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76)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원더풀 시니어] (176)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2.07.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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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귀족들의 휴양지로 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로마 시대 지중해의 국제 무역 도시 중심지였던 폼페이가 있다. 이 화려한 도시는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 일어나며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다. 그 뒤로 오랫동안 화산재에 묻혀있던 폼페이 유적은1738년 우연히 발견되면서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서 놀라움을 자아내는 유적도 있었지만 화석이 되어버린 폼페이 사람들의 모습은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다. 아기를 꼭 껴안은 어머니의 모습, 연기를 피해 고개를 숙인 남자, 서로를 힘껏 끌어안은 연인, 식기들을 챙겨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여인, 수술용 칼과 가위를 챙기려던 의사 등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최후의 순간들이 그대로 보존된 인간화석들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나를 보여준다. 끝맺음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맞이하는 이별은 우리에게도 예고 없이 찾아온다.

삶은 영원할 것 같지만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떠날 때는 말없이 훌쩍 떠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을 맡아서 34년이라는 세월을 주말마다 우리를 웃기고 울려주던 송해 선생이 향년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항상 웃음 가득하고 건장하던 모습의 그가 밤새 안녕으로 하룻밤 사이에 우리 곁을 훌쩍 떠나 버린 것이다. 인생은 아무리 건강해도 세월을 못 당하고 늙으면 죽는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걸어온 길 잘 모르듯 걸어갈 길도 잘 모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삶을 사랑했을까 어디쯤 왔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인생길이다. 그런데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그냥 지나가노라면 세월이 무심코 나를 데리고 갈 것이란 삶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지금의 자기 나이를 생각하며 얼마나 더 살 것인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우리는 죽음을 모르고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 시간은 정말 찰나 같은 시간이다. 우리가 살면서 내가 지킬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대통령도 죽으면 잊어지고 대기업의 총수도 죽으면 잊어진다. 예수는 33세. 알렉산더 대왕도 32세, 안 늙고 안 죽겠다고 불로초, 불사약을 먹었다는 진시황제도 50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로 평생을 보낸 정신 의학자 퀴블러 로스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양면이며, 죽음은 최후의 성장단계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죽음 준비는 삶의 준비이고 잘 살기위해서 죽음을 준비하고 잘 죽기위해서 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나중에 행동하기 더 어렵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만사가 점점 나빠진다. 지금 작은 것부터 하나씩 행동해야 나중에 더 큰 일도 할 수 있다. 죽음이 다가오기 전 삶의 주어진 시간 속에서 소중한 것들로 채우자. 돈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에 쓸 것인가. 집이 아무리 커도 잠자는데 필요한 공간은 1평에 불과하다. 내 인생에 있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물러설 때를 늘 염두에 두고 살자. 그래서 비움과 내려놓기를 준비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떠나간다.

生 老 病 死가 인생길이요 이것이 인간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