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깨비'가 디딜방아 찧는 이유
'방아깨비'가 디딜방아 찧는 이유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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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한국에 서식하는 메뚜기류 중 몸이 가장 크다 몸 빛깔은 녹색 또는 갈색이 대부분 드물게 붉은색 띠는 개체도 있으며 의태 즉 위장 가능
갈색의 암컷 '방아깨비'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방아깨비는 메뚜기목 메뚜기과의 곤충으로 몸의 색깔은 녹색 또는 갈색이며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하여 긴 뒷다리 한 쌍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포착된 방아깨비는 갈색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흔하지 않은 방아깨비였다. 대게는 눈에 잘 뛰지 않게 위장하기 위하여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곤충들이 많다. 어릴 적에는 논. 밭둑을 다니며 메뚜기와 함께 잡아 도시락 반찬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방아깨비는 긴 뒷다리를 손으로 잡고 있으면 마치 방아를 찧는 것처럼 행동해서 이런 이름이 붙이어진 것 같다. 몸길이 수컷 40∼50mm, 암컷 75mm로 수컷이 암컷보다 작다. 암컷은 한국에 서식하는 메뚜기류 중에서 몸이 가장 크다. 몸 빛깔은 녹색 또는 갈색이 대부분이나 드물게 붉은색을 띠는 개체도 있으며 의태 즉 위장이 가능하다. 촉각(더듬이)은 넓적해 칼 모양이다. 몸은 크고 원통형으로 길다. 머리도 길며 앞으로 튀어나오고 뒤쪽이 뾰족한 원뿔형이다. 정수리는 겹눈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다.

녹색 숫컷 '방아깨비'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등에 1개의 세로융기선과 때로는 3개의 어두운 색 세로줄이 있다. 앞가슴은 머리보다 짧으며 중앙부가 잘록하다. 앞 가장자리는 직선이며, 뒤쪽은 튀어나오고 3개의 세로융기선과 1개의 가로 홈이 있다. 수컷의 버금생식판은 원뿔형이고 암컷의 산란관은 짧다. 날개는 배 끝을 넘으며 끝이 뾰족하다. 수컷은 날아다닐 때 날개를 부딪혀 '타타타'하는 소리를 낸다.

산이나 들판, 경작지의 벼과식물이 자생하는 초원에 서식한다. 강한 턱을 이용해 주로 벼과식물을 잘게 씹어서 먹는다. 성충은 7월에서 10월까지 볼 수 있다. 연 1회 발생하며 나비나 벌과는 달리 유충이나 번데기의 시기를 거치지 않고 성충이 되는 불완전변태를 한다. 알로 겨울을 지낸다. 한국·일본·타이완·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갈색으로 위장한 암컷 '방아깨비'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방아깨비에 얽힌 이야기-생각의 차이

밤 골 김 초시댁 머슴의 손자인 한쇠는 자기보다 몇 살 어린 김초시 증손자와 자주 어울려 놀았다. 대체로 상전의 놀이상대가 되는 머슴의 자식은 참혹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나, 김초시 증손자는 병약한데다 별나게도 조용하고 순한 성격이었기에 한쇠는 그나마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한쇠는 매일같이 잔병치레하느라 콜록거리지 않으면 물수건을 얹고 누워만 있는 어린 상전이 불쌍해서 곧잘 새 새끼라든지 개구리 따위를 잡아다 신기한 장난감으로 갖다 주었다.

어느 날 한쇠는 들에서 방아깨비 한 마리를 잡았다. 그해에 처음 나온 방아깨비였다. 한쇠가 날쌘 손으로 뒷다리를 잡아들자 방아깨비는 머리를 끄덕이며 둔하게 방아를 찧었다. 잠시 그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한쇠는 아프다고 며칠째 누워 있는 도련님을 떠올렸다. 이 방아깨비를 보면 기뻐할 것이다. 한쇠는 손아귀에 방아깨비를 조심스레 움켜쥐고, 도련님이 있는 안채로 달려갔다.

중문을 들어서다가 한쇠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걸어 나오는 김 초시와 마주쳤다. 한쇠는 얼른 한옆으로 물러서서 꾸벅 절을 했다. 언제나처럼 한쇠를 본체만체하고 지나가던 김 초시는 문득 한쇠가 손아귀에 가만히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네 그게 무엇이냐?"

"방아깨비이옵니다, 영감마님."

"방아깨비? 그것을 어쩌려고 그러느냐?"

"도련님 누워 계신데 심심하실 것 같아 보여 드리려고 그럽니다."

한쇠는 움켜쥔 방아깨비를 앞으로 내밀었다. 뒷다리를 잡힌 방아깨비는 늘 그렇듯이 허공에서 끄덕끄덕 방아를 찧었다. 그것을 본 김초시는 콧살을 잔뜩 찌푸리고 어두운 눈으로 그것을 들여다보더니 무엇을 생각했는지 진저리를 쳤다.

"에잉, 그것 저리 치우거라! 썩 치우거라! 그놈 부정토다!"

김 초시는 지팡이로 한쇠의 주먹을 호되게 때렸다. 얼떨결에 얻어맞은 한쇠는 방아깨비를 놓쳐 버렸다. 김 초시는 땅에 떨어진 방아깨비를 때려죽이려고 지팡이로 내리쳤으나, 워낙 눈이 어두운지라 지팡이는 애꿎은 땅바닥만 여러 차례 찧을 뿐이었다. 몇 번을 실패한 김 초시는 방아깨비에게인지 한쇠에게인지 큰 소리로 불호령을 내리더니 뒤돌아 중문 안으로 들어갔다. 한쇠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기침 소리와 함께 김 초시의 "부정토다, 부정토다" 하는 혼잣말 소리가 멀어졌다.

갈색 암컷 '방아깨비'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유년 시절 /  여관구(시인)

 

메뚜기 자리다툼하던 유년시절에

방아깨비는 양식 부족하여 방아를 찧고

소 몰고 풀 먹이려 오르는 언덕길엔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고요

뻐꾹새 노랫소리에 마음을 달랜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보리밭에는

부모님 땀 냄새가 배어나오고

나풀나풀 자라나는 콩잎을 보면

동글동글 콩 복아 먹던 기억이 자라나와

소중한 추억 한 토막을 보듬어 안는다.

산 냇가 맑은 물에 가제를 잡고

입술이 파래지도록 목욕을 하고

소먹이고 메뚜기 잡아 집에 오며는

서산에 지는 해는 반딧불 이를 불러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