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九旬)에 수필가로 등단한 전직 초등학교 교장
구순(九旬)에 수필가로 등단한 전직 초등학교 교장
  • 최성규 기자
  • 승인 2022.09.01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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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등단 화제의 인물, 1933년생 박래하 작가
“글쓰기가 나를 지탱해주는 낙”

나이 아흔 살에 다다른 사람을 ‘졸수(卒壽)’라 일컫는다. 나의 90세 모습은 어떨까. 그때까지 온전히 살아 있기나 할까. 살아 있다면, 어떻게 아침을 맞고 무엇으로 하루를 소일하고 있을까. 요양원에서 남의 손에 의지하며 마지막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그도 저도 아니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터이지. 환갑을 넘기는 나이가 되면 대부분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백세시대라지만 아직은 90세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것도 내 발로 걸어 다니며, 내 손으로 밥을 먹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말이다.

여기 그 귀감이 되는 전직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있다. 이미 인생의 겨울도 다 지나가는 시점에,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처럼 우뚝 섰다. 계간 ‘문장(文章)’ 2022년 여름호(제61호) 신인상을 받고 당당히 수필가로 등단한 박래하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신인상 수상 작품은 '내 안의 할아버지'와 '첫눈 내리기를 기다린다' 두 편이다. 놀랍게도 박래하 작가는 1933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정확하게 아흔이다. 최고령으로 수필가의 반열에 오른 화제의 인물 박래하 작가를 만나본다.

계간 문장 2022 여름호 표지, 신인상에 박래하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계간 문장(발행인 장호병) 2022 여름호 표지, 신인상에 박래하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최성규 기자

▶글쓰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네요. 87세이던 2019년에 우연히 매일신문에 나온 광고를 통하여, 대구교대 ‘수필과지성 아카데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광고문을 보는 순간 ‘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전화를 돌렸지요. 이 나이에 ‘젊은이들과 함께 섞여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만, 과감하게 용기를 내었어요. 지금 돌이켜봐도 그때의 결정이 나를 일으켜 세웠어요. 다시 태어나게 했지요. 인생은 죽을 때까지 순간순간 결정의 연속입니다.

▶걱정대로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던가요?

-일주일에 한 번씩 한 학기에 15주간 수업받았어요.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어요. 젊은이들을 따라가려면 나 자신이 그들보다 더 부지런해야 하지요. 특히 주어진 글제에 따라 일주일에 한 작품을 써내는 것이 어려웠지만, 한 번도 빠짐없이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그것이 바로 나의 낙이자 삶의 원동력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8학기째 등록했습니다. 우리 입학 동기들은 대부분 한 학기로 수료하고 말았으며, 몇 분들은 4학기를 마친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나처럼 4년을 꼬박 다닌 사람은 없습니다. 나이도 내가 제일 많고 공부도 내가 제일 오랫동안 했습니다. 아마 ‘수필과지성 아카데미’에서도 내가 제일 오래 수업을 들은 사람으로 기록될 겁니다. 그만큼 나는 그저 글쓰기가 좋았습니다. 누가 알아주느냐 알아주지 않느냐 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글쓰기의 어떤 점이 좋습니까?

-제가 살아온 과정을 글로 표현하는 자체가 좋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지만, 그 나름대로 글로써 형상화하는 작업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그럼으로써 나를 제대로 돌아보게 만들어 주더군요, 이제 제 나이 90입니다. 이 나이에 글로써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보람됩니까. 저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글을 쓰면서 삶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글쓰기는 이제 나의 1순위의 친구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여태 썼던 글을 모으고 다듬어서 수필집이든 자서전이든 책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마 조만간 결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매일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수필 교실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나갈 것입니다.

박래하 작가의 신인상 당선소감. 최성규 기자
박래하 작가의 신인상 당선소감. 최성규 기자

 

박래하 작가는 예향의 고장 경북 영주 출신이다. 안동사범학교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아 13년을 재직 후에, 교육행정직으로 16년, 대구 소재 초등학교 교장으로 15년을 봉직하고 1999년에 정년퇴임하였다.

본지 ‘시니어매일’ 정기구독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