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牛)는 반드시 제 집으로 간다
김 씨는 집에서 키우던 황소를 팔아서 암소를 사려고 소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강 건너 마을에 사는 사돈 이 씨를 만났다.
"사돈, 무슨 일로 오셨소?"
"암소를 팔아서 황소로 바꾸려고 왔지요."
"그래요? 나는 황소를 암소와 바꾸려고 왔는데.. 잘 됐네요 중개료 줄 것 없이 우리끼리 소를 맞바꿉시다"
"그거 아주 잘 됐네요" 서로 기분 좋게 소를 바꿨다.
오랜 만에 만난 김에 대포 집에서 권커니 작(酌)커니 밤 늦도록 거나 마셨다. 술 취한 두 사람은 각자 소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주인이 바뀐지도 모르는 소들은 엉뚱한 주인을 태우고 본래 살던 집으로 찾아갔다. 김 씨는 이 씨네 집으로, 이 씨는 김 씨네로~
만취한 두 사돈 양반들 꼴 좀 보소!
사돈 집 안방 인 줄도 모르고 캄캄한 방을 더듬더듬, 홀라당 벗고 마님 옆에 누웠다. 만취해 세상 모르고 자다가 새벽에 갈증이 나서 깨었다.
아뿔싸! 옆에 안 사돈이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게 어찌된 일인가? 정신을 차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차! 큰 실수를 했구나!
급히 바지만 입고 마을 밖으로 도망쳐 나오다가, 역시 혼비백산 뛰어오는 사돈과 마주 쳤다. 서로 부끄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은
"사돈! 밤새 별일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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