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분교, 지방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가다
시골 분교, 지방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가다
  • 이배현 기자
  • 승인 2022.10.09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5회 3,669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시골 학교
2016년 월항초등학교 지방분교장으로 편입
올해로 34회째 총동창회 체육대회 이어져
조구열 지방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이 기자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조구열 지방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이 기자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전교생 수가 18명인 시골 초등학교 분교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다녀왔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에 있는 월항초등학교 지방분교장에서 열린 34번째 총동(회장 조구열, 22회 졸업) 체육대회다.

코로나-19로 두 해를 거르고 올해 34회째 열린 운동회다. 가을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노병들은 열심히 뛰고 뒹굴고 고함치며 운동장을 누볐다. 어릴 때 운동회 모습 그대로였다. 어린이들의 까까머리가 백발로 변했을 뿐 운동장의 고운 모래, 청군 백군, 줄다리기 함성은 옛 그대로였다.

졸업생들이 공굴리며 이어달리기 경기를 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졸업생들이 공굴리며 이어달리기 경기를 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조구열 지방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학교가 비록 분교장이 되었지만 82년의 전통은 우리 사회 곳곳에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고 운을 떼고 “앞으로도 우리 졸업생들은 모교를 사랑하고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지방인이 되자”고 역설하였다.

개회식 후 전통에 따라 칠순을 맞은 17회, 18회 선배 졸업생들은 칠순 잔치상 앞에서 후배들로부터 큰절을 받았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지만 선배들은 허허 웃으며 후배들에게 덕담을 건네고 후배들은 칠순 축하 술잔을 올리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졸업생들이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졸업생들이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이어서 장애물 경기, 줄다리기, 공굴리기, 발 묶어 뛰기 등 재미있는 경기가 이어졌다. 노래자랑과 경품 추첨 등으로 운동회는 끝났다. 어둑발이 내리고 졸업생들은 기수별로 흩어져 뒤풀이를 이어갔다.

지방초등학교는 1943년 4월 1일 개교하였다. 2015년 75회 졸업식을 마치고 2016년 3월 월항초등학교 분교장으로 편입되었다. 75회 3,66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문을 닫은 것이다. 그나마 분교장이라도 남아 있으니 졸업생들이 전통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모교를 기리고 있는 셈이다.

17회, 18회 졸업생들이 후배들이 차린 칠순 생일상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17회, 18회 졸업생들이 후배들이 차린 칠순 생일상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지방분교장도 한때는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초등학생이던 7~80년대에는 12학급에 720여 명이 붐비던 학교였다.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 가고 ‘분교장이라도 남아 있어야지’ 하며 18명의 학생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노병들이 떠난 운동장엔 만국기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월항초등학교 지방분교장의 가을이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졌다. '착한 마음, 튼튼한 몸, 의로운 힘'이라는 옛 지방초등학교 교훈이 돌비석에서 빛나고 있다.

기수별 노래자랑대회에서 수상한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가 조구열 총동회장). 이배현 기자
기수별 노래자랑대회에서 수상한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가 조구열 총동회장). 이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