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캣맘, 새끼 고양이 구조 작전
경산 캣맘, 새끼 고양이 구조 작전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2.06.13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개월 된 새끼 고양이를 구해주세요
소중한 생명, 이틀 간의 구조
조미래 씨가 새끼 고양이 위치를 찾고 있다. 노정희 기자
새끼 고양이 위치를 찾고 있다. 노정희 기자

지난 6월 3일, 자인시장 생선가게 냉동고가 놓인 벽 틈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장날이라 오가는 행인이 많았고, 생선가게 벽면에는 물건이 가득 쟁여져 있었다. 생선가게 대형 냉동고는 옆집 벽에 바싹 붙어 있어서 짐승이 나다닐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어쩌다 그곳에 갇혔는지, 틈새에 낀 고양이의 애달픈 울음소리에 시장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마침 시장을 지나가던 경산시 캣맘 모임 대표 조미래(60) 씨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고양이 보호단체에 몸담고 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고양이 소리가 들리는 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2㎝도 안 되는 틈에서 고양이의 모습을 찾아볼 순 없었다.

고양이 구조작전을 위한 탐사. 노정희 기자
고양이 구조작전을 위한 탐사. 노정희 기자

단체의 구조팀장 김 모 씨에게 연락 후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여 구조하려고 노력했지만 작은 틈 사이에서 고양이 위치를 찾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다음날 오전까지 내시경을 이용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3일 오후부터 4일 밤까지 경산시 캣맘 모임 회원 4명, 경산시농업기술센터 축산진흥과 축산위생팀 안광희, 이시형 주무관 등은 구조작전을 벌였으나 장비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약해져 가고, 그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그들은 상의 끝에 긴급하게 고양이 구조 전문가를 초빙하였다. 고양이 유튜브 ’냥냥 TV‘ 채널 운영자, 고양이 탐정 이창영 씨에게 도움을 요청 후 재수색 끝에 4일 오후 9시쯤 생선가게 냉동고와 옆 가게 판넬벽 사이 12㎝ 좁은 틈새에서 검은색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 구조. 캣맘 사진제공
고양이 구조. 경산 캣맘 사진제공

생선가게 사장님의 동의를 얻어 막혀있는 벽 일부를 제거한 후, 냉동고 아래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3M 높이, 판넬 벽과 냉동고 사이 작은 틈에서 새끼 고양이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셔터를 제거하고 냉동고 위에 올라가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올가미를 이용해 무사히 고양이를 구조했다. 구조된 고양이는 약 1개월 된 ‘코리안숏헤어 카오스’로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개월 된 고양이. 경산 캣맘 사진제공
1개월 된 고양이. 경산 캣맘 사진제공

이틀 동안 고양이 구조를 위해 모였던 이들은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하고 느낄 수 있는 보람된 구조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산 캣맘 회장 조미래 씨

경산시 캣맘 모임 회장 조미래 씨는 “윤성수산 사장님의 셔터를 뜯어내라는 말에 새끼 고양이를 구조 할 수 있었어요. 사장님이 감사하더군요. 지금까지 구조하지 않았다면 냉동고 뒤쪽에서 서서히 죽어 갔을 겁니다. 길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입니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구조된 고양이는 캣맘 모임 구조대장이 임시 보호 중이며, 좋은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구조를 발판 삼아 경산 캣맘에서도 구조팀을 꾸릴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