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조용헌의 '도사열전'
[장서 산책] 조용헌의 '도사열전'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2.07.31 15: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사, 운명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이들의 신묘하고 지혜로운 인생풀이법

저자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사주명리학 연구가, 칼럼니스트이다. 현재 <조선일보>에 ‘조용헌 살롱’을 연재중이며,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로 있다.

저자는 도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도사가 되지 못했다. 도사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만이 아니고 타고난 자질도 상당 부분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도사 되는 것은 실패했지만 전국의 명산대천을 여행 다니면서 이 산 저 산의 도사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이 책은 저자가 지리산, 계룡산, 모악산, 속리산 등에서 만난 도사와 승려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쓴 소설이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는 사실도 있고 허구의 상상력도 있다.

목차는 ‘1장 운명은 이미 기록되어 있다, 2장 고생을 해야만 영적인 세계가 열린다, 3장 도인은 한가하고 술사는 바쁘다, 4장 전생을 알면 현생이 이해되고 미래가 보인다, 5장 도사의 기술과 신통력’으로 되어 있다. 도사가 되고 싶거나, 도사에 관심과 흥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1. 도사의 출신 성분

도사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출신 성분은 ‘조실부모(早失父母) 인생파탄(人生破綻)’이다. 부모가 빨리 죽으면 고아가 된다. 고아가 되면 지지리 고생하지만 한편으로 뒤집어 보면 제약이 사라지는 것이다. 도사가 되려면 제약이 없어야 한다. 부모로부터의 간섭이 없는 셈이다.

출신 성분이 왕족이었던 붓다는 출가로 땜빵을 했다. 출가는 가출(家出)이다. 출가해서 6년 동안 엄청나게 고생했다. 가출하면 고생하기 마련이다. 출신 성분이 좋은 사람은 중간에 이처럼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정신세계로 입문한다.(140~141쪽)

2. 도사의 공부터

도사가 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는 도를 닦는 터다. 공부하는 장소가 중요하다. 아무 데서나 도 닦는다고 닦아지는 게 아니다. 장소가 주는 힘이 크게 작용한다. 불가의 승려들도 암자터나 수행터를 중시한다. 자기에게 맞는 토굴터를 하나 찾는데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만큼 자기에게 맞는 터를 구한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공부 노선, 타고난 기질, 그리고 그 에너지와 풍광이 마음에 드는 터를 찾아 거기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자기에게 맞는 터에 들어가면 어떤 징후가 있는가? 첫째는 그 터에서 첫날이나 이튿날쯤에 꿈이 꾸어진다. 특별한 꿈을 꾸게 된다. 예를 들면 꿈에 용이 나타나 자기를 휘어감는다든지, 또는 어떤 노인이 나타나 지팡이를 하나 선물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런 꿈은 특이해서 아침에 깨어났을 때도 기억에 생생하다. 잊어먹지 않는다.

둘째는 그 터에서 잠을 잤을 때 몸 컨디션이 아주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잘 때 숙면을 취하게 되는 것은 기본이다. 또 하나는 참선이나 명상을 해보면 이상하게도 집중이 잘 된다. 잡생각이 들지 않고 정신집중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이러한 정신세계의 집중을 삼매(三昧)에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삼매에 들어가야 공부가 된다. 진도가 나가는 셈이다.(146~148쪽)

3. 도사가 배출되는 환경

도사가 되는 길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고생이다. 고생을 많이 하면 인생을 보는 안목이 숙성된다. 숙성에는 3가지 액체가 필요하다. 피, 땀, 눈물이다. 이 3가지 액체를 바가지로 흘려야 한다. 부잣집이나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면 3가지 액체를 흘릴 확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큰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

도사가 되는 코스를 4가지로 설명한다면 감방, 부도, 이혼, 암이다. 이 4가지 위기를 겪고도 죽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한 도급을 깨칠 확률이 높고, 대장부의 자질을 타고 났다고 보면 된다. 머리 깎고 출가하거나 산에 들어가 동굴 속에서 솔잎 먹고 면벽(面壁)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일급 도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감방, 부도, 이혼, 암이 철인 4종 마라톤이다. 이 마라톤 코스를 뛰다 보면 도사가 된다.(152쪽)

4. 도사들에게 영발을 주는 산

산이라고 다 같은 산이 아니다. 자기의 체질에 맞는 산을 찾아가서 도를 닦아야 한다. 가는 순간 안다. ‘아, 여기가 나하고 맞는구나!’ 자기하고 맞다는 것은 우선 편안한 느낌이다. 기운이 아랫배 하단전으로 집중되는 느낌이 온다. 기감(氣感)이 좀 더 예민한 사람은 온몸이 저릿저릿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기에게 결정적으로 인연이 있는 산은 꿈속에서 나타나는 수가 많다. 그 산에 우연히 갔다가 하룻밤을 잤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산삼이나 영지버섯 또는 황금으로 된 열쇠나 종을 주기도 한다. 또한 어떤 결정적인 고비를 넘어 난관을 돌파하는 꿈을 꾸는 수도 있다.(170쪽) 도사들에게 영발을 주는 산은 태백산, 모악산, 계룡산, 지리산, 영축산, 속리산 등이 있다.

