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에 담긴 사연
제비꽃에 담긴 사연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06.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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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의 유래, '꽃 모양이 제비를 닮아서 제비꽃', '제비가 돌아올 때 꽃이 핀다' 등 두 설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활짝핀 제비꽃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계절이라 그런지 제비꽃이 활짝 피었다. 제비꽃의 꽃말은 ‘사랑’이다.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모든 잎은 뿌리에서 돋아 비스듬히 퍼진다. 원줄기는 없고 이른 봄 잎 사이에서 나온 긴 꽃줄기 끝에 보라색 내지 자주색 꽃이 한 개씩 달린다. 꽃줄기의 길이는 잎의 길이보다 대부분 약간 길다. 꽃의 직경은 약 2 cm 정도이다. 어린순을 나물로 한다. 양지바른 곳의 건조한 풀밭이나 길가에 주로 산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동쪽 러시아 등에 분포한다.

미국 제비꽃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쓰임새를 살펴보면, 어린 순은 나물로 한다. 생약명은 지정(地丁)으로 열매가 성숙하면 뿌리째 뽑아 건조시킨 후 사용한다. 민간요법으로는 타박상에 전초를 찧어서 붙인다. 향료로도 이용된다.

제비꽃과에 속하는 종지나물은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됐다. 다른 제비꽃 보다 꽃이 커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는다. 심장 모양 잎이 종지를 닮았다고 종지나물이다. 미국제비꽃이라고도 한다. 뜰에 심어 가꾸고, 절로 퍼져 자라기도 한다. 부드러운 잎은 쌈이나 무쳐 먹는다. 다른 나물과 데쳐서 무치기도 한다. 쓴 나물과 섞으면 맛이 잘 어우러진다. 잎과 꽃을 수놓아 꽃전도 부친다. 삼색제비꽃(pansy)도 북유럽 원산의 개량된 제비꽃 종류이다. 

꽃이름의 유래는 꽃 모양이 제비를 닮아서 제비꽃이라고 부른다는 설과, 제비가 돌아올 때 꽃 핀다고 하여 이름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다른 이름으로 오랑캐꽃, 참제비꽃, 장수꽃, 외나물 등이 있다.

제비꽃의 생김새는 뿌리잎은 피침형이며 끝이 둔하고 밑 부분은 잎자루에 달린 부분이 심장모양으로 약간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잎의 길이는 3~8 cm, 폭 1~2.5 cm 정도이며 주로 잎맥과 가장자리에 잔털이 있다. 잎자루의 길이는 약 3~8 cm으로 날개가 달렸다. 윗부분의 날개는 좁으나 밑 부분에는 넓은 날개가 달린다. 잎 가장자리에 얕고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이 진 후에 잎은 점차 넓어져 긴 3각형 내지 달걀 모양으로 바뀌어 넓은 곳의 폭이 길이의 1/4~1/2 정도로 된다. 꽃이 핀 후 잎자루는 길이 3~15 cm 정도로 길어진다. 꽃은 4~5월 잎 사이에서 나온 5~20 cm 길이의 꽃줄기 끝에 핀다. 꽃줄기는 가늘며 잔털이 많고 2개의 포가 줄기 가운데쯤에 달린다. 꽃받침은 장타원형이고 길이 5~7 mm 정도로서 끝이 뾰족하다.

꽃은 좌우대칭 양성화로 중앙의 꽃잎, 양쪽의 꽃잎, 그리고 아래 두 꽃잎이 서로 모양이 다르다. 꽃잎은 길이 12~17 mm 정도이며 보라색 혹은 자주색인데 맥 부분이 더 짙다. 꽃잎 밑에 원추형으로 생긴 길이 5~10 mm 내외의 꿀주머니가 있다. 수술은 5개인데 씨방을 둘러싸고 고리 모양을 이룬다. 수술 길이는 약 2mm이며 2개의 수술에는 4~6 mm의 부속체가 달려 있다. 암술은 1개로 수술보다 약간 길다. 씨방은 상위로 달걀 모양이다. 열매는 삭과로 길이는 1~1.5 cm이며 십여 개의 종자를 갖고 있다. 종자는 달걀모양으로 갈색이 도는 붉은 색이며 길이 1.5 mm 정도이다.

제비꽃은 흰제비꽃, 콩제비꽃, 노랑제비꽃, 흰털제비꽃, 남산제비꽃 등 30여 종이 우리나라에 분포한다.

제비꽃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한 부류는 뿌리에서 잎과 꽃이 달리는 것으로 제비꽃, 흰제비꽃, 남산제비꽃, 콩제비꽃 등이 이에 속한다. 다른 한 부류는 줄기가 생기고 그 줄기에 잎과 꽃자루가 달리는 것으로 콩제비꽃, 노랑제비꽃 등이 속한다.

흰제비꽃과 자주색 제비꽃이 더불어 사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흰제비꽃은 제비꽃과 같이 줄기 없이 꽃대가 뿌리에서 올라오는 종류로 제비꽃과 비슷하나 꽃 색이 흰색이다.

★제비꽃에 얽힌 이야기

아주 먼 옛날 가난한 집에 아주 아름답고 일 잘하는 착실한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 처녀를 탐내는 부잣집이 많았지만, 부잣집의 오만함이 싫었던 처녀는 언제나 그런 혼담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동네에서 명색이 제일 부자라는 집에서 청혼이 들어왔습니다. 아, 운명은 거절할 수 없었을까요.

그 집 아들은 공부는커녕 계집질에 노름을 즐기기로 유명했지요. 단연코 처녀는 거절하였지만 제일 부잣집이라는 사실에 눈이 먼 부모님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시집간 다음 날부터 신랑은 신부를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였고 또 아무 일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나 밖으로 나 돌아다니며 옛날처럼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뿐인가요, 어쩌다 집에 들어오면 말도 안 되는 일로 트집을 잡고 신부를 매질하였습니다.

이 집에는 착한 고양이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는 주인이 주는 밥보다는 자기 힘으로 쥐를 잡아먹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 고양이를 보며 신부는 자유로웠던 처녀 때를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이 못 견디게 그리워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요. 무료함과 매질을 더 견디지 못했던 신부는 차츰 야위어가더니 결국은 죽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묻힌 무덤에는 눈이 채 녹지도 않은 초봄부터 보라색, 노란색, 흰색이 섞인 조그마한 꽃이 피어났습니다. 꽃의 모양이 꼭 고양이 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었지요. 이 꽃은 서리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 초겨울까지, 백 가지 꽃이 모두 자취를 감추는 그때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피었습니다. 시집가서 갇혀 있는 동안 얼마나 햇볕이 그리웠을까요? 햇볕마저 쬘 수 없었던 그 영혼이 맘껏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서 오래도록 피어 있는 것이라고 전한답니다.

제비꽃이 지고 열매가 완숙된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꽃 마중 길에서 / 여관구

봄 햇살 헤집고 누운

목련꽃 지나간 길에

매화꽃, 개나리가 방긋이 웃고 있네.

볼이 터질세라

꽃물한입 물고 있는

영산홍 꽃담 아래

노란 민들레 제비꽃들도

입술연지 곱게 바르고

임 기다리는 행복한 모습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해

나는

꽃 마중 인 듯

임 마중 인 듯

봄꽃 길을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