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어리연꽃 '수면의 요정' 된 사연
노랑어리연꽃 '수면의 요정' 된 사연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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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어리연꽃은 여러해살이 풀,
꽃말은 '수면의 요정' 수질 개선 큰 몫
경산 남천강변에 '노랑어리연꽃'이 활짝핀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경산의 남천강 둔치를 따라 건강을 위하여 걷는 시민들이 많다. 남천강의 굽이굽이 흐르는 맑은 냇물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중간 또는 어느 구석진 곳에는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이곳에는 7월 쯤 되면 동그란 잎이 물위로 두둥실 떠 있으며 그 사이로 노란꽃이 활짝 핀 ‘노랑어리연꽃’을 볼 수가 있다. 이 꽃은 쌍떡잎식물 용담목 조름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꽃말은 ‘수면의 요정’이다.

노랑어리연꽃은 우리나라 각처의 연못과 늪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초이다. 생육환경은 물이 깊지 않고 오래 고여 있는 곳에서 자란다. 키는 10~15㎝이고, 잎은 지름이 5~10㎝로 난형 또는 원형인데 밑 부분이 2개로 갈라지며 물 위에 뜨는 잎은 수련 잎과 비슷하게 윤기가 나고, 뒷면은 갈색을 띤 보라색이 돈다. 꽃은 밝은 황색으로 지름이 3~4㎝이며 가장자리에 털이 있으며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열매는 9~10월경에 길이 약 0.3㎝ 정도의 타원형으로 달린다. 관상용으로 쓰인다.

노랑어리연꽃이 수면위에서 활짝핀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물풀로 늪이나 못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는 물 밑의 흙속에서 옆으로 벋고 줄기는 실 모양으로 길게 자란다. 잎은 마주나며 긴 잎자루가 있고 물 위에 뜨며 넓은 타원형으로 지름 5∼10cm이고 밑부분이 2개로 갈라지거나 붙는다. 잎 앞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자줏빛을 띤 갈색이며 약간 두껍다.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7∼8월에 지름 3∼4cm의 노란 꽃이 피는데 산형꽃차례로 마주난 잎겨드랑이에서 2∼3개의 꽃대가 나와 물 위에 2∼3송이씩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깊게 갈라지는데 갈라진 조각은 바소꼴이다. 화관은 5개로 갈라지고 수술은 5개이다. 열매는 삭과로 타원형이며 9∼10월에 익는다. 종자는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고 납작하며 날개가 있다. 한국(전북·경남·경기)·일본·중국·몽골·시베리아·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경산의 관문 영남교 밑으로 흐르는 남천강에 자라는 노랑어리연꽃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노랑어리연꽃은 물이 고인 혐기(嫌氣, 산소가 부족한 환경) 상태의 정수역에 산다. 진흙바닥 속에서 땅속줄기가 옆으로 달리는 여러해살이로 그 마디에서 뿌리줄기(根莖)를 길게 뻗어서 수면에 잎을 펼치는 부엽식물이다. 뿌리줄기는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신속하게 길어지는 특기가 있다. 때문에 어지간히 급격한 수위 상승이 발생하지 않는 한, 침수되어 물에 빠져 죽는 일은 없다.

연꽃이나 가시연꽃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계절적으로 생육기 후반이라 할 수 있는 여름 중후반이나 초가을에 급격하게 상승하는 수위는 노랑어리연꽃을 자칫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때문에 군락을 보존하려면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주면 된다. 우포처럼 늪의 역사가 오래된 물터에서 노랑어리연꽃의 대 군락이 관찰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노랑어리연꽃은 호수 바닥층의 서식처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땅속줄기와 뿌리줄기를 통해서 물속과 바닥 땅속에 산소를 공급해 혐기상태를 개선함으로써 영양물질을 분해시켜 영양염(營養鹽) 순환(물질순환)에 기여한다. 또한 다양한 수서생물의 먹이이자 서식처로 기여한다. 각종 수서곤충이나 초식동물의 먹이가 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호소의 부영양화 물질을 육지 쪽으로 분산시키는데 기여하는 셈이다. 이래저래 노랑어리연꽃은 수질을 개선하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

노랑어리연꽃은 두 가지 방법으로 번식한다. 뿌리줄기를 이용한 게릴라 번식과 종자 번식이다. 게릴라 전략으로 한 포기가 수백 미터에 이르도록 퍼지는 경우도 있고 매년 생산된 종자나 매몰된 휴면종자에서도 발아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기도 한다. 종자를 만드는 꽃 한 송이는 반나절만 피었다 지는 1일화다. 충매화(蟲媒花)로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꽃잎은 잎사귀 위에 엎드려 쉬는듯 한데 그 속에는 생명의 신비가 숨겨져 있다. 이형화주성(異型花柱性, diomecism from heterostyly)이라고 부르는 꽃가루받이전략이다.