5. 주유천하의 3가지 기술

도사가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하려면 3가지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의술, 학술, 역술이다. 인간 사는 어느 동네를 가든 아픈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천자문(학술, 공부)을 배우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자기 운명을 점쳐보려는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 도사는 이 3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어디를 가든지 굶어죽지는 않는다. 엄청난 자생력이다.(181쪽)

6. 도사의 신통력

사람들은 도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신통력(神通力)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파워, 신(神)과 통해서 생기는 힘이 신통력이다. 신통력의 종류를 크게 3가지로 압축하면, 예언(豫言), 치병(治病), 설법(說法) 능력이다. 이 가운데 치병은 종합병원이 생기고 의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그 효과를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먼저 간다. 도사에게 가지 않는다. 설법 능력도 예전에 비해 그 효과가 많이 퇴색되었다. 인쇄매체와 인터넷, 영상매체들이 발달하면서 설법을 대체하는 효과가 생겼다. 굳이 설법하는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줌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중계방송의 기술 때문에 설법 잘하는 사람의 신통력도 예전 같지 못하다. 설법 신통력도 현대 기술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그 상품성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유효한 분야가 예언 능력이다. 이건 인공지능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다. 인간의 미래 운명을 인공지능이 예측하는 단계는 아직 아닌 것이다. 이러한 예지능력, 그 사람의 앞일을 미리 아는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접신(接神)에서 온다. 신과 인간이 접 붙는 상태, 이것이 접신이다.

접신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하다. 일반 조상신부터 시작해서 하늘세계의 수많은 차원의 신들과 접신이 된다. 접신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접신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접신은 쉽지 않다. 아무나 접신 되는것도 아니다. 접신이 되어 하급 무당이 될 수도 있고 거룩한 영역의 종교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394~397쪽)

7. 신통의 5가지 종류

도사의 신통력은 접신에서 나오고 접신은 그 사람의 그릇에 따라 신격(神格)에 차이가 난다. 대만의 국사를 지냈던 남회근(南懷瑾) 선생은 이 신통을 5가지 종류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400~403쪽)

(1) 먼저 보통(報通)이 있다. 여기에서 보(報)는 불교에서 말하는 과보(果報)의 의미다. 전생의 업보(業報)라는 개념이다. 이 업보는 선업을 쌓은 결과로 나타나는 업보도 있고, 악업을 쌓은 결과로 나타나는 업보도 있다. 업보라는 말이 꼭 나쁜 맥락에서의 업보만은 아니다. 보통은 그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닌 특수한 능력을 가리킨다. 전생부터 그 분야 종사자들이다.

예를 들면 음악의 신동으로 불리는 모차르트도 보통의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다. 전생부터 음악에 종사했던 영혼이 죽은 뒤 다시 환생하여 모차르트로 태어난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저자는 에디슨과 이창호도 보통이라고 보고 있다.

(2) 수통(修通)이 있다. 이건 금생에 열심히 닦아서 도달한 경지다. 보통 30년 이상을 한 분야에 집중하여야만 가능하다고 본다. 10년을 몰두하면 입문 단계다. 20년을 집중하면 강호에 나가서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단계는 아니다. 30년이 지나면 선수급이다. 어지간해서 강호의 고수들로부터 얻어맞지는 않는다. 최강 고수를 만나면 피해갈 수 있는 지혜가 갖춰진다. 30년이 지나서 50년 정도 몰두하면 접신급이다. 이 경지가 바로 닦아서 이룩한 경지, 즉 수통이 아닌가 싶다.

(3) 의통(依通)도 있다. 물질적인 도구에 의지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주역>의 육효점(六爻占)이나 만세력을 보고 팔자를 보는 사주명리학이 여기에 포함된다. 의통도 문화와 민족마다 그 도구가 각기 다를 수 있다. 이집트는 이집트의 방법이 있고, 인도에는 인도의 방법이 있다.

(4) 요통(妖通)과 (5) 귀통(鬼通)이 있다. 이건 정신분열 상태를 가리킨다. 건강이 좋지 않고 극심한 쇼크 상태에서 귀신이 붙는 경우가 있다. 잡신이 붙는 사례가 많다. 이 잡신도 약간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제약이 많다. 어떤 지역에서는 잡신의 신통력이 발휘되지만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신통력에 제한이 온다. 잡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거짓말도 가끔씩 한다는 사실이다. 자기가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하는데 자꾸 와서 물어보면 모르면서도 대답을 하는 습관이 있다. 이게 거짓말이다. 이거 믿고 사업 추진했다가 쫄딱 망하고 낭패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귀신같이 거짓말한다‘는 옛말이 있다. 이런 잡신이 붙어서 온 요통과 귀통을 가리킨다.

이 책을 읽고 기자가 도사가 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조실부모하지 않았고, 인생 파탄도 없었다. 피, 땀, 눈물을 바가지처럼 흘리는 삶을 살지 않았고, 감방, 부도, 이혼, 암도 겪지 않았다. 영발을 주는 산에서 기도하지도, 주유천하도 하지 않았다. 접신의 경험이 없어 신통력도 갖지 못했다. 이 책을 미리 볼 수 있었더라면 아예 도사가 되지 않으려 했을 텐데…. 도사가 되겠다고 노력한 수많은 세월이 아깝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