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수식어, 도예 작가 김영창
베토벤 수식어, 도예 작가 김영창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2.09.26 07: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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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국제미술 공예대전 여러 번 입상
한국의 탑, 탈춤 연구, 시니어매일 기자 활동
세계스카우트연맹 훈련 교수 Good Service Award 수상
용 무늬 분청사기 작품을 만들고 있는 베토벤 수식어 김영창 도예가. 김영창 작가 제공

 

40년 교직 생활을 마치고 인생 후반전을 젊은이 못지않게 대구 국제미술 공예대전에 특선 4회 입선 3회 수상하여 한국미협회원 및 초대 작가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아-태 지역 훈련 교수로서 지도자 양성 및 아-태 지역 훈련분과위원 활동으로 아-태 지역 Good Service Award를 수상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는 김영창 도예 작가를 찾았다.

여든을 바라보는 훤칠한 호남(好男)형 체격에 12년은 젊게 보인다. 청바지 차림에 넓은 가죽 혁대, 손바닥만큼 큰 세계잼버리 버클, 그리고 백발에 부드러운 미소의 베토벤 스타일이 김영창 작가의 컨셉이다.

작가는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0년간 초등교육에 정성을 쏟았다.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에 학사 편입,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하고자 경북의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인 대구 공산중학교로 옮겨 재직하면서 대구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현대 미국 드라마를 전공하였다. 2004년 교편생활을 정리하고 스카우트 아-태 지역 훈련분과위원으로 훈련정책 연구에 봉사하였고, 훈련 교수로 임용되어 지도자 양성에 매진하였다.

-미술 작품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Manila 교외 Markiling National Park에 있는 아-태 지역 스카우트 훈련원, 제1회 Vietnam 지도자 상급훈련 중 어느 날 하늘을 찌르는 아름드리 정글 속을 혼자 오르다가 두 갈래 길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문득 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 생각났어요.

노랗게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덤불 숲속으로 굽어진 곳 끝 간 데까지 멀리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래 지금까지 못 가본 길, 그리고 가고 싶었던 길을 가보자. 귀국하여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학장님과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미술대학의 특성상 고령자 특혜는 없으며 편입 실기시험은 색채 정밀 묘사였습니다. 붓과 수채물감, 대형 스케치북과 이젤을 사서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학사편입은 50여 명의 응시자 중 10여 명을 뽑는다고 합니다.

내 나이 65살 대명동 캠퍼스 학생 중에 최고령 학생이었습니다. 미대에서 5년간은 온전히 백자와 사군자와 문인화에 미쳐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한밤중까지 도예실과 서예실에 박혀 있었습니다. 2년 후 세렝게티 사파리여행과 Scouting(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것) 창시자 Baden Powell의 전기집필을 위한 Tanzania와 Kenya에서 자료수집차 휴학하였습니다. 2013년 봄 칠순을 바라보는 저는 스승님과 제자들 약 450명을 모시고 아양아트센터 갤러리와 앞에 있는 가든 식당에서 개인전 및 칠순 잔치를 하였습니다.

2022년 대구 국제미술 공예대전 도예 부분 특선작 앞에서 손가락을 가르키는 김영창 작가  <유무근 기자>

 

-작가님은 달항아리 작품으로 수상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름에는 어떤 뜻이 있나요?

▶하늘에 떠오르는 보름달은 언제나 우리에게 넉넉함과 가슴을 뛰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마음이 푸근한 우리 조상들은 달을 닮은 달항아리를 좋아했나 봅니다. 런던에 있는 영국박물관(이건 해방 전 일본사람들이 영어를 직역하여 대영박물관이라 한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영국박물관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전 이 박물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꺾이는 지점에 달항아리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감상하는 바람에 계단에서 많은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우리 달항아리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21년 대구 국제미술 공예대전에서 특선을 받은 달항아리는 가로세로 약 65cm, 두 번 굽고 나면 작품은 약 15∼20% 정도 작아집니다. 처음 성형하였을 땐 가로세로 약 70cm 정도죠. 제가 완성했다는 것을 제가 믿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청화백자에 매료되어 서예가에서 2년 동안 다시 공부하는 과정에 백자, 달항아리에 매료된 것이 동기라고 할까요?.

-작가님이 올해에 수상한 작품은 좀 특이하던데요? ‘문명의 충돌’이지요?

▶예, 그릇만 만들다 하루는 조형을 통하여 색다른 작업이 하고 싶었습니다.

조형을 위한 흙인 조형토를 사용하여 주제를 ‘바벨탑’으로 잡아 스케치를 몇 장 그려서 탑을 쌓아 올렸는데 결과는 ‘문명의 충돌’로 바꾸었습니다. 과분하게 2022년 대구미술 공예대전에서 특선을 받았습니다.

완성된 달항아리를 점검하고 있는 김영창 작가  <본인 제공>

 

-작가님의 분청사기 작품을 여러 점 전시회에서 감상하였지요. 70cm 초대형 작품을 보고 놀랐습니다. 금빛의 황룡이 스카우트 휘장을 물고 승천하던데…

▶ 분청사기는 한국 미술사학의 태두 고유섭 선생님이 이름지은 ‘분장회청사기’의 준말입니다. 청자에 분을 발라 장식한 사기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청자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작품은 본청토로 성형한 작품에 화장 토를 입혀서 커다란 용이 보이스카우트 휘장을 물고 항아리에서 나와 승천하는 70cm 초대형 항아리를 제작하였습니다.

