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가지 긁는 것’ 박 바가지에서 유래
‘아내가 바가지 긁는 것’ 박 바가지에서 유래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2.09.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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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이고 견고한 플라스틱에 밀려 아쉬운 박 바가지
전통가구와 박바가지. 장명희 기자

박 바가지를 만들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유년 시절 뒷동산에 소 풀을 먹이고 붉은 저녁노을을 지고 돌아오면, 초가집 위에 박들이 주렁주렁 열린 모습이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풍성함을 느낀다. 요즈음에는 정원수로 박을 담벼락에 올려놓은 것을 더러 볼수 있다.

함지박과 박바가지. 장명희 기자

박 바가지는 견고한 플라스틱 제품에 밀리고, 만들기가 너무 번거로워 사라진 것이 아쉽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차츰 사라지는 옛 정취가 그립다.

현대문명 속에서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 아쉽다. 우리의 옛것을 가끔 체험해보며, 선조들의 자취를 밟아가는 것은 어떨까. 너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것에 길들여져 살아가면서, 문득 과거 추억의 그림 한 장을 꺼낸다.

우리는 한 쌍. 장명희 기자

박 바가지 만들기 위해 우선 쇠톱으로 조심스럽게 자른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자르게 된다. 소금을 넣고 삶으면 바가지가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고 질기다. 오래 삶을수록 바가지가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다.

겉이 얇은 껍질을 벗기면 색도 선명하고, 반짝거리며 윤기가 돈다. 속은 박 껍질의 줄기가 보일 때까지 긁어준다.

이때 박박 긁는 것에서 ‘아내가 바가지 긁는 것’의 말이 유래 되었다. 속살은 아주 부드럽고 맛이 있다. 아내가 남편을 잔소리보다 미래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위로의 말인 것 같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박 바가지가 탄생하듯이, 지혜로운 남편의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아내와 박 속살은 부드럽다는 점이 일치하는 것같다. 부드러움은 만물을 포용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남편도 아내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늘 저녁 서늘한 가을날 가족들과 함께 박 바가지에 보리밥과 된장을 넣고, 열무김치로 버무려 먹고 싶다. 지난날 그런 맛이 되살아날까 궁금하다. 풍요로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잠시 힘들고 어려운 시대로 되돌아가, 고향 산천을 그리워하는 추억 속에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