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에 걸린 '감'
가을 하늘에 걸린 '감'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2.10.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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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감 맛은 모름을 이해하고
지난날을 사랑하는 마음
하늘과 맞닿은 감. 장명희 기자

요즈음 감이 제철이다. 길가에 장사하는 사람마다 감을 팔고 있다. 올해도 감은 풍년인 것 같다. 주렁주렁 열린 감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감은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해온 과일 중의 하나이다. 누구나 감 맛에 익숙해져 있다어, 그 맛을 즐기기 위해 가을을 기다린다.

감은 한국·중국·일본이 원산지이다. 항산화효과, 항암, 항동맥경화에 효과가 뛰어나다. 감의 비타민 A가 풍부해서 눈 건강에도 좋다.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피를 응고시키고, 상처 아물게 하는 지혈작용을 한다. 환절기 면역력을 강화하고, 비타민C는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감의 붉은 색을 보면 유년 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우리 집은 감밭을 했다. 해마다 나무에 달린 감은 나그네들을 유혹한 것 같다. 동네 아이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감을 몰래 따 먹는 것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범인을 잡으려고 벼루고 벼르셨다.

하루는 비료 포대를 가지고, 아이들을 겁을 주려고 했다. 잘 달리지 못한 아이가 뒤에 쳐졌던 모양이었다. 비료 포대를 보고 아이는 겁을 먹고 울기만 했다. 너무 안쓰럽고 애처로워 들고 있는 감을 아이에게 다시 쥐어 주었다.

아버지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호인이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감 좀 따 먹게 해라”하면서 아버지는 넉넉한 인심을 보였다. 당시는 먹고 살기 바쁜 현실에 무조건 베풀 수만 없던 시절이었다.

시골길을 가다가 홍시를 바라보면 따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누구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맛과 아름다움에 대한 유혹은 뿌리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남의 집 감을 몰래 따가는 마음을 늦게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 순간 어머니의 비료 포대가 생각났다. 지난 일을 떠올리며 혼자 웃는다.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가 감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시간여행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