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돌고래 벨루가
흰돌고래 벨루가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8.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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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벨루가와 ‘태산이’의 석연찮은 죽음

 

모비 딕(Moby Dick)은 포경선을 머리로 박아서 침몰시키는 거대한 흰머리 향유고래에 대한 실화를 소재로 한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의 소설이다.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의존한 물욕과 탐욕의 19세기 자본주의와 기독교 문명에 대한 대자연의 경고와 응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1970년대의 젊은이들은 최인호(1945∼2013)의 ‘고래사냥’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부르며 꿈과 희망을 키웠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인기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 변호사에게 돌고래는 영감의 상징이다. 극 중에서 그는 연인과 함께 '고래의 집은 수족관이 아닌 넓은 바다'라는 푯말을 들고 방사 시위를 하기도 했다.

북극해에 주로 서식하는 흰돌고래 벨루가(beluga whale)가 지난달 초 프랑스 센강에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됐다. 식음을 전폐하고 수문에 갇혀있던 벨루가는 구조대에 의해 가까운 바닷가로 이송되던 중에 호흡 곤란으로 안락사됐다.

지난 6월에는 제주 앞바다에서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태산이’가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태산이’는 2009년도에 제주 한림읍에서 불법 포획되어 제주 퍼시픽랜드와 서울대공원 수족관에서 암컷 돌고래 ‘복순이’와 함께 사육되었다. 돌고래 커플은 서울시 결정에 따라 2015년 7월 제주 함덕 앞바다에 방사됐으나 7년 만인 지난 6월 성산 앞바다에서 ‘태산이’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추정 나이는 27살로 야생 돌고래의 평균 수명 40살에 비해 단명한 셈이다.

코로나(Corona)와 이상기후(Climate Change)의 3C 시대에 흰돌고래 벨루가와 ‘태산이’의 석연찮은 죽음 앞에서 인류는 옷깃을 여미고 주목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