▶ ‘스카우트의 창시자 Baden Powell 경은 유언에서 “The real way to get happiness is by giving out happiness to other people. Try and leave this world a little better than you found it./ 참된 행복을 구하는 길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처음 이 세상에 왔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십시오.”라고 했다.

▶ 스카우트 상징인 휘장을 물고 항아리에서 나와 하늘로 승천하는 용과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연맹과 1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Scouting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나는 이 큰 항아리를 빚었습니다. In the name of Love, I have lived. In the name of Love, I will die through the SCOUTING. 지금, 이 순간까지 난 그렇게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팔공산 예술인회관 도록, 작가의 노트에서)

한국스카우트연맹 100주년 기념 역사관에 전시하려고 제작한 이 항아리인데 스카우트 휘장을 물고 승천하는 용을 황금으로 장식하고 한 번 더 구워 완성하였습니다.

-Scouting에 관심이 많으시던데 언제부터 활동했으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무슨 일들을 하나요?

▶1970년 7월 경북 영천시 단포초등학교 5학년 교실, 체육 담당 교사인 황운해 선생님이 교실에 오셨다.

“김 선생님! 베트남의 맹호부대에서 근무했다고요?”/ “예, 4개월 동안 소총수로 정글을 빡빡 길 때 부비트랩을 덮어써 야전병원에서 수술 후 살아남기 위해 베트남어 군사학교에서 공부하고 통역하다 귀국했지요”/ “그만, 야영도 했겠네요?”/ “예, 정글 속에서 밤낮으로 살았지요.”/ “그라만 잘됐네. 우리 학교 보이스카우트 학생들 데리고 경북야영대회에 안 갈래요?..”

“그러고 대원 가리키고 지도자 키우다 보니 52년의 세월이 퍼떡 안 흘러 갔능교. 지금은 아-태 지역 훈련 교수를 키우는데 내 혼자 히졌고 안 도라다니능교. 우리나라에는 같이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요.”

대구 미술의 전당 전시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베토밴 수식어 김영창 작가  <유무근 기자>

 

-잼버리를 소개해 주세요.

▶스카우트잼버리는 국가 단위 이상의 야영대회입니다. 4년 만에 개최되며 한국 잼버리, 아-태 잼버리, 세계잼버리가 있습니다.

-국제활동의 경비가 궁금합니다.

▶스카우트 국제활동의 모든 경비는 자부담입니다. 세계잼버리 경비는 항공요금과 식사 등 식사는 세계연맹이 승인한 식단에 따른 해당 고가의 식자재를 받아 자기가 요리하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어갑니다.

세계연맹 훈련 교수는 항공료를 자기가 부담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임용됩니다. 해당국 공항에서부터는 해당국 연맹이 책임집니다. 훈련은 대부분 일주일 강의하는데 강사료는 100% 무료 봉사합니다. 자부심을 가지는 최초의 한국인인데 혼자라서 좀 외롭습니다.

-행복한가아?

▶Carpe diem! 지금 행복 중입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팔공산 자락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산책코스로 매일 일만 보 정도는 걷습니다. 4개의 골프클럽 회원으로 매주 한 번씩 친구들과 라운딩하고 식사하며 즐깁니다.

-그동안 받은 상이 많겠습니다.

▶교직 생활, 스카우트 활동, 도예 작품 활동하는 동안 크고 작은 상은 다수 받은 거 같습니다.

<녹조근정훈장>, <엽성 무공훈장(베트남)>, <대통령 표창(제24회 아-태 잼버리 최우수분단 운영>, <Good Service Award, 계명 교육상>, <장관 표창 5회>, <아-태 지역 의장 표창 7회 수상>, <미국보이스카우트 감사장(4회)>, <대한민국 도예 공모전 입선>, <대구 국제미술 공예대전 도자 부 특선 4회· 입선 3회>. <한국의 석탑 연구(교육부 장관상 수상)>, <한국의 탈춤 연구(교육감상 수상)> 외에도 다수 있습니다.

군위 부계면 제2석굴암 '아미타여래삼존' 미륵불 역사를 설명하는 김영창 탑 연구가   <유무근 기자>

 

김 작가는 백발의 여든 나이가 코앞인데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외출 때는 거울 앞에 머무는 시간만큼 머리 맵시는 예술가 베토벤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한평생을 청소년들과 살아온 날들이기에 그는 순수하고 맑다.

그러기에 그는 욕심이 없다. 이재를 늘리기 위해 투자 행위는 아예 모른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신소재 여망은 높고도 높다.

세상에 내놓을 다음 작품이 어떤 형상인지 벌써 기대된다.

베토밴 수식어, 김영창, 그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구 미술 예총 전시관 휴게실에서 밝게 웃는 베토밴 수식어 김영창 작가   <유무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