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어날 추억] (59) 한식(寒食)
[꽃 피어날 추억] (59) 한식(寒食)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2.04.0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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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조상님 산소 가토및 이장에 바쁜날이었다.
둘레석을 놓고 2019년 한식에 가토를 하는 모습(장비 보급이 확대되기 이전에는 상단 사진같이 삽, 괭이로 가토를 하였다). 유병길 기자

 

둘레석 산소가 완성된 모습. 유병길 기자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봉강리(경북 상주시 외서면)에서 한식(寒食)은 조상님 산소를 가토(손보는)하는 날로 많이 바쁜 날이었다. 한식(寒食)은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 4월 5~6일경으로 옛날의 식목일 무렵이었다. 산소에 일하는 사람들이 산에 많이 오르다 보니, 조심을 한다하여도 산불이 나서 산림 피해가 많았다.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꼽았다. 산에 올라 불에 타죽었던 중국 개자추의 전설에서 비롯된 명절로,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있었다.

한식(寒食)은 지상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다 올라간다는 날이다. 이 날은 손이 없는 날이라 아무 일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였다. 조상님 산소를 가토하거나, 택일(擇日)하지 않고 산소를 명당자리로 이장(移葬)하여도 해가 없다고 믿었다. 70년대 이전까지는 후손들이 모여서 길가의 잔디를 캐고 지게로 흙을 져다가 산소에 잔디를 심었다. 그 후에는 지역마다 손발이 맞는 5~10명이 경운기를 타고 산을 다니며 산소 일을 전문적으로 하였고, 소문이 난 사람들은 인근 지역까지 불려 다녔다. 봉분의 흙을 새로 넣고 잔디를 심는 산소 가토를 하고 관리를 잘하여도 4~5년이 지나면 잔디가 죽어서 4~5년마다 산소 가토를 하였다.

한식에는 산소 일을 잘하는 사람을 예약하기가 힘들었다. 삶의 형편이 좋아지면서 조상님 산소에 석물을 많이 하였다. 윤년이 드는 해 한식은 상석을 놓고 망두석을 세우는 등 석물을 하는 자손들이 많아 예약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이때부터는 석물공장에서 중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석물을 놓고 산소 일을 맡아서 하였다. 봉분이 있는 산소는 멧돼지의 피해를 많이 받았다. 옛날에는 재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봉분을 높게 산소를 만들었다. 멧돼지가 봉분을 파헤치는 피해가 늘면서 봉분을 낮게 하고, 둘레석을 놓고 산소를 만들었다.

문중별로 산소를 한곳에 이장하여 관리하고 있다(2020년 한식). 유병길 기자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개인별로 관리하던 조상님의 산소를 각 문중마다 한 곳에 모시면서 봉분을 없애고, 유골 위에 작은 비석을 세우다 보니 피해 없이 편리하게 산소를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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