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마음의 꽃밭' 다알리아꽃
'어머니 마음의 꽃밭' 다알리아꽃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2.04.1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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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영혼과 감미로움을 주는 다알리아꽃
마음의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세상이 보인다.
붉은 아름다운 다알리아꽃. 장명희 기자

꽃은 사람의 마음을 한층 더 힐링시킨다. 요즈음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면서 몸과 마음이 맑고 상쾌해진다. 영혼까지 감미로워지는 듯하다. 꽃은 온종일 오가는 길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에, 어쩌면 고독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추함을 필요로 하듯, 겨우내 눈보라를 견디면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꽃을 볼 때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화원에 철 이른 다알리아꽃이 봄 햇살에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학창 시절 여름날, 우리 집 정원에 손바닥만 한 다알리아꽃이 만발했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는 소심하고 여성스러웠다.

성장 과정 덕분인지 스승님께 인사드릴 때마다 꽃바구니를 선물을 했다. 연구에 몰두하면서 지친 영혼을 회복하는데,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면 조금은 잠재우실 것 같았다. 스승께 감사함도 전해 드리고, 또한 고맙다는 인사도 듣게 된다. 꽃과의 각별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여름이면 어머니는 대문을 활짝 열어 놓으신다. 요즈음은 철저한 문단속에 마음이 조금 불편하지만,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없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담장 너머도 아닌 나그네들이 마음껏 우리 집 정원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낯선 이방인에게 선심을 쓸 수 있는 아름다운 배려의 마음이었다.

다알리아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붉게 달군다. 장명희 기자

당시에는 다알리아꽃이 흔하지 않아 무슨 꽃인지 묻는 사람도 많았고, 우거진 꽃 풍경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머니 덕분에 어깨도 들썩였다. 어린 마음에 가진 것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부자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마음의 부자, 꽃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성품이 착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학창 시절 어머니가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육하셨던 덕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 바탕으로 살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마음이 풍요롭게 사는 것에 몸에 익숙해져 있다.

다알리아꽃을 구경하러 온 나그네는, 툇마루에 앉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세상 살아온 얘기들을 어머니께 털어놓는다. 어머니는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웃음을 잃지 않고, 모든 하소연을 다 들어 주신다. 어머니의 인정 많고 고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다알리아꽃은 여름이면 세상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주는 고리로도 사용되었다.

붉은 꽃잎에 노란꽃잎이 이색적이다. 장명희 기자

언제나 낯선 나그네들을 싫어하지 않고, 활짝 핀 모습으로 맞이하는 다알리아꽃. 어머니께서는 모든 이방인을 내 가족처럼 하소연을 다 들어주니, 다알리아꽃과 어머니는 뗄 수 없는 마음의 꽃밭이 되었다. 이제 100세를 바라보는 어머니 모습에서 마음에 담고 있는 지난날, 진짜 더 아름다운 삶의 참모습이 묻어나는 것 같다.

다알리아꽃을 구경하고 간 모든 사람, 지금 수많은 세월이 지나 그때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다알리아 꽃의 ‘당신의 마음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라는 말처럼, 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문을 활짝 열어 두셨다. 이방인의 마음을 헤아리듯 서로가 이해하는 마음의 꽃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학창 시절 마음에 자줏빛 고운 화원을 만들어 주셔서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 다알리아꽃을 보면서 나그네와 함께 나누던 추억의 정다운 이야기들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