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터널을 벗어나며
캄캄한 터널을 벗어나며
  • 이한청 기자
  • 승인 2022.04.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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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축복의 기회로

암 투병기 4

발병 진단을 받고 눈앞이 캄캄했던 순간이 생각났다.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공포의 시간이었다. 드디어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던 선고의 순간이 왔다.

악성 뇌종양 3기입니다. 뇌의 한 중앙에 3.2의 큰 종양이 있고, 그 종양이 주위의 조직을 눌러 부종이 보입니다. 그 종양과 부종의 영향으로 시신경과 운동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복시로 보이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얕은 상식으로 암에 걸리면 “죽었다” 생각했던 그 악질이 우리 가정에도 찾아왔다는 절망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렇지만 길고 힘들고 고통스럽던 치료의 과정을 하나하나를 잘도 넘기며 버텨주었다.

머리 한가운데 뇌의 조직을 떼어내는 조직 검사, 네 번의 감마 나이프 수술 중 두 번을 받았다. 다음 날 회진 시간에 담당 교수님의 "종양이 49%가 줄었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소망을 주던지 참으로 새 아침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예정대로 네 차례에 걸친 수술을 마치고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다섯 번의 항암 치료는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 각종 약물의 부작용으로 힘들어했다. 머리에는 약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다른 곳에 치료보다 약물을 두 배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독한약물의 부작용으로 구내염, 오심과 구토, 이에 따르는 식욕 부진, 탈모 등을 감수하며 세 번의 항암 치료를 마치고 M R I를 촬영하여 비교해 보니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희소식을 전해 주셨다.

"종양은 없어졌으나 그 흔적의 부작용이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서서히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남은 치료는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종양이 사라져 감겼던 눈은 떴지만 역시 흐리게 보인다고 했다. 발음도 명확해졌고 걷기도 잘하는데 기억력이 많이 줄었는지 가끔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기에 얼마나 힘이 들었던가?

입원실이 없어서 하루에 일백만 원이 넘는 입원실도 사정해서 들어와야 했던 과정, 구내염으로 식사를 할 수 없어 고통받던 순간들에서 이제 천천히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다섯 번의 치료 과정을 마치고 퇴원하기 전에 다시 머리 신경계와 뇌에 전체 검사를 했다. 뇌 신경 MRI는 판독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원했다. 다행스럽게도 혈액 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고 했다. 넘은 언덕 하나하나가 은혜였고 치료과정도 은혜였고 기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의술도 세계 제일이라고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2주 후 재발 방지 치료와 뇌 신경계 판독을 듣기 위하여 간단한 입원 준비를 하고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뇌 신경계도 깨끗하고 신장, 간장 모두 이상이 없다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참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그러나 재발이 쉬운 질병이라 재발 방지 치료의 과정 설명을 듣고 귀가했다.

이후 6차례에 걸쳐서 약물과 주사로 치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 후속 치료가 계속될 텐데 에벤에셀에 하나님이 동행해 주실 것을 믿는다.

발병 후 3개월이 지났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몇 년같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던 기간이었다. 이번 주일(4.17)이 부활 주일인데 체내의 나빠진 기관들도 부활하여 꽃이 만개한 봄 소식과 같이 환하게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이제 어둡고 캄캄하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주위에서 눈물로 기도해 주시고 또 아낌없이 물질로 후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여 받은 사랑의 빚을 갚으려고 한다.

4차 항암 치료 중에 모습
4차 항암 치료 중 모습
4차  치료를 마치고
4차 치료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