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어날 추억] (78) 땡감 삭혀서(탈삽) 먹기
[꽃 피어날 추억] (78) 땡감 삭혀서(탈삽) 먹기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2.09.27 2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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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 맛을 없에려고 따뜻한 물에 감을 이틀정도 담구었다.
감을 삭히려고 따온 땡감. 유병길 기자

 

1950~60년대부터 삼백의 고장 상주에는 감나무가 많이 심겨 있었다. 집안에 한 두나무 심겨 있는 집은 보통이고 많은 집은 대여섯 나무가 심겨 있었다. 밭둑에 감나무가 심겨 있고 밭 전체가 감밭인 농가도 있었다. 그 당시에 큰 나무는 구전으로 이백 년이 넘었다고 하였다. 곶감 깎을 때가 되면 감나무에 올라가서 장대로 하나하나 감 가지를 꺾어서 땄는데 많은 힘이 들었다.

감이 익어가면서 누른빛이 나면 대청에 앉아서 삼을 삼던 여인들도 배가 고파서 땡감을 따다가 주먹으로 때려 나누어 먹었다. 떫은맛이 입안에 가득하지만 살기 위하여 먹었다. 들에서 일하던 일꾼들도 땡감을 따서 중우에 문질러서 깨물어 먹었다.

붉은 홍시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감나무밭에 달려가 떨어진 홍시를 주어왔다. 감나무 밑에 심은 콩 들깨를 밝는다고 아이들이 못 들어오게 지키는 주인도 있었지만, 반대쪽으로 들어가서 홍시를 주어갔다. 아이들이 홍시를 주어오면 온 가족들이 나누어 먹었다.

감을 항아리에 넣고 60도 물을 부었다. 유병길 기자

 

추석이나 운동회가 가까워지면 땡감을 따다가 작은 항아리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위는 생풀로 막고 뚜껑을 덮어 아랫목에 두고 헌 이불로 항아리를 덮어 온도를 유지하였다. 하루 반에서 이틀이 지나서 감을 먹으면 떫은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났다. 뜨거운 물 온도가 중요하였다. 너무 뜨거우면 감 표면이 화상을 입고, 물의 온도가 낮으면 탈삽이 안 되어 떫은맛이 났다.

항아리 위를 생풀로 덮은 모습. 유병길 기자

 

여름방학 때 아이들은 산에 소 띠기려 가면서 아직 익지도 않은 작은 땡감을 따서 논물 흙 속에 꽂아두었다. 논물이 따듯하여 며칠 지나면 감이 삭아서 단맛이 나서 배고픔에 먹기도 하였다.

그때도 단감나무를 키우는 농가는 있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가 소비만 하여 단감을 맛보기는 힘들었다. 삭힌 감은 추석 차례상에 오르고 운동회 때 가져가서 간식으로 많이 먹었다.

1977년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감 탈삽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험하였다. 주사기에 25% 소주를 넣어 감꼭지 밑에 주사를 놓아 비닐로 밀봉하여보고, 소주를 스프레이에 넣어 감 위에 뿌리고 비닐로 밀봉하는 시험을 하였다.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으나 단감만큼 달지는 않았다. 그 후에 감 박스에 카바이드 가루를 넣어 홍시를 만들어 유통하였다.

1980년대부터 경남 진영지역에서 단감나무를 본격적으로 확대 재배하면서 단감이 전국적으로 유통이 되었다. 이때는 통일벼 재배로 배고픔이 해결되어 떫은 맛 나는 땡감을 먹는 사람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단감을 사서 제사상에 올리고 먹었으나, 가격이 저렴하여지면서 사과, 배, 복숭아 같이 사서 먹게 되었다.

삭힌 감(오른쪽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감) 유병길 기자

 

고향에 사는 친구가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감 삭히는 체험을 하였다. 항아리에 감을 넣고 60도 의 물을 붓고 생풀을 넣고 항아리 뚜껑을 덮고 헌 이불을 덮었다. 12시간이 지나서 물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무선포트로 끓인 물 2컵을 넣었다. 20시간 후에 또 물 2컵을 보충하였다. 36시간 후에 맛을 보니 탈삽이 되었다. 보충한 물이 뜨거워 위의 감은 화상을 입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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