노랑어리연꽃이 활짝핀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노랑어리연꽃은 무리마다 암술 모양이 다르다. 암술이 수술보다 긴 경우, 암술이 수술보다 짧은 경우, 암술과 수술의 길이가 거의 같은 경우가 있다. 당연히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다. 그렇다고 타가수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세 번째의 경우는 중매쟁이들이 찾아올 형편이 되지 못한다면 자가수분 해서라도 종자를 생산하려는 궁여지책이다. 발아시기인 4~5월에는 봄 가뭄이 종종 발생한다. 이 때 수위가 내려가면 물터 가장자리에서 발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노랑어리연꽃은 물속 바닥이 물 밖으로 드러나야 종자 발아를 잘 한다.

수심이 일정한 곳에 노랑어리연꽃이 큰 무리를 만들고 있다면 모두 땅속줄기에서 뻗어 나온 몇 개의 그룹으로 만들어진 집단이다. 이런 큰 무리는 애당초 물 가장자리의 바닥이 드러난 곳에서 발아한 집단으로부터 시작한다. 노랑어리연꽃이 늘 물터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크게 발달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노랑어리연꽃과 많이 닮은 어리연꽃은 꽃 크기가 훨씬 작고 꽃 중심부에만 황색이 약간 있는 백색 꽃이다. 어리연꽃은 드물다. 하천에서 수중보가 설치된 곳 위쪽에는 물이 고인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곳에 노랑어리연꽃이 살지만 어리연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홍수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환경에서는 뿌리줄기가 잘 발달하는 게릴라 분산전략과 매몰 종자로부터의 발아 능력이 탁월한 노랑어리연꽃이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다. 어리연꽃은 상대적으로 아주 안정된 물터에만 분포하기 때문에 희귀하다. 연못의 수질과 수위가 안정되고 바닥의 지형 변동이 거의 없는 곳이라면 어리연꽃도 무리를 만들어 살 것이다.

남미에도 널리 분포하는 어리연꽃

한글명 노랑어리연꽃은 고인 물터에 사는 연꽃 종류를 닮았고, 잎이 작으며, 꽃이 노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 어리는 작다, 어리다, 비슷하다는 의미의 접두사다. 노랑어리연꽃은 채(莕菜, 또는 荇菜)라는 한자명으로 부른다. 잎이 은행나무의 잎사귀처럼 가죽질(革質)이고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었던 것에서 유래할 것이다.

노랑어리연꽃의 속명 님포이데스(Nymphoides)는 식물체의 외형(eides) 특히 잎 모양이 수련속(Nympaea)을 닮았다는 의미의 희랍어를 합성해서 만든 라틴어다. 종소명 펠타타(peltata)는 방패모양의 잎을 의미한다. 회색 도심에 야생이 숨 쉬는 공간 확보는 노랑어리연꽃이 살만한 습지 비오톱(Biotop) 보존과 재창조로부터 가능할 것이다. 비오톱의 수질이 산성이 아니라면 노랑어리연꽃이 살 것이고, 무당개구리도 살게 된다. 거기에 미꾸라지라도 살게 한다면 모기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호박꽃같이 활짝핀 노랑어리연꽃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봄 끝을 잡고 / 여관구

 

봄바람 살랑대며 손짓하는 언덕길에

씀바귀 노랑웃음 흘리며 눈짓하고

노랑나비 춤을 추며 내 마음 잡아 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 섬돌에 앉아

발 담그고 눈 마주치며 마음을 절이는 연인들 사이로

관객이라도 되는 양 우르르 몰려드는 피라미 새끼들

한가로이 흐르는 맑은 물 위엔

바람에 밀려 빠져버린 새털구름들이 허우적댄다.

마음에 봄을 펴고 추억을 베개 삼아

잔디요 깔아놓고 하늘이불 덮고 나니

따스한 봄기운이 온몸으로 퍼져온다.

싱그러운 봄을 놓치기가 두려워

그 끝을 잡고 몸부림을 쳐 보지만

바람에 실려 가며 봄 치마 나부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