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厚顔無恥)
후안무치(厚顔無恥)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2.06.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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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 설명은 이렇다.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이 없다.’ 여당의 원내총무가 정부 기관의 장관급 자리에 있는 사람을 향해 ‘후안무치’하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왜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느냐고 대놓고 비속한 단어를 동원하여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에서 말의 품격에 대해 언급한('22.4.14.) 바 있었지만, 작금의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은 매우 민망스럽고 보기에도 불쾌하다.

정치인들이란 너나없이 모든 행위가 내로남불이고 정말 후안무치한 인간들이 많다. 정치인들이 각자의 어록을 검사기에 넣고 돌려보면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고 교언영색하며 기만하고 무책임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놀랄 것이다. 정당의 원내총무는 국회의원이고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인사에 대해 청문회 이외의 간섭은 주제넘은 짓이다.

저들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새 술은 새 부대’ 라고 대놓고 떠들어왔다. 누가 새 술이고 무엇이 새 부대란 말인가. 황제가 ‘짐’이라고 부르던 때처럼 ‘짐’의 행동을 스스럼없이 해대고 있는 천박한 모습을 보니 가관스럽고 역겹다. 그렇게 좋아하는 ‘법대로’ 인데 정해놓은 임기를 보장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봉직하고 있는 사람을 자기편이 아니라고 해서 낯가죽이 두껍고 뻔뻔하다고 할 수 있는가? 원칙은 보이지 않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교만과 방자함이 눈에 시리다.

왕조 역사의 인물 중에 황희(黃熹:1363-1452) 정승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황희는 고려가 망하자 두문동에 은거하고 있었으나 조선 태조의 요청으로 벼슬길에 올랐다. 황희는 세종의 치세 아래서 무려 18년간 영의정의 자리에 있었다. 그의 인품과 청렴한 태도는 백성들이 우러러 보는 대상이 되었다.

그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정승의 자리에 나가기 전에 길을 가던 중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있는 농부에게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는지를 물었는데 농부는 귓속말로 속삭이듯이 일 잘하는 소를 알려 주고 나서는 황희에게 소처럼 미련한 미물도 대놓고 모자란다고 하면 그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귓속말로 대답했노라 했다. 황희는 그 농부의 태도에 스스로 깨우침을 얻어 정승의 자리에 있는 동안 내내 함부로 남의 말을 함에 있어 자중하고 삼갔다 한다.

스스로 지도자의 반열에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하고 더 깊고 넓게 반추되는 언행이 필요하다. 어느 자리에 누가 있건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묵묵히 두고 볼 일이지 내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노골적으로 사퇴를 종용하는지 눈꼴시럽다.

그렇게도 외치던 화합은 어디로 보냈으며 탕평은 어느 구석으로 밀쳐버리고 자기네 패거리가 아니면 나라가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호들갑 떨고 있는 모습이 가련하다.

큰 정치를 기대한다.

정말이지 이제는 새 정치의 모습을 보고 싶다.

법대로, 법대로만 외치지 말고

인간적으로, 인간적으로 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