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야 할 '꽃뱀' 상식
꼭 알아야 할 '꽃뱀' 상식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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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목뱀', '꽃뱀', '풀뱀'이라 하며
어금니 부위에 독이 있다
꽃뱀이 개구리를 물고 있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어느날 경산 남천강에 큰물이 지나가고 나서였다. 자갈밭과 풀숲을 지나는데 황소개구리 새끼가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 자그마한 꽃뱀이 개구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개구리가 먼저 물속으로 뛰어 들었고, 꽃뱀이 뒤쫓아가는 모습도 포착했다. 쫓고 쫓기는 긴장된 시간이 지나고, 잠시후 꽃뱀이 황소개구리 새끼를 입에 물고 나오는 것이다. 개구리 뒷다리에 독이 퍼졌는지 쭉 펴져 있었고, 앞다리로 발버둥 치고 있었다. 

꽃뱀이 개구리를 잡으로 풀숲속을 지나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유혈목뱀의 몸길이는 0.5~1.2m로, 국내에 사는 뱀 중에서는 대형이며, 무자치와 더불어 흔하게 볼 수 있다. 노년층들 중에서는 이 뱀을 '화사'(花蛇)라고 부르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꽃뱀이라는 단어의 유래가 된 뱀으로 원래는 꽃무늬가 있는 예쁘게 생긴 뱀이라는 의미였다. 먹이는 개구리와 도롱뇽 같은 양서류로서 국내 서식하는 뱀 종류 중에선 능구렁이와 함께 두꺼비를 잡아먹는다.

꽃뱀은 2종류의 독을 가진 독사다. 일단 꽤 오랫동안 독이 없다 알려졌기 때문에 지금도 종종 독이 없다는 자료를 볼 수 있다. 1984년 일본에서 이 뱀에 물린 중학생이 사망한 후, 연구를 거듭한 결과 어금니 부위에 독니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일반적인 독사와 달리 턱 뒤쪽에 2~3mm 정도의 은색으로 된 작은 독니를 가지고 있다. 제대로 물리는 경우가 아니면 독이 퍼지지 않아 알려진 피해자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독사들은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지 않고 경계하는 반면, 유혈목이는 대부분 도망간다. 이런특성 때문에 유혈목이가 독사라는 사실이 늦게 알려졌다.

물속에서 개구리를 잡아 입에물고 나오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유혈목이 독은 뱀과 특유의 용혈독인데, 살무사류의 용혈독보다 즉효적 파괴력은 낮지만, 시간이 충분하면 몸 전체로 더 잘 퍼지기 때문에 오히려 치명성은 더 높다. 반수치사량으로 비교해보아도 살무사 독의 3배에 달하는데, 국내에는 항뱀독소도 없다. 유혈목이에 물린 환자가 오면 병원에서도 해독제가 없기 때문에 대증치료만 한다. 대증치료 방법도 매우 살벌해서 열흘에 걸쳐서 온 몸의 혈액을 전부 교환하는 혈액투석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혈목이에게 제대로 물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 듯하다.

특이한 사실은 용혈독을 사용하는 독 외에도 수동적 방어수단으로 별도의 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위협을 받으면 목을 넓게 펼쳐 위협하면서 공격을 그 방향으로 유도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추가적인 독주머니를 가지고 있으며 이 부분을 공격받으면 피부가 찢어지며 독이 외부로 흘러나온다. 여기서 나오는 독은 두꺼비를 섭취하면서 저장해 둔 두꺼비독인 부포톡신. 목을 부풀리고 머리를 치켜드는 위협자세를 보면 마치 코브라 같다.

역시 뱀은 뱀이라 정력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아재들이나 할배들의 손에 자주 희생당하지만, 다행히 개체 수는 아직은 많기 때문에 대도시를 벗어나면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무단횡단하거나 대낮에 따뜻하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오밤중에 올라와 체온을 높이려다가 차량에 치여서 참혹하게 죽은 뱀이 많다. 국내 뱀 중에서 유혈목이 개체수가 많은 편이고, 서식지와 활동범위가 넓으며 주식이 양서류라 물가나 농경지, 즉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꽃뱀의 어금니 독이 개구리 뒷다리에 퍼져 쭉펼쳐저 있다.  사진 여관구 기자.

독이 있는 위험한 동물이지만, 이런 유혈목이에게도 천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왜가리, 황새, 때까치, 맹금류, 능구렁이가 있지만, 어릴 때는 자기보다 큰 대형 사마귀에게도 잡아먹히는 경우가 있으며, 심지어 물속에서 먹이를 찾을 때 물장군에게 잡혀 체액이 빨려 죽어가기도 한다. 또한 멧돼지나 수달, 들개 같은 포유류들도 뱀 종류 중 하나인 유혈목이를 잡아먹기도 한다.

 

달이 빠진 호수 속 풍경 / 여관구(시인)

 

천둥오리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날아오더니

호수에 빠진 달을 건지려다가 부수고 만다.

부서진 달이라도 찾으려고

자맥질하는 천둥오리

그 뒤를 따라온 물살은

하늘과 흰 구름을 거두어 낸 뒤

다시 그려 넣는다.

피라미 세끼들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몇 번이나 하더니

다시 강강 수월에를 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가을은

단풍배 타고 오는 청개구리에게

한마디 한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