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리여우화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장서 산책] 리여우화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2.07.10 15: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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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이 책은 다양한 연령대의 수학 애호가들은 물론, 스스로 수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흥미진진하게 쓴 수학 대중서이다. 재미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수학 문제를 엄선하여 일상생활과 연결해 흥미를 유발하고, 귀여운 삽화와 생동감 있는 언어로 해설하여 내용이나 분위기가 결코 무겁지 않다. 레벨 1~5단계로 구성되었으며 난이도는 뒤로 갈수록 조금씩 높아진다.

다루는 내용은 총 8가지로 수론, 도형, 미적분, 확률, 도박이론, 물리학에 응용된 수학 등이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수학 문화를 다루어 수학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수학 문화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높여 준다. 각 장 끝에는 해당 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문제를 제시하여 스스로 수학 연구자가 되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마지막 파트에 나오는 수학의 3대상에 대해 소개하기로 한다.

수학의 3대상은 필즈상, 울프상, 아벨상이다.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IMU, 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4년에 한 번씩 여는 국제수학자대회에서 공표하는 상이다. 필즈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상이 캐나다 출신의 수학자인 존 찰스 필즈(John Charles Fields, 1863.5.14.~1932.8.9.) 생전의 버킷리스트에 의해 창설되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 말, 노벨상은 이미 10년 이상 존재해왔다. 필즈는 수학계에도 유사한 상이 있기를 바랐다.

그는 1920년대 말부터 필즈상을 준비하고 필즈상 재단을 설립했지만 안타깝게도 1932년에 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이 상을 수여하지 못했다. 필즈는 유언을 남기고 약 1,000만 원을 기금으로 기부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1936년 제10회 국제수학자대회에서 마침내 이 상이 수여되기 시작했다. 노벨 시상식이 열리는 곳이 스웨덴인데, 1936년 국제수학자대회가 스웨덴의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에서 열렸기 때문에 자연스레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졌다.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필즈상의 상금은 1만 5,000캐나다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00만 원 정도이다. 그 액수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수학자들의 마음속에 늘 최고로 자리잡고 있는 상이다.

202275일 국제수학연맹은 필즈상 수상자로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마리나 비아조우스카(38)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37)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너드(35)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를 선정했다.

2022년 현재까지 국가별 필즈상 수상자 수는 미국이 14(한국계 미국인 허준이 교수 포함)으로 가장 많으며, 프랑스 13, 영국 8, 러시아 6, 일본 3, 독일, 벨기에, 이란, 이탈리아, 호주 각 2, 이스라엘, 중국, 베트남 등 11국이 각 1명씩이다. 한국 국적의 수학자는 아직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울프상의 창업자 리카르도 울프(Ricardo Wolf, 1887~1981)의 생애는 전설적이다. 울프는 독일 하노버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형제자매는 모두 14명이었다. 1차 세계대전 전에 울프 가족은 쿠바로 이민을 갔다. 쿠바의 제철 공장에 다년간 근무한 후, 울프는 총명한 재능과 연구 정신으로 제련 과정에서 철을 회수하는 공정을 개발하여 특허를 출원했다. 그의 발명 특허는 전 세계의 많은 제철소에서 이용되었고 그에게 상당한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울프는 삶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한 후 울프 재단을 설립하여 울프상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울프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장수(94)는 물론 경력도 풍부해 유대인의 똑똑하고 완강하며 선명한 민족적 개성을 보여준다.

울프상은 노벨상과 비슷한 종류의 상으로, 여기에는 수학, 농업, 화학, 물리학, 의약 그리고 예술이 포함된다. 울프 수학상은 1978년부터 매년 1회씩 나이 제한 없이 1~2명에게 시상한다. 때로 공석이 생기기도 한다. 공석의 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심사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울프상은 매년 1월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2020년 수상자는 영국의 사이먼 도널드슨과 미국의 야코프 옐리시아베르크이다.

닐스 헨리크 아벨(Niels Henrik Abel, 1802.8.5.~1829.4.6.)은 노르웨이의 수학자로 '5차 방정식의 일반적인 근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처음으로 해결했다. 아벨은 재능이 뛰어나서 독립적으로 군론을 발명했지만 안타깝게도 27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1899년 아벨 탄생 100여 주년이 되었을 때 노르웨이의 수학자 소피스 리는 노르웨이 정부에 아벨상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고, 100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아벨의 200번째 생일인 2001년에 이르러서야 노르웨이 정부는 노르웨이 크로나로 2억원의 자금을 모아 2003년부터 이 상을 시상하기 시작했다.

아벨상은 수학상에서 후발주자이지만 상금이 백만 달러 정도여서 노벨상 상금과 거의 비슷하다. 아벨상 수상대상자는 매년 915일까지 지명되어 이듬해 3월에 발표한다. 2022년 아벨상 수상자는 데니스 설리번 미국 스토니브룩 대학교 교수이다.

종합해서 보면 이 3개의 상은 제각기 특성이 있다. 필즈상은 가장 오래되고 명성이 높고 공식적인 성격을 띤다. 왜냐하면 수학자의 공식조직이 국제수학연맹이기 때문이다. 옥의 티는 4년에 한 번밖에 없고, 나이 제한이 있지만 상은 권위가 있다. 울프상은 순수 민간 성격으로 매년 1, 연령에 제한이 없다. 아벨상은 앞의 2개와 비교하면 반 공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상금에 있어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우리는 이 3개의 상 어느 것이 수학계의 최고상인지 논쟁할 필요가 없고 수학자들이 노벨상을 시기할 필요도 없다. 세 개의 중량급 상이 있다는 것은 수학 분야의 발전에 매우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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