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4.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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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비는 때맞게 내린다
봄비가 개인 금호강과 팔공산(공항교에서). 정신교 기자
봄비가 개인 금호강과 팔공산(공항교에서). 정신교 기자

곡우(穀雨)를 지나자 봄비가 잦다.

봄 가뭄에 공기가 건조하고 산과 들이 메말라서 산불이 잦고 농사에도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

착한 비는 때를 알고 온다.

 

춘야희우(春夜喜雨)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야경운구흑

江船火獨明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때를 알아서

올해도 어김없이 오누나

야밤에 바람과 함께 오가면서

소리도 없이 슬그머니 만물을 적시네

구름 덮인 들길은 칠흑처럼 까만데

외로운 강 나룻배 등불 하나

새벽하늘 불그스레한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이 활짝 피었네.

 

두보 선생 초상(두보초당). 정신교 기자
두보 선생 초상(두보초당). 정신교 기자

 

전란으로 떠돌던 당나라의 두보 선생(杜甫, 712~770)이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사천성 성도(成都)에서 안착하여 봄을 맞아 지은 오언율시(五言律詩)다.

반가운 비(喜雨)가 좋은 비(好雨)로 바뀜은 시인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봄비를 그만큼 고대한 탓이며, 시심(詩心)이 농심(農心)으로 변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호우시절(A Good rain knows)’은 성도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남녀의 사랑과 재회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정우성(동하)과 고원원(메이)이 열연한 작품(2009년)으로 옛 시의 정취와 두보초당, 무후사와 같은 성도 풍정을 감상할 수 있다.

사천성 성도 황다원. 정신교 기자
사천성 성도 황다원.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