 지대로 400여 개의 지하 동굴이 있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잘 녹는다. 녹은 물은 배수구를 따라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긴 게 석회암동굴이다. 이런 곳에 습지가 조성돼 있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고 했다.

곳곳에 안내판 세워져 있다. 정재용 기자
곳곳에 안내판 세워져 있다. 정재용 기자

‘문경돌리네습지’는 굴봉산(399.8) 서쪽 자락의 해발 270~290m에 위치해 있으며 그 면적은 494,434㎡으로 약 15만 평에 이른다. 둘레는 약 3.2km로 한 바퀴 도는데 걸어서 1시간에서 1시간 반 걸린다. 북쪽으로 멀리 운달산((雲達山, 1103.2)이 둘러있고 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삼강나루를 지나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운달산 기슭에는 588년(신라 진평왕 10)에 승려 운달이 건립한 김룡사(金龍寺)가 있다. 예천 삼강리가 고향인 채귀매(68) 씨는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김룡사까지 걸었다”고 했다. 절에서 자고 이튿날 쌍용양회를 견학하는 코스였다.

김룡사 안내판. 정재용 기자
김룡사 안내판. 정재용 기자

문경돌리네습지는 2011년 생태 경관 우수지역 발굴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2017년 6월 15일 환경부에서 국내 23번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한층 유명해졌다. 인근 부곡리에 살고 있는 한상호(70) 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공장인 ‘쌍용양회’가 문경에 세워진 것은 이 지역이 석회암지역인 까닭이다. 석회석은 물에 잘 용해되므로 물이 고이지 않기 마련인데 이곳 돌리네는 특이하게도 한가운데서 물이 솟아나고 습지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멀리 운달산 정상이 보인다. 정재용 기자
멀리 운달산 정상이 보인다. 정재용 기자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1957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공장으로 설립됐다. 준공식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했다. 196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여 전국에서 수학여행을 오고 관광객이 몰려들었으나 2018년 6월 원자재 고갈과 생산성 저하로 문을 닫는다.

한 씨는 “습지 서쪽에는 길이가 1km에 이르는 석회동굴이 있다. 이 동굴이 배수구 역할을 하므로 연중 일정한 수량이 유지되고,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이곳 습지에서 벼농사를 지어왔다”고 했다.

지금은 모두 철거해서 비탈에는 밭을 일궈 농사를 짓고 과수를 가꾸던 흔적이 남아있는 상태다. 해설자는 “지금 여기서 나는 쌀의 반은 동물의 먹이로 쓰이고 반은 독거노인에 제공된다. 주위에 메뚜기, 개구리, 뱀이 많은데 길이가 보통 1.5m 정도이고 3m 넘는 구렁이를 촬영한 적이 있다”고 했다. 걷다보면 단풍나무 연리지를 볼 수 있다. 

동식물이 살아가지 좋은 환경이다. 정재용 기자
동식물이 살아가지 좋은 환경이다. 정재용 기자

돌리네습지 탐방로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고 습지 위로는 데크(deck) 길이 조성돼 있다. 탐방로 곳곳에는 생태계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원앙, 붉은배새매, 새매, 수리부엉이, 소쩍새, 황조롱이, 담비, 수달, 삵, 구렁이 등의 희귀동물이 살고 있고 들통발, 낙지다리, 쥐방울덩굴, 꼬리진달래 등의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꼬리진달래는 6, 7월에 피는데 흰색이다. 식충 식물 등통발은 물 위에 떨어진 나뭇잎 모양이었다.

간판 하나는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꼬리명주나비는 우리나라의 고유종으로 하천변을 포함한 산과 들에 서식하며,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는 유일한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을 먹고산다. 식물은 저마다 지키는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비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한다. 배추흰나비는 배추에 알을 낳고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에 알을 낳는다.”

습지에 곳곳에 웅덩이가 있는데 깊이가 기본적으로 2~3m, 가장 깊은 곳은 6m에 이른다고 하는데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안 보인다.

수심이 평균 2~3m, 가장 깊은 데는 6m에 이른다. 정재용 기자
수심이 평균 2~3m, 가장 깊은 데는 6m에 이른다. 정재용 기자

습지는 연중무휴로 09:00~18:00 운영되며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포장이 잘 돼 있다. 주차장에서 습지 초소까지는 전동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용료는 왕복기준으로 성인 1800원, 청소년 및 군인 1400원, 어린이 800원이다. 주차요금과 습지 이용료는 무료다. 자세한 것은 문경시청 환경보호과 생태지질팀(054-550-6840)으로 문의하면 친절히 안내 받을 수 있다.

전동차로 습지 입구까지 갈 수 있다. 정재용 기자
전동차로 습지 입구까지 갈 수 있다. 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