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J. P. 포마레 ' 콜 미 에비'
[장서 산책] J. P. 포마레 ' 콜 미 에비'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2.11.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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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소녀와 그녀를 감금한 남자.

잃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날 때, 충격적 진실이 밝혀진다!

이 책의 지은이 J. P. 포마레(J. P. Pomare)는 뉴질랜드 작은 마을의 종마 목장에서 4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 그 후 호주 멜버른에 정착해 호주 문단에 몸담아 활동했다. 마케팅 쪽 일을 하면서 습작을 병행해 여러 호주 잡지에 기고한 바 있으며, KYD출간 원고상을 비롯한 여러 창작상을 수상하거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콜미 에비'는 그의 첫 장편 데뷔 소설로, 뉴질랜드 미스터리 및 스릴러 소설 문학상인 나이오 마시 상 데뷔작 부문의 우수상으로 등극했다. 옮긴이 이순미는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가 영어교육에 뜻을 품고 영어교육콘텐츠 개발분야에 뛰어들어 10여 년간 영어교육과 개발전문가로 일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콜 미 에비는 6부로 이루어져 있고, 사건 '이후'와 '이전'으로 반복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본명이 케이트인 17세 소녀 에비는 삼촌인 짐과 함께 호주 시드니에서 뉴질랜드 마케투의 작은 마을에 온다. 짐은 케이트의 기억을 되찾아 준다는 명목으로 에비의 일상 생활을 감시하고, 에비는 짐에게서 벗어나려고 여러 번 시도하지만 끝내 탈출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이 소설은 마지막 부분에서 이후와 이전으로 전개되던 시점이 양쪽으로 통합되고 짐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짐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에비로 조작하는 일을 꾸미는 악한으로, 에비는 삼촌인 짐에게 이용당하는 착한 소녀로. 왜냐하면 소설의 화자가 대부분 에비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고등학생인 소녀와 중년 남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어린 소녀에게 동정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다가 결말 부분에서 짐의 정체가 드러나면서부터 독자들은 무자비한 반전에 충격을 받게 된다.

기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짐이 누구인지 궁금하였다. 톰의 친구인가, 아니면 에비와 관계를 가진 윌로우의 아빠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윌로우의 아빠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잘못된 추리였다.

이 소설은 무분별한 인터넷의 사용이 가져오는 해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케이트가 사귄 남자 친구 톰은 사진가가 꿈이고,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긴다. 케이트와 사이가 멀어지면서 톰이 올린 동영상 때문에 케이트는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서 줄거리를 상상해보기 바란다.

"그날 밤의 냄새, 교외의 고요함, 하늘의 별들, 차가운 공기. 이건 꿈 그 이상이다. 너무도 선명하고 생생하다. 알고 있다. 이것은 내 기억이다. 그리고 그 곳에 톰이 있다. 나는 화가 나 있다. 내 팔과 다리는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다. 내가 말했듯이 몸이, 그리고 나의 손끝이 기억하고 있다. 벽돌에서 나온 모래의 감촉, 뼈가 으깨지는 소리. 그 기억은 육체적인 것이다. 떼어내면 피가 나오는, 딱지와도 같은 것이다."(5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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