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장신웨 '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
[장서 산책] 장신웨 '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2.10.03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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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단계마다 찾아오는 불안한 마음 분석과 감정 치유법

불안은 내면의 균형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적절한 경각심을 갖게 해주고, 내면의 상태를 조절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불안의 정도가 강하고 장기간 유지되면 사회적 공포, 공황발작, 강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성장애(PTSD) 등 심리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이 책은 불안과 관련된 몇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불안의 원인과 대처 방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으며, 각 장의 말미에는 불안에 대처하는 글쓰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는 ‘Part 1. 불안증후군, Part 2. 인터넷 불안시대, Part 3. 불안 탐구 생활, Part 4. 불안 뛰어넘기’로 되어 있다.

1. 불안과 눈을 맞춰라

(1) 불확실성이 불안을 가져온다. 하지만 불안을 부풀리는 진짜 주범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 예측’이다. 다시 말해 미래에 대한 ‘끔찍한 상상’이 더 큰 불안을 부르고 두려움은 몸집을 불리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이로 인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초조해지고 허무와 위기의식에 빠진다. 그렇다면 나쁜 상상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호사불출문(好事不出門), 악사행천리(惡事行千里)’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은 문밖으로 나가지 않고, 나쁜 일은 천 리로 널리 퍼진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부정적인 소식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인류가 진화를 거치면서 강력한 위험 감지 능력으로 ‘적자생존(適者生存)’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은 위험한 냄새를 풍기고 불안을 조성하여 민감하게 반응을 끌어낸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은 이점에 착안하여 붙여진다. 많은 기업은 이러한 심리요인을 이용해 마케팅 전략을 짠다. 근거 없는 루머가 빨리 퍼지는 것 역시 같은 이치이다.

부정적인 마음은 편협한 사고를 만든다. 인지, 감정, 인식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어 생각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점점 고집스럽게 행동하고 스스로 제한된 틀에 가둔다. 마치 세일 기회를 놓칠까 봐 판매 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물건을 사야만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된다고 집착하는 것과 같다.

(2) 자기 사고의 바탕에 ‘일시 정지’ 버튼을 달자. 일시 정지는 외부에서 자극이 올 때 생각과 행동 사이에 휴지(休止) 타임을 두어 일정한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시장을 거닐며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고르거나,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꽃향기를 맡거나, 아름드리나무를 껴안고 고개를 들어 흰 구름을 바라보자. 이게 어려우면 길게 심호흡하며 신체 각 기관을 이완시켜보자. 현재 만끽할 수 있는 세계를 보며 미래에 대한 끔찍한 상상을 털어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두려움에 떠밀리는 대표적인 증상이 미루기다. 미루고 미루다 정점에 다다르면 ‘해야 한다’와 ‘하고 싶지 않다’ 사이에서 충돌한다. 마치 나무와 덩굴처럼 얽히고설키지만 결국 불안감이 승리하므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자신의 무능력함이나 적응 능력 부족을 깨닫고 우울한 감정이 돋는다. 일을 미루거나 도피하는 연장은 스스로 일시 정지 상태를 강제하는 것이다. 이때의 일시정지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27~29쪽)

2. 불안은 잠재의식에서 싹튼다

행복한 사람은 일생을 어린 시절에 의해 치유를 받지만, 불행한 사람은 어린 시절을 치유하는 데 일생을 보낸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그래, 어린 시절은 아름다웠고, 사랑과 행복이 가득했던 그 시간이 내 힘의 원천이야.’라고 미소 짓는다.

(1) 행복한 사람의 특징 : ① 따뜻하고 힘을 주는 부모님이 있다. ② 내면에 안정감이 있고 정신적으로 돌아갈 둥지를 쉽게 찾는다. ③ 자신의 가치를 믿고 생활에 자신감이 넘친다. ④ 낙관적이고 타인을 신뢰한다. 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⑥ 합리적인 경계를 정하고 타인과 교류하면서도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⑦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안다. ⑧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자주 낙담하며 의기소침해진다. ‘난 어렸을 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혼자서 끝없이 어두운 밤을 견디었어.’라며 어린 시절은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과거이지만 삶의 연장선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지, 다른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2) 불행한 사람의 특징 : ① 부모와 교류를 두려워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부모를 피하려고 한다. ② 매번 부모와 대화할 때 욱하고 쉽게 화를 낸다. ③ 자신과 주변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 ④ 초조함과 두려움, 수치심, 자책감,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을 자주 호소한다. ⑤ 합리적 경계를 정하지 못한다. ⑥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⑦ 감정 조절이 어렵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⑧ 스스로 상처를 입히거나 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척도에 자신을 맞춰보자. 행복한 사람의 특징이 많다고 자신만만할 일도 아니고, 불행한 사람의 기준이 더 많이 드러난다고 우울해질 일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생각과 기분, 감정, 행동이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이미 지나온 시절이므로 자신이 상처 입은 어린아이라고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 완벽한 어린 시절은 없다. 행복과 불행 사이에 명쾌한 경계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성장하면서 어린 시절 자신이 갈망했던 것, 혹은 부족했던 것을 채우려 한다. 그 대상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린 시절의 어떤 모습이 ‘정상적’인지 묻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이용되는지 물어봐야 한다.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어린 시절의 경험은 블랙박스에 숨겨진 비밀과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생리적, 심리적 경험은 생명의 기초가 된다. 아동기의 감정은 맑고 진실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이해하는지에 상관없이 모두 잠재의식에 남아서 생명의 밑그림을 그린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유일무이한 인생의 길을 걷는다.(124~127쪽)

