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배 꺼질라
아이야! 배 꺼질라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2.04.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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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어르신들 배고픔이 있었다.
새하얀 찔레꽃. 장명희 기자

찔레꽃이 제철이다. 꽃을 보면서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옛 어르신들께 많이 들은 사연 때문일까. 찔레꽃이 필 때면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지금 이때가 제일 힘들었던 때인 것 같다. 아마도 보리 이삭이 충실해지면서 보리밥을 기다릴 때이기도 하다.

새하얀 꽃잎에 울타리가 정겹다. 장명희 기자
새하얀 꽃잎에 울타리가 정겹다. 장명희 기자

 

옛날에 아버지가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시집간 딸 집에 나들이를 갔다. “아버지 오시다가 길가에 찔레꽃이 피지 않았던가요?” 오랜만에 아버지께 하는 첫 인사말이었다. 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모처럼 오신 아버지를 위해서 대접해 드릴 것도 없으니, 그보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릿고개로 모두가 힘든 시절을 겪은 어르신들 인사말이 “밥 먹었나?”가 일상생활에서 즐겨 쓰는 보편적인 안부 인사말이 되었다. 어렸을 때 고무줄놀이하면 지나가시는 어르신들께서 “아이야! 배 꺼질라. 뛰지 마라” 걱정하시던 때가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과식하여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 너무 풍부해 자칫, 과거의 뼈아픈 가난의 기억을 잊어버릴까 잠시 그 시절 다녀가 본다.

찔레꽃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에 마음이 젖어 보지만, 지금쯤 너무 배가 고파 힘들었던 선조들이 생각난다. 찔레꽃은 슬픈 사연을 안겨 주는 것 같다. 그러나 꽃은 영혼을 맑게 길들여 준다. 꽃의 아름다움을 보면서도 선조들이 힘들었던 보릿고개를 생각하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