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배워야 했던 것들
유치원에서 배워야 했던 것들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2.08.08 17: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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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30분, 시끄럽게 울리는 견인차의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깼다. 젊었을 때야 들리지도 않았을 심야시간에 청력이 약해진 시니어들은 대화에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조그만 소리에도 잠을 깨곤 한다. 요즘 대부분의 주민들은 창문을 열어두고 잠을 잔다. 새벽녘이 되면 쓰레기 수거 차량, 신문 배달원의 오토바이 소리, 그 밖에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 소리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불가피한 소리도 있으나 조심하여 안면(安眠)을 방해하지 않도록 서로가 주의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렉카라 불리는 견인차는 도로교통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긴급자동차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제29조와 제30조에는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권과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만 사이렌을 사용하도록 한정하고 있다. 견인차에 사이렌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며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 심야시간에 사이렌을 울린 것은 몰염치한 일이다.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잠 한번 푹 잤으면”하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말 그대로 "자기 논에 물을 끌어 댄다"는 말이다. 수리시설이 부족했던 시절에 물이 부족하여 서로가 자기 논에 물을 대고자 이웃간에 종종 다툼이 벌어지곤 했다. 수리시설이 좋아진 지금은 그로 인한 다툼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형편이 좋을 때야 모든 것이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지만 어려울 때는 참을성이 적어지고 잘 다투게 된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곡물 등 모든 물가가 치솟아 세계적으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미국의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하원의장이 내한 했을 때도 공항영접을 하지 않는 등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과는 관계가 경색되어 있으며 가까운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 등으로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어려움은 차치하고 국회는 원구성문제로 오랫동안 열리지 못했으며 지금도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의 대표선출에 누구는 되느니 안 되느니 등 많은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정치원로가 있어서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만의 패거리 집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고자 하는가? 모든 것을 아전인수격으로 상대편을 몰아 부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들의 당리당략과 권력욕에 더욱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무관심을 유발할 뿐이다.

우리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지켜야할 공중도덕이 있다. 2003년에 개봉되고 짐캐리가 주연을 맡았던 “브루스 올마이티”란 영화는 창조주가 지쳐서 휴가를 가기로 했고 불평분자 브루스(짐 캐리분)를 불러다가 직무대행을 맡긴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코미디 영화로써 내용 중 신의 능력을 부여받은 주인공이 교차로에서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신호등을 작동시켰더니 오히려 뒤죽박죽 도저히 통행이 되지 않았던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 질서가 필요하고 공중도덕이 필요한 것이다.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자신을 앞세우기 때문에 서로가 어려운 것이다. 예전에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거나 다툴 때는 어른들이 나서서 한 마디씩 타이르곤 하였다. 지금은 청소년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꼰대 같은 소리 말라”며 봉변을 당할까 하여 애써 무관심으로 외면하는 실정이다. 무더위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 모든 국민은 코로나19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무더위에 지쳐있다. 여러 가지로 힘든 현실이지만 유치원에서 배웠던 대로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서로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서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함께 힘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