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일 전 베트남 대사, 베트남과 미국의 무역 협정을 돕다(2)
조원일 전 베트남 대사, 베트남과 미국의 무역 협정을 돕다(2)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2.07.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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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도모이' 서기장과 나
조원일 대사와 베트남의 등소평 '도모이' 서기장

제가 베트남에 대사로 근무하는 동안 최대 이슈는 수많은 한국 기업의 노사 문제와 베트남과 미국 간의 무역 협정 체결 문제였습니다. 무역 협정이 없는 베트남의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려면 50% 이상의 고율 괸세 납부로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이거나 아니면 극히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행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미국은 무역 협정에 상품 무역 뿐만 아니라 투자와 서비스를 모두 포함 시키면 미국 의회가 이 협정 전체에 가부(可否)의견 만을 제시하는 fast track(간편한 협상 체결 방식) ​입법 방식을 택함으로써 베트남을 배려해 주었습니다. 전통적 통상 조약은 몇 년이 소요될 수도 있는 의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할 뿐더러 의회 통과를 장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베트남 공산당과 군부는 과도한 개방이 해로울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 반대하고 있었는데, 유럽연합 (14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는 베트남이 미국과 현대식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습니다.
1999년 말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경제 고문 '레당 즈왕'은 '도모이' 최고 지도자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으니 ​절호의 기회인 fast track 입법 시한을 놓치지 않도록 그를 설득해 베트남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후 3년 임기를 끝내기 전에 도모이 서기장과 한 시간 이상 행사에 동참하는 기회가 있어 제가 먼저 미국과의 무역 협정 문제를 꺼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훨씬 못 미치던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무역 입국 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와, 지난 40년 간 한미 관계가 성공적이라고 보시는지 여부를 '도모이' 서기장에게 물었고, 그는 제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 문제 제기에 다소 의아해 했으나 곧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답하고 행사가 끝나면 좀 더 논의하자고 마음을 열었습니다.
제 의견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안도한 저는 박정희 대통령의 "원대한 전략과 열정을 보고 나서 미국이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를 도왔기 때문에 한미 관계가 크게 발전했다"고 설명하며 베트남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성취될 때까지 미국이 느긋하게 기다려줄 것"이라고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습니다. 몇 달 후에 베트남은 미국과 무역 협정 문제를 타결했습니다.
선도적으로 베트남에 투자해 미국 진출 기회를 기다리던 수많은 우리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이후 베트남의 수출 산업은 년 30억~4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 이상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무역 실적으로 경제적 성장을 했습니다.
아마 천국에 가서 '호치민' 건국 대통령을 기쁘게 해드릴 업적에 관해 늘 고심하던 '도모이' 서기장은 미국 헌법을 흠모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갈망하던 호치민에게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해 베트남은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보고하면서 서로 기쁨을 나누었을 것이라는 상상도 가끔 합니다.
2022년 현재 베트남은 20만 명의 한국인이 사는 교민 사회이며 ​K-pop 열풍으로 한국어가 영어. 일본어 다음의 제 2의 외국어로 채택되고, 삼성의 진출, 박항서 축구 감독의 파급 효과 등으로 한류 바람이 폭발적인 기회의 땅 입니다. 코로나 이후 발생한 일부 보수 유튜브나 과격 진보 세력의 베트남 혐오는 당연히 배척하며 한-베트남 외교 웅비에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