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암 중에 작은 빛을
흑암 중에 작은 빛을
  • 이한청 기자
  • 승인 2022.03.2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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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기 2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을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을
길만 있으면 희망이
길만 있으면 희망이

두려움과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진료실에 들어섰다. 예상은 하고 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최종 선고를 기다리는 심정은 그야말로 조바심의 연속이었다. 한동안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시던 교수님이 얼굴을 들고 화면에 많은 사진 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조직검사로 확인 전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사진상으로는 뇌의 중앙에 커다란 종양(3.2cm)이 있고, 그 종양이 주위의 부종이 조직을 눌러서 운동 신경에 장애가 왔고 눈이 감기고 복시로 보이는 것도 뇌종양이 원인입니다. 종양의 위치도 수술하기에 아주 곤란한 위치입니다"

설명을 듣는 동안 가슴이 내려앉는 절망감이 몰려왔다. 수술도 할 수 없는 위치에 큰 종양이 자리를 잡아 치료가 곤란하다는 이야기였다. 이어서 "원발성 림프종으로 보이나 정확한 것은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뇌에 림프종은 거의 원발성으로 전이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재발이 잘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누르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치료는 이틀 후 월요일 개두 조직검사를 하여 종양의 원인이 밝혀지면 감마나이프로 네 번을 수술합니다. 감마나이프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면 혈액종양내과로 전과하여 약물로 치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수술해도 머리를 열고 뇌의 중간에 있는 종양을 제거한다고 해도 마음에 부담이 되는데 수술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과 치료 해도 이 병은 90% 이상 재발하기 쉽다는 것, 그리고 조직검사하기도 무척이나 힘들다는 이야기 모두가 마음엔 부담이었다. 한편 스스로 위안하기를 머리를 열고 후유증이 많은 수술보다는 약물로 치료한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또한 감마나이프로 종양의 크기를 줄이겠다는 것, 혈액 종양 내과로 옮겨 치료하겠다는 것은 치료할 수 있다는 청신호로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지금은 교육차 도미했지만 배석했던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참 다행입니다. 치료 방법이 나왔다는 것과 치료를 담당하실 교수님이 분양의 권위자라는 것, 그리고 현대 우리나라 의학이 세계 정상급이니 맡기고 잘 치료하시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비록 결과는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었지만 우리가 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바로 입원해서 다음 치료를 위한 각종 검사가 시작되었다. 다시 정밀 MRI를 촬영하고 혈액검사를 포함한 많은 검사를 했다.

환자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걸어서 병원에 들어왔는데 옆에서 보조해 주지 않으면 화장실 출입도 할 수가 없었다. 우측 눈은 완전히 감겼고 목소리도 어눌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곤란했다. 정말로 첩첩산중이라 했던가 암울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4개월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뇌 신경 전문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이 정도로 병이 진행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의료진에 대답은 급성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만 들었다. 그게 무슨 의미있는 말이겠나? 그저 의미 없는 하소연일 뿐이었다.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다음 월요일 화요일 감마나이프 수술 일정이 잡혔다. 늦은 밤에 감마나이프에 대한 주의와 수술 설명이 있었다.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헬멧 고정 방법과 마스크를 쓰는 방법이 있는데 보통 마스크를 쓰게 되면 움직일 확률이 높아 머리에 마취하고 핀을 고정하는 헬멧을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였다. 쉽게 설명하면 머리에 4곳에 핀으로 헬멧을 고정하기 위하여 마취 후 핀을 박으니 통증은 없겠지만 핀을 박아 고정했던 자리에 흉터가 남으니 알고 있으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선택할 무슨 힘이 있던가? 그저 한 마리의 몰 모트에 불과하니 그저 알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앞이 안 보이는 흑암 가운데서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치료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과 수술 없이 약물로 치료한다는 말이 흑암 중에 아주 조그만 빛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래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한 일이 없다"(마가복음 9장 23절)고 하셨으니 믿고 기도하자. 지금은 아주 작은 빛이지만 곧 길고 험한 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소망을 가져 본다.