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누워 지내시는 모든 노인이 간직한 심정
병원에 누워 지내시는 모든 노인이 간직한 심정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2.11.1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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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님들! 댁들이 저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어느 작은 병원에서 한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할머니의 짐을 정리하다가, 이 글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이 글은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소개되기도 했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전해졌습니다.

간호사님들! 무엇을 보시나요? 댁들이 저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현명하지도 않고, 변덕스러운 성질과 초점 없는 눈을 가진 투정이나 부리는 늙은 노인으로만 보이겠지요. 음식을 질질 흘리고, 대답을 빨리빨리 못하냐고 큰 소리로 말할 때면, “전 정말 당신들이 좀 더 노력하기를 원했습니다!” 당신들이 귀찮다고 주먹질을 할 때는 맞아 가면서도..

"전 정말 잘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용기를 내어 헛손질이나마 싸우고 싶었던 것이랍니다"

댁들이 하는 일도 못 알아차리는 것 같이 보이고, 양말이나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 늙은 노인으로 밖에는 안 보였나요? 저항하든 말든 목욕을 시킬 때는 설겆이 그릇만도 못하고, 댓돌만도 못한 내 몸뚱이에 눈물도 쏟아 냈지만, 흐르는 물에 감추어져 당신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닌 그냥 먹여주는 댁들의 눈에는 가축보다 못난 노인으로 비추어 졌던가요? 댁들은 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나요? 댁들은 저를 그런 식으로 보시나요?

​제 팔에 든 수많은 멍을 보고 당신들은 도화지 속에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망가진 보라색 도라지 꽃으로 보이든가요?

​간호사님들!

그렇다면 이제 눈을 뜨고, 그런 식으로 절 보지 말아 주세요. 이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나의 의지는 상실되어 댁들이 지시한 대로 행동하고, 나의 의지가 아닌 댁들의 의지대로 먹고, 온몸에 멍이 들어도 아픔을 삭혀야 되었던 제가 누구인지 말하겠습니다!

​제가 '열 살' 어린아이였을 땐 사랑하는 아버지, 사랑하는 어머니도 있었고, 형제들과 자매들도 있었답니다.

'열여섯' 이 되었을 땐 발에 날개를 달고, 이제 곧 사랑할 사람을 만나러 다녔답니다.

'스무 살' 땐 사랑을 평생 지키기로 약속한 '결혼 서약'을 기억하며, 가슴이 고동을 쳤답니다!

​'스물다섯 살' 이 되었을 땐 안아주고 감싸주는 행복한 가정을 필요로 하는 당신들의 어린시절과 같이 귀엽던 어린 자녀들이 생겨났답니다.

​'서른 살' 이 되었을 땐 여러명의 자녀들과 서로 오래도록 지속된 가족관계가 맺어졌답니다.

​'마흔 살' 이 되었을 땐 어리기만 했던 아들 딸들이 성장해서 집을 떠나게 되었지만, 남편은 제 곁에 있어 슬프지는 않았답니다.

​'오십 살' 이 되었을 땐 제 자식들은 당신들 처럼 직장에서 일을 하고, 손주를 제 무릎에 안겨주며, 그때 비로소 인생의 맛을 느끼는 저 자신을 알게 되었답니다.

​마침내 어두운 날들이 찾아와 내 옆에 있던 이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나가면서,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 보니 두려운 마음에 등골이 오싹해졌답니다.

​자녀들이 모두 자기의 자식을 키우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난 내가 알고 있던 지난날들과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답니다.

​저는 이제 늙은이가 되었는데, 참으로 우습게도 늙은이를 바보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들을 보면서, 세월은 참으로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몸은 망가지고 우아함과 활기는 제게서 떠나버렸고, 한때는 마음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무딘 돌이 되어 버렸답니다. 시체와도 같은 이 늙은이 속에는 아직도, 어린이 같은 마음이 살아 있어, 가끔씩 다 망가진 이 가슴이 부풀어 오를 때가 있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젊은 시절처럼 사랑도 하고 싶다는 꿈도 꾸어 본답니다. 즐거웠던 일들을 기억해 보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을 기억해 보면서, 난 지금 다시 한 번 삶을 사랑하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너무 짧고 빨리 지나간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이제, 사람들이여! 눈을 떠 보십시오! 눈을 떠 보십시오! 투정이나 부리는 늙은이로 보지 말고, 좀 더 자세히 “나를” 봐주세요! 당신의 아버지는 아니나 아버지일 수도 있고, 당신의 어머니는 아니나 어머니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가축에게 모이를 주듯하지 마세요. 그냥 먹고 싶습니다. 멍들게 하지 마세요. 가슴속에 멍을 안고 이 세상을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스코틀랜드 조그만 마을의 한 할머니 詩입니다만, 아련한 아픔이 저며오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