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봄의 요정 노루귀
[시골 꽃 이야기] 봄의 요정 노루귀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4.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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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가 노루귀를 닮았다

올해는 꽃샘추위도 기를 펴지 못하는 듯 봄이 갑작스레 찾아와 따스함을 선사한다. 이곳은 워낙 추운 지역이라 도심보다는 늦지만 매화가 한창 꽃을 피우고 벚꽃마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을 보니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낸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각종 나무들도 새싹을 틔운다.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얼마 전에는 대추나무 밑에 있는 연보랏빛 노루귀도 가느다란 줄기로 무거운 낙엽들을 밀치고 봄이 왔음을 속삭였다. 그 때 보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노루귀를 다시 찾았다. 척박한 땅에 귀엽고 앙증스럽게 피었던 노루귀꽃은 언제 일이냐는 듯 새로 나온 잎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렇게 노루귀를 볼 때마다 마치 보석이라도 발견한 듯 기분이 좋다.

잎보다 먼저 피었던 하얀 노루귀꽃. 장성희 기자
잎보다 먼저 피었던 하얀 노루귀꽃. 장성희 기자
바람에 하늘거리는 보랏빛 노루귀꽃. 장성희 기자
바람에 하늘거리는 보랏빛 노루귀꽃. 장성희 기자

노루귀는 깜찍하고 예뻐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언 땅을 헤치고 가장 빠르게 올라와 꽃에 목마른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 주위의 식물들과 경쟁을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이런 것을 보면 작은 야생화를 보면서도 배울 것이 많다. 처음에는 노루귀꽃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노루귀 모양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궁금하였다. 꽃이 지고 나중에 나온 잎을 보니 아하 하고 탄성이 이어진다. 잎의 모습이 마치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아기노루의 귀를 닮았다. 노루귀는 이렇게 볼 때마다 마치 보석이라도 발견한 듯 기분이 좋다.

잎이 나오기 시작한 노루귀. 장성희 기자
잎이 나오기 시작한 노루귀. 장성희 기자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 잎. 장성희 기자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 잎. 장성희 기자

노루귀꽃이 진 자리를 차지한 이파리를 보니 따스한 봄의 기운을 받는 듯하다. 3월과 4월에는 주위를 조금만 게을리 보아도 예쁘게 핀 꽃들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아무리 마음이 바빠도 애써 찾아온 봄꽃을 둘러볼 여유를 찾아야겠다. 사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사람은 노루귀꽃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 키가 작고 바닥에 바짝 달라붙어 있어 자세히 보아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옆도 보고 발아래도 살펴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가다가 가끔씩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온 쪽을 향해 한참동안 바라보고 다시 말을 타고 달린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자신이 너무 빨리 달려와 미처 뒤쫓아 오지 못한 자기의 영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요 며칠 나도 영혼을 잃어버리고 달려온 느낌이다. 작지만 큰 기쁨을 주는 노루귀의 작고 앙증맞은 환한 미소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 준다. 추운 겨울이 있기에 따뜻한 봄날의 고마움을 느끼듯이, 힘든 시기가 지나면 언젠가는 여유 있는 날들이 찾아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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