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말의 품격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2.04.14 14: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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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이 아니라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변(代辨)의 사전 설명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그의 의견이나 태도를 발표하는 것’이고 명사다.

작금이 대변인 전성시대다. 청와대, 대통령당선인, 인수위, 여당, 야당, 국회, 검찰 등등. 대변인들이 쏟아내는 말에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품격이 없다. 공격성이 강하다.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성격이 매우 진하다. 도대체 감싸주거나 따뜻한 감정은 바늘 끝만큼도 찾을 수 없다.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저질스럽다. 품위와 품격의 예(禮)는 안중에 없다.

수사(修辭)는 말과 글을 꾸미는 것을 말하는데 ‘중국 사람은 붓만 들면 바늘을 대들보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그 예다. 수사법이 상대에게 자극을 주고 화자가 어필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즉흥적 감성을 건드리는 건 맞다. 하지만 말에도 품격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비난하고 헐뜯고 조롱하며 위협을 주고 협박하는 내용이 태반이다. 인(仁)의 정치는 없다. 덕(德)의 치술은 부패하였으며 선(善)의 주장은 악(惡)풀에 짓눌려 버렸다. 협(協)은 없고 독(獨)만 보인다. 탕평(蕩平)은 보이지 않고 패거리만 활보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무게와 온도가 달라진다는 이치는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마음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감정과 생각을 윗어른에게 고하듯 해야 할 것이다. 언어가 품위를 지니고 생명력을 가지려면 그 의미에 어울리는 무게와 크기를 가져야하고 온당하게 정제되어 상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근자에 대변인들의 변(辯)은 소통이 아니라 발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communication의 라틴어 어원은 ‘커뮤니카레 communicare’다. ‘교환하다’, ‘공유하다’의 뜻이 담겨있다. 말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소통은 그렇지 않다. 국민의 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 것이 아니라 교감이 되고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