3. 불안을 달래는 명약이 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결국 사라진다. 사람이 죽음의 문제에 직면하면 생명에 대한 모든 태도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정신의학과 교수 얄롬은 이를 ‘각성의 순간’이라고 불렀다. 그는 “죽음은 육체적으로 사람을 없애지만, 죽음이라는 관념은 사람을 구한다.”라고 말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 죽거나 사생결단을 앞두거나 심각한 질병을 앓는 순간은 우리에게 각성을 체험하게 한다. 각성 체험은 죽음의 예행연습으로 인생이 한정되어 있음을 깨우쳐 준다. 우리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으로 가득 찬 인생의 판도라 상자를 열지 말고 더 넉넉한 마음과 연민을 가지고 인생에 복귀해야 한다.(225쪽)

(1) 유서 쓰기

유서를 써보면 ‘각성 체험’이 자극된다. 적절한 기회를 골라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직시하기 바란다. 생애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놓을 수 없는 사람은 누구인가? 남은 재산과 자녀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이 생애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쉬운 점은 없는가?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당신을 가장 뿌듯하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내일 세상을 떠난다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226쪽)

(2) 나의 꿈 탐색

각각의 꿈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꿈에 나타난 은유와 상징은 오직 당신만이 안다. 꿈속의 고독한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현실의 고독한 자신도 이해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인생도 아주 긴 꿈에 지나지 않는다.

① 꿈의 작용 : 첫째,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 꿈속에서 이루어진다. 둘째, 낮에 닥친 일을 복습하고 예행연습하고 곱씹으며 출구를 모색한다. 셋째, 두려움과 분노 등 억압된 감정이 꿈속에 나타난다. 넷째,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고 예언한다.

깨어난 뒤에 꿈에서 있었던 일을 빠르게 떠올리며 기록하자. 조각난 것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만큼 기록한다. 현실로 돌아온 후 전체적인 꿈의 분위기와 정서적 느낌을 떠올리며 어떤 새로운 기억이나 연상이 생각나면 기록한다. 기록이 완성되면 꿈을 전체적으로 정리한다.

② 다음의 방법으로 꿈에 대해 써볼 수 있다. 첫째, 최근의 일 중 특별했던 사건을 연상하자. 어떤 부분이 꿈과 관련되었는지, 어떤 것을 깨달았는지 생각해본다. 둘째, 두려움처럼 꿈에서 가장 강력했던 감정을 찾아 그것을 중심으로 쓴다. 셋째, 꿈 전체로 하나의 시나리오를 쓴다. 되도록 완전한 스토리를 쓰며 꿈에서 없었던 부분이나 자세한 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충하자. 넷째,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꿈의 상황을 질문하고 답변한다.(228~229쪽)

(3) 자유는 이상이 아니다

자유로운 개인이 더 초조한 이유는 뭘까? 삶을 온전하게 책임질 임무를 떠맡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 삶을 계획하고 감지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스스로 의사결정자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자기 운명에서 느끼고 여러 상황을 만들어가는 창조자라는 말이다.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다. 자신을 위해 산다고 느끼면 이 삶이 즐겁고 책임감이 솟는다.(230쪽)

(4) 세상이 정한 ‘행복 모델’은 내 삶의 의미가 될 수 없다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찾으려면 구미(求美), 구진(求眞), 구선(求善)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을 구하며 창조로 이끌 때 가치와 의미를 일에서 찾을 수 있다. 진리를 구하는 것은 깊이 체험하는 것인데, 인간으로서 완전한 특별함을 체험하며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선을 구하는 것은 내면의 양심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다. 이처럼 생명이 진, 선, 미로 가득한 잔잔한 물결이라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답겠는가!(234쪽)

우리는 불안을 지혜롭게 이해하고 받아들여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세상에 대비하도록 돕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을 꿰뚫는 글쓰기 연습을 소개하고 있는데, 스스로 불안을 다스리고 치유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제시된 글쓰기 방법을 실천함으로써 이성, 평화, 자존감, 자신감을 형성하고 우호적이며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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