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기술력에 더해진 놀라운 상상력’ 브라마 파크골프 김길선 대표
‘눈부신 기술력에 더해진 놀라운 상상력’ 브라마 파크골프 김길선 대표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2.08.30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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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골프채 생산의 산 증인
골프채 만들기 42년, 거기 더해진 4년의 시간
여전히 연구하고 꿈꾸는 삶
골프클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그의 눈길이 한없이 부드럽다. 이원선 기자
골프클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그의 눈길이 한없이 부드럽다. 이원선 기자

파크골프는 3세대 스포츠로 주목받는 운동이다. 클럽 하나와 공만 있으면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중장년·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어울려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에, 동호인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파크골프채에 인체공학을 더한 첨단 과학을 입히고, 상상력을 더해 아름답고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곳.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그 현장에서 김길선 대표를 볼 수 있었다.

◆ 골프채 만드는데 쏟은 시간 42년

“저는 우리나라 골프채 생산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1세대이지요. 그때에는 일본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 주문서대로 생산해서 전량 수출했습니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과 ODM(생산자 개발 방식)이었습니다. 일본은 모든 게 세밀하게 이루어져 있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안 됩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많은 주문량을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당시 직원들은 생산할 수 있는 양만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일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늦더라도 정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기’, 이것이 저의 다짐입니다.”

◆ 88올림픽 이후 상승하는 인건비와 노사분규

“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 골프채 생산이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상승하는 인건비로 생산시장이 중국으로 옮겨지며, 경쟁력을 잃어 일하는 직원 수를 20여 명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납기 문제로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거기에 국산업체 간의 과당 경쟁이 더해져, 자멸하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골프채 생산 1세대로서 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건전한 경쟁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또 그 자극은 더 나은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순기능을 가져옵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나 혼자만 살겠다고 뛰어들 때는, 나도 죽고 그 터전을 모두 불사르는 역기능을 부릅니다. 저는 그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습니다.”

'브라마 파크골프'에서는 헤드 하나하나 마무리 작업까지 20년 이상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다듬어진다. 이원선 기자
'브라마 파크골프'에서는 헤드 하나하나 마무리 작업까지 20년 이상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다듬어진다. 이원선 기자

◆ 파크골프채와의 만남

“10여 전에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사람들이 잔디밭에 모여 골프 비슷한 경기를 하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기심에 이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파크골프’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한번 쳐보라고 하며, 선뜻 파크골프채를 건넸습니다. 희한했습니다. 골프의 변형된 형태. 그 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4년 전, 한 지인이 파크골프채를 만들어 보라며 일본 제품을 가져왔습니다. ‘이쯤이야!’ 쉽게 생각하고 장난삼아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파크골프채는 순순히 곁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나무’였습니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나무를 다루는 데에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습니다. 파크골프채야말로 기술의 집약체였습니다. 헤드를 만드는 목재를 어떤 나무로 사용해서 어떻게 가공할 것인지, 나뭇결을 살린 디자인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무게를 오차 없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법. 카본을 감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샤프트 디자인까지. 정밀하게 계산하고, 3차원 프로그램(Gibbs CAM)과 고속 MCT 가공기, 3차원 입체 조각기와 각종 테스트 장비로 여러 차례 작업하고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오류를 바로잡으며, 이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재를 갖추었습니다.”

◆ 파크골프채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

“파크골프는 처음 홋카이도에서 만들어질 때, 시니어를 위해, 시니어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운동입니다. 그만큼 다치지 않도록 사람의 몸을 생각해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공을 쳤을 때, 파크골프채가 충격을 흡수해서 팔꿈치나 어깨, 손목에 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세대 스포츠여서 유아나 청소년을 위한 파크골프채 개발도 필요합니다. 단순하게 어른용을 길이만 잘라 어린이용이라 하지 않고, 성장기의 특성을 고려해서 혹여 성장판을 다치거나 하지 않도록 섬세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개발비가 들어가야겠지요. 유아용과 청소년용, 나이대별 파크골프채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체육과학기술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인 분석도 필요하고, 거기 관련된 인증도 받아야 합니다.”

그의 연구실에는 갖가지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최고의 파크골프채는 그의 끝없는 연구와 열정의 산물이다. 이원선 기자
그의 연구실에는 갖가지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최고의 파크골프채는 그의 끝없는 연구와 열정의 산물이다. 이원선 기자

◆ 개인 맞춤형 파크골프채

“브라마 파크골프 본사에 오시면, 1층에 대형매장과 피팅실, 시타를 하며 직접 거리· 방향 등을 측정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 된 공간이 있습니다. 강하게 공을 치는 사람과 부드럽게 공을 치는 사람의 샤프트는 달라야 합니다. 브라마에서는 ‘개인 맞춤형 파크골프채 제작’이 가능합니다. 흔히 공이 바로 날아가지 않고 오비가 날 때, 내가 잘못 쳐서 그랬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럴 때, 자신이 치던 파크골프채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바른 자세로 쳐도 공이 오비가 날 때는, 파크골프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실제로 테스트를 통해 그런 경우를 종종 발견합니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제품은 아닙니다. 자기 몸에 맞게, 공을 치는 자세와 습관에 따라 파크골프채를 신중하게 고르는 일이 중요합니다.”

총판을 맡은 이동하 대표(왼쪽)와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브라마 파크골프 본사에는 부설 연구실과 세미나실, 골프클럽 가공실, 피팅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시타를 하며 자신에게 맞는 파크골프채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원선 기자
총판을 맡은 이동하 대표(왼쪽)와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브라마 파크골프 본사에는 부설 연구실과 세미나실, 골프클럽 가공실, 피팅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시타를 하며 자신에게 맞는 파크골프채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원선 기자

◆ 총판을 맡은 이동하 대표와의 인연

“아무리 좋은 파크골프채를 만들어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이동하 대표와는 이런 면에서 의기투합했습니다. 저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힘쓰고, 이동하 대표는 영업전략 면을 도맡아 주니 한결 일하기가 수월합니다. 서로 잘하는 분야를 맡아 협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브라마 파크골프’만의 강점이 아닐까요? 이동하 대표도 저와 같이 ‘정확하게, 정직하게’를 내세우며 영업합니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브라마의 차별화된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저희 영업 목표입니다.

◆ 국산 골프채의 영욕, 반면교사로 삼아야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국산 파크골프채가 호황을 맞았습니다. 저는 국산 골프채의 영광도 보았고, 그 사그라짐의 현장도 목격했습니다. 일본 제품의 좋은 점은 배우고, 우리의 빈틈을 그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됩니다. 돈벌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끊임없이 기술적인 면도 개발하고 영업 면에서도 서로 간의 신의를 지켜가야 합니다. 저는 일본은 여전히 우리 시장을 바라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산 골프채 ‘영욕의 역사’를 교훈 삼아야 합니다. 서로 헐뜯기보다 한데 힘을 뭉쳐 국산 파크골프채의 위상을 높이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